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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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주인공 타라는 여전히 11월 18일이라는 시간에 갇혀있다. 반복되는 시간에서의 탈출을 바라며 출구를 찾아 나섰던 주인공이 갇힌 시간 속에서 출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출구가 아닌 삶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반복은 이어지고 잊힘 또한 계속된다.


반복되는 시간을 계절이라는 공간으로, 삶으로 이어가면서 타라는 또 다른 형태의 내일을 그린다. 시간은 '오늘'로 반복되지만 타라의 공간은 다른 형태의 '내일'을 이야기한다. 자꾸만 지워지는 기억을 기록으로 채우며 내일을 향해, 다른 계절을 향해 나아가던 수많은 11월 18일의 이야기가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에 펼쳐진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빠져 허우적 되던 주인공은 이제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한다.


스토리만큼이나 의식, 철학적인 흐름이 흥미롭고 재미나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힌 주인공이 '고대 로마'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결말에 이르러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복선을 복선으로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지나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다면 모든 장면을 의심해 보길 바란다. '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다. 지루하지 않은 반복이 만들어내는 미스터리한 상황이 멋진 이야기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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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 - AI부터 양자역학, 청색기술까지, 오래된 상상력의 비밀
이인식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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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니스트이자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이인식이 들려주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를 만나보았다. 밀랍 날개를 단 이카로스와 AI 로봇이 함께 등장하고 있는 책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인 구성은 신화라는 감성과 과학이라는 이성을 흥미롭게 버무려 재미나게 인문학을 접하게 하고 있다. 까마득히 먼 과거의 신화와 지금 오늘과 다가온 미래의 과학이 가진 공통점은 아마도 상상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이 책의 원동력이 된다.


신화가 그리고 있는 상상력은 과학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이집트 미라의 모습은 과학의 힘을 통해 21세기에는 '냉동 인간'으로 나타난다. 그리스, 중국, 이집트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서 만날 수 있는 상상력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카오스와 나비효과, 인어 공주, 임사 체험臨死體驗 등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불로장생의 꿈은 '야마나카 인자'로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신화라는 허구와 과학적인 사실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짜낸 멋진 이야기를 상상력의 세계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신화라는 재미난 이야기가 과학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허구와 사실, 감성과 이성을 어떻게 짜 맞추어야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를 만나본다면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는 책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인문학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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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 매일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마주하며 상처를 절개하고 삶을 다시 잇는 시간들
김수룡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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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저자 김수룡이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험담《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는 잔잔하게 저자의 경험 속을 흐르다가 어느새 좌절을 이겨내고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스며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정신과 의사의 수술은 죽음과 맞서는 마지막 인사이다. 악수하고 해어진 사람이 며칠 뒤 아픔으로 다가선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군의 자살률이 상당하다.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고 인사 온 상담자의 손을 놓아야 할까? 잡아야 할까?


p.83. 죽음에 대한 완벽한 준비는 현실을 잘 사는 것이라고. …(중략)…진짜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의 수술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통과의 시작은 '간절함'이라 말한다. 환자 자신의 간절함과 가족들의 간절함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남을 도와주는, 안내해 주는 존재가 정신과 의사가 아닐까? 어리바리한 전공의가 간절한 의사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담백하게 담은 책이다.


한 분야에 3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일에 대한 익숙함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에게 익숙함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접할 수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경험이 중요하지만 경험에만 의지할 수 없는 정신과 진료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수술의 메스는 입일까? 귀일까?


p.224. …(전략)…환자나 보호자가 병이 있음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병을 치료하는 길로 가도록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정신과 의사의 수술'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음 수술을 AI에게 맡길 수 있을까? 안될듯하다. 공감이라는 최상의 치료법이 불가능한 로봇이 마음 수술의 매스를 잡는다는 건 너무나 위험부담임이 큰 선택이다. 자살이라는 죽음을 들려주고 있지만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는 따뜻한 여유가 포근함을 주는 힐링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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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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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PD로 10편이 넘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던 최윤석 작가의 《파우사PAUSA》를 만나보았다.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제목도 독특하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더니 이야기는 시작부터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활자를 보고 있는데 영상이 떠오르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야기를 손에 닿을 듯 눈앞에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그림 속에 녹이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더 실감 나게 한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다음 장면이 그려지는 소설을 신나게 만나보길 바란다.


소설의 흐름은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차분한 흐름을 지키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속도감을 올리다가 결말(역전골)에 다가갈 때쯤 엄청난 스피드로 휘몰아친다. 극강의 스피드를 위한 '쉼'이 파우사라면 이 소설 속에서도 파우사를 만날 수 있다.


p.13. "응, 파우사 PAUSA. 스페인어로 멈춘다는 뜻인데, 바로 패스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상대가 더 끌려오게 만드는 전술이야. 그럼 수비라인이 조금씩 벌어지거든. 그 틈으로 훨씬 위험한 패스를 넣는 거지."


《파우사》속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가 이루려는 욕망은 커다란 차이를 보이며 공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강민의 욕망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두운 이혼남 명관의 욕망을 더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감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정말 커다란 반전을 만들어낸다. 파우사의 다음 시즌을 예약하는 것일까? 강민과 명관의 삶이 교차되는 순간 우린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어둠을 만들고 있던 암막 커튼을 걷는 순간 엄청나게 빛나는 빛의 양을 우린 감당할 수 있을까?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 심연의 사유를 담고 있는 재미난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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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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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회문학상을 수상한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를 만나보았다. 7부작으로 계획된 장편소설《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현재 5부까지 덴미크어로 출판되었다. 이번에 만나본 1부는 7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왜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시간의 틈새에 빠진 것일까? 원인을 찾으면 다시 평범한 시간의 흐름을 탈 수 있을까? 반복되는 타라의 일상을 접하면서 지루함보다 긴장감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린 현재, 오늘에 충실하자고 말한다. 지나간 과거, 어제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 내일을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 바로 오늘을 즐기라고들 한다. 그런데 만약 오늘이 반복된다면, 11월 18일이 1년째 반복되고 있다면 어떨까? 타라는 과거와 미래, 어제와 내일 사이에 갇힌다. 오늘 11월 18일이 무한 반복된다. 원인도 모른 체 남편 토마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제 함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토마스에게 매일 똑같은 설명을 하는 상황이 타라를 지치게 만든다. 지친 타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어떤 방법일까?


타라가 선택한 새로운 방법이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더 미궁으로 향하게 한다. 토마스와 타라는 같은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다. 하지만 타라는 그와의 접촉을 피한다. 사랑으로 연결된 둘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또 하나의 긴장감을 만든다. 지루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익숙함에 빠져 놓쳐버렸었던 디테일한 장면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속도감을 준다. 잔잔하게 천천히 흐르던 이야기는 2부에 다가갈수록 속도를 높인다. 익숙함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을 맛볼 때쯤 이야기는 2부에 닿는다.


p.117. 우리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기 형식의 글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11월 18일이라는 평범한 하루의 반복으로 어떤 소설을 만들어 냈을까? 반복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맛보고 싶다면, 미래와 과거의 틈새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속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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