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和! 일본 -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
성호철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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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는 이렇다.   일본인은 "와"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엔료해야 하고 메이와쿠하지 않는다.  그러나보니 혼네와 다테마에가 다르다.   이것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메센을 의식한 행동이다.   다시 말하면, 주변의 눈을 의식하면서(메센) 엔료하고 메이와쿠하지 않기 위해서 혼네와 다른 다테마에를 행동해야만 "와"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의식 구조를 사례를 들어가며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최근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논란과 우경화, 일본군 위안부 논란, 한류 열풍에서 혐한 시위까지 왜 일어나고 변화하게 되었는지 그 의식의 흐름에 놓이게 된다.

 

안과 밖을 구분하고 안의 세계에 남기 위해 안의 행동과 사고에 맞추어 응집 유지되는 세계가 ""의 세계이다.  "와"의 사전적 의미는 두개 이상의 수와 식을 합한다는 의미로, 여러이 더해져 새로운 집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1:다로 응집되는 세계이다.  크게는 1:천황까지 확장된다.  "와"의 세계는 구성원 모두 같은 행동을 하는 조화로운 공간이다.  "와"에서 균일성을 벗어난 구성원은 왕따의 대상의 되기 십상이다. 

 

주체로서 사물을 보는 것은 시선이지만 다른 주체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행위는 메센이라고 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 보고 있다는 눈의 지배를 받는 일본인은 타인을 의식하는 행동 방식이 엔료와 메이와쿠이다.  엔료는 선뜻 행동하지 않거나 양보하는 것을, 메이와쿠는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메이와쿠인지 아닌지는 옳고 그름과는 상관 없다.  지하철 내에서 전화통화나 큰소리로 떠드는 것은 모두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전화통화는 메이와쿠이지만, 떠드는 것은 메이와쿠가 아니라는 식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즉 메센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다테마에이다.  다테마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듯이, 속마음 혼네와 반대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다테마에는 와의 세계를 따르기 위해 드러내는 삶의 방식이다. 

 

이러한 일본인의 의식구조는 전후부터 지금까지 일본인과 한국인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우리의 반일과 일본의 혐한은 그 기본적인 의식에서부터 다르다.  

 

패전후 일본은 밖의 세계, 미국에 의해 "와"의 세계가 새로운 메센으로 변화하여 전쟁을 참회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인다.  1970년대 <금각사>의 저자인 미시마 유키오가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하면서 메이지유신적 애국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이때까지 일본은 한국인이 패전국민이 아닌 승전국민으로 행동한데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한국을 밖의 제3세계로 놓고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가 점차 무관심하게 되었다.   

 

1980년대 경제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자신감이 붙은 일본은 미국에 대등한 외교력을 발휘한다.  이 때한국에게 일본은 증오와 흠모의 대상이었지만, 일본에게 한국은 철저하게 관심 밖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릴 때 즈음에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중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1990~2000년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일본인은 더욱 응집하여 애국론이 견고해진다.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었지만 일본인은 한국의 반일 감정을 알게 되고 경제적인 기반이 무너지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혐안의 조류가 불었다.  거기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일본인은 더욱 응집하면서 혐한의 분위기는 더욱 거세졌다.  

 

세계 TV 시장 1위, 2위인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일본 점유율이 0~2%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철수하였고, LG전자는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일본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이 일본에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한 마케팅으로 이용자가 3억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저자는 삼성과 LG는 이미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거부감을 줄이기는 힘들므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최고 기업의 부품을 탑재해 성능을 극대화', '일본인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제품' 등 엔료하니 배제에서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것이 절실하게 와닿게 하는 책이었다.   한국은 일본 식민지 지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무조건적인 반일, 극일 감정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한국은 일본이 20년은 앞서가는 그래서 어찌보면 선진화, 경제화에 따른 폐해들을 답습하지 않도록 반면교사할 나라로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점차 우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의식이 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일본의 혐한 조류의 완화를 위해서라도 이 책의 출간은 반가운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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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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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백 살이다.  그리고 아직 살아 있다.  어쩌면 이제 겨우 아흔 살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첫문장이다.    나에게 첫문장이 강렬한 소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이 소설의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첫문장만 보고 자석에 끌리듯 안고 왔으니 말이다.

한 때 젊었던 그리고 현재 젊은 여자들이라면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으리라.  마냥 젊을 것 같고, 자신이 늙는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는...  거기에 백살이라니 어쩌면 아흔 살일 수도 있다니, 결말도 의외여서 약간은 충격적이었다. 

 

저자 모니카 마론은 나치시대, 독일 분단, 구동독의 사회주의, 그리고 통일이라는 독일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다.  이런 흐름은 그녀의 작품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 소설에서도 화자인 여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나치시대에, 결혼 이후엔 구동독에서, 중년의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통일 이후였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독일인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했다.   특히 구동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소설은 그들의 사랑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주인공 화자는 동독에서 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했다.   자유롭지 못할 때에는 기이한 새종류의 발자국 유적지를 찾아 미국을 가보고 싶었지만, 통일후 자유로울 땐 오히려 또 다른 감금 상태와 맞바꾸고 싶었던 것일까.  서독의 박물관 위원회에서 파견나온 프란츠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90살, 아니 100살이 될 때 까지 그를 기억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한다.  베를린 분단과 통일이 없었다면 프란츠에게 그렇게 빠져들지 못했으리라.   "모든 것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사랑"에 망각과 기억 속에서 집착한다.

 

분단 이전 서독에서 소송에 휘말린 알리는 동독 아테의 집에 남아버리고, 범죄의 낙인에서 자유로워지자 아테를 떠나버린다.    이런 부부도 있었다.  앙케가 구동독인 라이너를 장벽에서 빼내주어 서독에서 결혼해 15년간 살지만, 통일이 되자마자 앙케를 버린다.  통일이 되었으니 더이상 그녀에게 빚진게 없으므로,   지그린데의 경우는,  남편이 젊었을 때 사랑했던 여자가 통일 후에 나타난다.  지그린데는 남편을 그녀에게 보낸다.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그리고 통일로 인해 모두의 이야기인 사랑의 비극이 생겨났다.  이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국, 통일이 된다면 우리의 사랑 또한 배신과 비극이 만연하리란 생각이 든다.   만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모든 걸 감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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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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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첫 여성 퓰리쳐 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순수의 시대"

영화화가 여러번 되었다고 하는데, 최신작 1993년 영화도 제대로 보진 못한 것 같다. 


배경은 1870년대 뉴욕 상류 사회.  위선과 허위로 가득찬 예법과 관습을 중시하는 그들만의 리그..

이곳에 뉴욕 사회와는 다른 규범의 유럽식으로 살아온 앨런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왔다.  아처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상류층식으로 교육받은 메이(앨런의 사촌)와 약혼한 상태이지만, 앨런을 만난 이후로 메이와의 결혼생활은 틀에 박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처는 메이와의 결혼 이후에도 앨런과의 도피를 꿈꾸지만, 앨런은 메이의 인생을 망치길 원치 않으며 아처와 새 인생을 영위할 낙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 소설은 당시 뉴욕 상류 사회의 저택, 의상, 공연 등을 포함한 풍속도의 묘사가 정교하다.  관습과 예절 하나하나가 온세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상류층 사람들의 단조로운 생활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다.   아처와 앨런의 금지되었지만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는 사랑 줄타기가 읽는 내내 감정을 자극하고, 아처와 앨런의 관계를 모른척 했던 메이가 실재로는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며 앨런을 추방시키도록 했다는 것이 마지막에 드러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당시 뉴욕 사회는 귀족의 혈통과 역사적 전통,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오히려 유럽의 귀족들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형식과 예법에 집착하였다고 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자신의 방식만을 순수한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의 삶은 퇴페적인 것으로 무조건 배척하는 편협함에 빠져 있었던 상류층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제목 "순수의 시대"부터 역설과 풍자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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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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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퓰리쳐상 수상, 카네기 메달 상 수상에 빛나는 <우리가 볼수 없는 모든 빛>...   이 소설은 어린 나이에 겪어내는 전쟁사가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처음 리뷰단에 선정된 책이라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보통  나찌가 저지른 세계 2차 대전쟁은 박해를 받은 유대인 입장에서 참혹함을 떠올리곤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보니 전쟁이라는 것은 침략국은 침략국대로 전쟁의 광기에 휘둘려 극빈의 삶과 선동의 삶을, 침략을 당한 나라는 그들대로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모두에게 잔인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중에 어린아이와 노인들은 미약한 힘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었으리라.  어린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나 전쟁에서나 선택의 여지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을까.  그들의 절망은 오래가지 않고 주어지는대로 흡수하는 삶의 적응력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절망 속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삶은 안쓰럽고 안타까워 보였다.   

 

두 아이가 있다.  한 소년은 침략국 독일의 탄광촌 고아원에서 자라고 있는 베르너이고, 한 소녀는 피해국 프랑스의 파리에서 박물관 열쇠 장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앞을 못보는 마리로르이다.   두 아이의 얘기는 1944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연합군의 폭격시 두아이 모두 프랑스 생말로에 있을 때와 1934년 전쟁의 광폭이 휩쓸기 전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 있을 때 부터 시작하여 교차하며 전개된다.    

 

베르너는 독일의 전쟁 물자 준비를 위해 15세가 되면 탄광에서 일해야 한다.   베르너는 아버지를 탄광에서 잃었기에 그곳에서 일하기는 싫다.  베르너는 전자 제품 조립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폐물로 라디오를 만들고, 프랑스에서 전파되는 과학원리의 방송을 동생과 듣고 과학책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베르너는 라디오 수리공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전쟁 수단으로 동원되어 청년 정치교육원에 입단하게 된다.  교육원에서 남다른 총명함에 신임을 받지만, 비인간적인 교육방식에 정신이 나가 버린 친한 동료를 보고도 이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에 힘겨워한다.

 

마리로르는 6살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냄새와 소리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점자책으로 책을 읽으며 논리적인 순수 과학의 세계에서 호기심 많은 소녀로 성장해 간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박물관에는 전설속 133캐럿의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가 있다.  이를 전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세개의 모조품을 만들고, 한개의 진품과 세 모조품 중 하나를 아버지가 소장한 채 마리로르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생말로의 작은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작은 할아버지는 일차 세계 전쟁의 후유증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작은 할아버지는 전쟁 전 청년시절에,  형(마리로르의 친할아버지)과 함께 과학에 관한 대본 녹음과 음악을 송출했었다(그 방송을 베르너가 청취했었다).   그당시 사용하던 방송 장비를 이용하여 작은 할아버지와 마리로르는 프랑스의 해방을 위해 레지스탕스에게 정보를 송출한다.  이를 계기로 작은 할아버지는 단절된 세상에서 깨어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를 찾아 다니는 본부원사 룸펠의 감시대상이 되는데...

 

베르너에게 라디오는 어려서부터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라디오 과학 녹음 방송을 들으며 꿈을 키워왔다.   전쟁 중에 라디오는 베르너에게 침략자로서 억압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방송을 송출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사살하다가 무고한 어린 소녀까지 죽인 이후로 그 소녀의 환영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마리로리에게 라디오는 빛을 잃어버린 회색의 세계에서 라디오 송출하는 순간엔 유일하게 환히 타오르는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도구였다.  라디오는 베르너와 마리로르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베르너가 마리로리의 불법 송신을 색출하러 생말로까지 오게 되면서, 두 아이의 만남을 예고하고 긴장감은 더해만 간다.   그리고 그 위기는  베르너가 연합국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혀버리게 되고, 마리로리가 다이아몬드를 쫓아서 집에 들어온 룸펠을 피해 라디오 송출을 하던 비밀 다락방에 숨어 있을 때 절정에 이른다.    

 

전쟁의 참상은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전쟁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 그 참혹함은 생생하게 와닿는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인한 전쟁에서 그대로 방치된 채 놓여지는 아이들..    그러나 베르너와 마리로르는 전쟁 중에도 희망의 빛을 볼 수는 없지만 놓치지 않았다.  베르너는 갇힌 상태에서도 마리로르를 구하기 위한 빛을 놓치지 않았고 마리로르는 숨어 있는 상태에서도 다이아몬드의 빛과 희망의 방송을 놓지 않았다.  그들이 놓지 않은 희망의 빛으로 우리는 지금도 우리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두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그려낸 전쟁이 독자들에게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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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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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서야 비로서 작가 김영하의 소설과 만났다.   예전부터 "퀴즈쇼"란 제목의 소설이 날 잡아당기는 듯 했다.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추었는데, 처음부터 신선함을 느꼈다.  다른 장편소설들과 단편 소설집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경제학도여서 그런지 미사여구 없는 단조로운 문체에 소재도 새로웠다.  장편소설도 좋지만, 단편 소설들은 정말 기괴한 설정에 대담한 상상력이 탁월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사진관 살인 사건", "보물선", "그림자를 판 사나이", "거울에 대한 명상", "호출" 등 기억에 남는 단편들이 많다.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도 자주 듣는다.  작가가 직접 정한 책의 일부분을 읽어 주면서 그 책의 배경이나 작가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다른 팟캐스트와는 달리 잡다스런 수다가 없이 온전히 작가만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걸으면서도 듣지만 주로 잠자리에 들면서 듣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보다.  이 팟캐스트는 명실공히 수면팟캐스트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작가 김영하의 강연도 유투브를 통해 들었다.  직설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얘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어 귀에 쏙 들어온다.   그 강연 내용들과 인터뷰들을 엮어 산문집 "말하다" 가 출간되었다.


김영하 작가의 힐링캠프 출연시의 강연 "비관적 현실주의와 감성 근육"을 듣는 거에서 활자화된  책으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작가는 이 강연에서 오늘날의 저성장 시대에 대책없는 낙관주의 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직시하라고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관적 현실주의에 두되, 삶의 윤리는 개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 이렇게 감성 근육을 키우라고 한다.  지식만 있고 자기감정의 표현이 없다면 진정한 개인이 아니라면서 감성 근육을 키워 자기만의 견고한 내면으로 대중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라고 한다. 


"자기 해방의 글쓰기" 강연에서는, 글쓰기야말로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마지막 자유, 최후의 권능이라고 말한다.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언어화하면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유일한 한국어 TED 강연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에선, 억눌렸던 예술적 충동을 되살려 내가 즐거운 일을 하자.  그게 바로 예술임을 강조한다.  


"소설이라는 이상한 세계" 강연에서는,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여러 사건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으므로 소설을 시뮬레이터라고 말한다.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 안에 소설 속 인물을 어느정도 재창조하기에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소설은 우리의 삶에 작용하다고 말하고 있다


"첫사랑 같은 책" 강연에서는, 모든 것이 털리는 시대에 책을 읽는 경험과 내면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자신만의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이어서도 좋고, 자신만의 내면 구축을 위한 것도 맞지만,  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나에겐 더 크게 와닿았다.    "말하다" 북콘서트에선 작가의 좋은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앞으로 작가 김영하의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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