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에는 수많은 괴담과 전설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마치 전통처럼. 특히 학교의 밤은 이야기보따리가 풀리는 시간이다. 2021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허남훈밤의 학교에 그린 학교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책 표지에 비행기 조종사 복장 속 사람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강운 고등학교의 밤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까?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보다 더한 상상력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허남훈이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놀라움 그것이었다. 역사에 작은 허구를 더해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이야기는 현재에서 일제강점기로, 하얼빈역에서 다시 강운 고등학교 교실로 숨 가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다. '진지한 얼굴로 딴짓을(p.32)' 하는 강운 고등학교 아이들이 귀가한 후 교실에서 '밤'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소설의 큰 흐름이다. 시공간을 넘어 다니며 어제와 오늘, 하얼빈역과 교실에서 안중근 의사를 만나고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며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는 아이들의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유학생 윤동주를 만나고 고등학생 권기옥을 만나는 공간은 학교 교실이다. 그런데 그 교실에는 하얼빈역이 있고 기차가 달리고 임시정부도 있다. 역사적인 만남이 즐거웠던 기웅, 은서, 그리고 지환은 이제 역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찾는다. 그런데 그들이 일제강점기로 들어가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만약 아이들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우리 역사는 조금 어쩌면 많이 변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해임시정부로 향하는 아이들의 시간 여행은 지환과 기웅의 취미에서 시작되었다. '실체 엽서'모으기. 실제 사연이 담긴 오래전 엽서들을 모으던 지환은 흥미로운 내용의 오래전 엽서와 마주하게 되고 이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과 마주하게 된다.


p.12. "중국 쿤밍에 잘 도착했습니다. …(중략)…내일 항공 학교로 갑니다.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함께할 준비가 되었다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차의 스피드를 따라갈 준비가 되었다면 학교의 밤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역사 소설이 주는 깊이 있는 의미와 판타지 소설이 주는 신비한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요점을 빼곡하게 정리해둔 '주석'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끝에 세 아이들이 찾고 만들어낸 의미는 그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니 아이들과 함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소중한 시간 여행을 선물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