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가을에서야 비로서 작가 김영하의 소설과 만났다.   예전부터 "퀴즈쇼"란 제목의 소설이 날 잡아당기는 듯 했다.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추었는데, 처음부터 신선함을 느꼈다.  다른 장편소설들과 단편 소설집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경제학도여서 그런지 미사여구 없는 단조로운 문체에 소재도 새로웠다.  장편소설도 좋지만, 단편 소설들은 정말 기괴한 설정에 대담한 상상력이 탁월하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사진관 살인 사건", "보물선", "그림자를 판 사나이", "거울에 대한 명상", "호출" 등 기억에 남는 단편들이 많다.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도 자주 듣는다.  작가가 직접 정한 책의 일부분을 읽어 주면서 그 책의 배경이나 작가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다른 팟캐스트와는 달리 잡다스런 수다가 없이 온전히 작가만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걸으면서도 듣지만 주로 잠자리에 들면서 듣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보다.  이 팟캐스트는 명실공히 수면팟캐스트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작가 김영하의 강연도 유투브를 통해 들었다.  직설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얘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어 귀에 쏙 들어온다.   그 강연 내용들과 인터뷰들을 엮어 산문집 "말하다" 가 출간되었다.


김영하 작가의 힐링캠프 출연시의 강연 "비관적 현실주의와 감성 근육"을 듣는 거에서 활자화된  책으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작가는 이 강연에서 오늘날의 저성장 시대에 대책없는 낙관주의 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직시하라고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관적 현실주의에 두되, 삶의 윤리는 개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 이렇게 감성 근육을 키우라고 한다.  지식만 있고 자기감정의 표현이 없다면 진정한 개인이 아니라면서 감성 근육을 키워 자기만의 견고한 내면으로 대중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라고 한다. 


"자기 해방의 글쓰기" 강연에서는, 글쓰기야말로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마지막 자유, 최후의 권능이라고 말한다.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언어화하면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유일한 한국어 TED 강연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에선, 억눌렸던 예술적 충동을 되살려 내가 즐거운 일을 하자.  그게 바로 예술임을 강조한다.  


"소설이라는 이상한 세계" 강연에서는,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여러 사건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으므로 소설을 시뮬레이터라고 말한다.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 안에 소설 속 인물을 어느정도 재창조하기에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소설은 우리의 삶에 작용하다고 말하고 있다


"첫사랑 같은 책" 강연에서는, 모든 것이 털리는 시대에 책을 읽는 경험과 내면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자신만의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이어서도 좋고, 자신만의 내면 구축을 위한 것도 맞지만,  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나에겐 더 크게 와닿았다.    "말하다" 북콘서트에선 작가의 좋은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앞으로 작가 김영하의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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