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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음악 - 양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할리우드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5년 7월
평점 :

"에포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는 날 “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우리는 히틀러가 금한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거지?”라는 질문을 받은 저자 존 마우체리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연설,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설명하고 또 문제 제기를 해왔다.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지휘자이자 15년간 예일대학교수로 재직한 음악 교육자인 존 마우체리는 《전쟁과 음악》을 통해서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전쟁과 냉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p.46. 단연코 진지한 음악도 대중적이 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우리와 멀어진 까닭을 찾아가는 여정은 대중음악과 진지한 음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만들어낸 편견에서 시작한다. 또, 진지한 음악으로 표현된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막은 주범으로 히틀러, 무솔리니 그리고 스탈린이 소환된다. 이들은 사람들을 통제할 목적으로 음악 활동을 통제했다. ‘퇴폐’ 음악이라는 명목하에 유대인 작곡가들을 탄압했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창작 범위를 제한했다. 독재자들의 모습은 참 많이 닮은 듯하다. 아니면 학습하는 것일까? 우리 현대사에도 등장하는 ‘금지곡’이 등장한다.
독재자들이 사라진 뒤 서방세계의 음악계는 이상한 흐름을 탄다. 나치 색을 지우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맞서기 위해 ‘아방가르드’를 전면에 세우게 된다. 새로움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아방가르드는 평론가와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그렇게 현대음악은 ‘관객’과 멀어져 간다. 클래식 음악 역사에서 20세기 걸작이 사라진 까닭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쟁과 음악》은 총 12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2개 챕터 중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클래식 음악의 색다른 면모를 접할 수 있지만, 저자의 주장을 쉽고 편안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을 듯하다. 브람스와 바그너가 라이벌 구도를 띠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또 그들의 이야기가 왜 등장하는지 끝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창작한 클래식 음악 세계를 만나볼 차례인 것 같다. 백 년 전 과거의 감동에서 빠져나와 조금 더 가까운 과거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
p.74. 음악에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 인류로서의 특징, 이를 나누고자 하는 본능이 내재해 있다.
클래식 음악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나치가 금지한, 정치가 묶어놓은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을 기대하게 한다. 클래식 음악의 특별한 역사를, 숨은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