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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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퓰리쳐상 수상, 카네기 메달 상 수상에 빛나는 <우리가 볼수 없는 모든 빛>...   이 소설은 어린 나이에 겪어내는 전쟁사가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처음 리뷰단에 선정된 책이라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보통  나찌가 저지른 세계 2차 대전쟁은 박해를 받은 유대인 입장에서 참혹함을 떠올리곤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보니 전쟁이라는 것은 침략국은 침략국대로 전쟁의 광기에 휘둘려 극빈의 삶과 선동의 삶을, 침략을 당한 나라는 그들대로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모두에게 잔인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중에 어린아이와 노인들은 미약한 힘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었으리라.  어린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나 전쟁에서나 선택의 여지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을까.  그들의 절망은 오래가지 않고 주어지는대로 흡수하는 삶의 적응력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절망 속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삶은 안쓰럽고 안타까워 보였다.   

 

두 아이가 있다.  한 소년은 침략국 독일의 탄광촌 고아원에서 자라고 있는 베르너이고, 한 소녀는 피해국 프랑스의 파리에서 박물관 열쇠 장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앞을 못보는 마리로르이다.   두 아이의 얘기는 1944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연합군의 폭격시 두아이 모두 프랑스 생말로에 있을 때와 1934년 전쟁의 광폭이 휩쓸기 전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 있을 때 부터 시작하여 교차하며 전개된다.    

 

베르너는 독일의 전쟁 물자 준비를 위해 15세가 되면 탄광에서 일해야 한다.   베르너는 아버지를 탄광에서 잃었기에 그곳에서 일하기는 싫다.  베르너는 전자 제품 조립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폐물로 라디오를 만들고, 프랑스에서 전파되는 과학원리의 방송을 동생과 듣고 과학책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베르너는 라디오 수리공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전쟁 수단으로 동원되어 청년 정치교육원에 입단하게 된다.  교육원에서 남다른 총명함에 신임을 받지만, 비인간적인 교육방식에 정신이 나가 버린 친한 동료를 보고도 이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에 힘겨워한다.

 

마리로르는 6살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냄새와 소리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점자책으로 책을 읽으며 논리적인 순수 과학의 세계에서 호기심 많은 소녀로 성장해 간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박물관에는 전설속 133캐럿의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가 있다.  이를 전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세개의 모조품을 만들고, 한개의 진품과 세 모조품 중 하나를 아버지가 소장한 채 마리로르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생말로의 작은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작은 할아버지는 일차 세계 전쟁의 후유증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작은 할아버지는 전쟁 전 청년시절에,  형(마리로르의 친할아버지)과 함께 과학에 관한 대본 녹음과 음악을 송출했었다(그 방송을 베르너가 청취했었다).   그당시 사용하던 방송 장비를 이용하여 작은 할아버지와 마리로르는 프랑스의 해방을 위해 레지스탕스에게 정보를 송출한다.  이를 계기로 작은 할아버지는 단절된 세상에서 깨어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를 찾아 다니는 본부원사 룸펠의 감시대상이 되는데...

 

베르너에게 라디오는 어려서부터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라디오 과학 녹음 방송을 들으며 꿈을 키워왔다.   전쟁 중에 라디오는 베르너에게 침략자로서 억압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방송을 송출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사살하다가 무고한 어린 소녀까지 죽인 이후로 그 소녀의 환영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마리로리에게 라디오는 빛을 잃어버린 회색의 세계에서 라디오 송출하는 순간엔 유일하게 환히 타오르는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도구였다.  라디오는 베르너와 마리로르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베르너가 마리로리의 불법 송신을 색출하러 생말로까지 오게 되면서, 두 아이의 만남을 예고하고 긴장감은 더해만 간다.   그리고 그 위기는  베르너가 연합국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혀버리게 되고, 마리로리가 다이아몬드를 쫓아서 집에 들어온 룸펠을 피해 라디오 송출을 하던 비밀 다락방에 숨어 있을 때 절정에 이른다.    

 

전쟁의 참상은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전쟁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 그 참혹함은 생생하게 와닿는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인한 전쟁에서 그대로 방치된 채 놓여지는 아이들..    그러나 베르너와 마리로르는 전쟁 중에도 희망의 빛을 볼 수는 없지만 놓치지 않았다.  베르너는 갇힌 상태에서도 마리로르를 구하기 위한 빛을 놓치지 않았고 마리로르는 숨어 있는 상태에서도 다이아몬드의 빛과 희망의 방송을 놓지 않았다.  그들이 놓지 않은 희망의 빛으로 우리는 지금도 우리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두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그려낸 전쟁이 독자들에게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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