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수의 시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1921년 첫 여성 퓰리쳐 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순수의 시대"
영화화가 여러번 되었다고 하는데, 최신작 1993년 영화도 제대로 보진 못한 것 같다.
배경은 1870년대 뉴욕 상류 사회. 위선과 허위로 가득찬 예법과 관습을 중시하는 그들만의 리그..
이곳에 뉴욕 사회와는 다른 규범의 유럽식으로 살아온 앨런이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왔다. 아처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상류층식으로 교육받은 메이(앨런의 사촌)와 약혼한 상태이지만, 앨런을 만난 이후로 메이와의 결혼생활은 틀에 박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처는 메이와의 결혼 이후에도 앨런과의 도피를 꿈꾸지만, 앨런은 메이의 인생을 망치길 원치 않으며 아처와 새 인생을 영위할 낙원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 소설은 당시 뉴욕 상류 사회의 저택, 의상, 공연 등을 포함한 풍속도의 묘사가 정교하다. 관습과 예절 하나하나가 온세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상류층 사람들의 단조로운 생활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다. 아처와 앨런의 금지되었지만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는 사랑 줄타기가 읽는 내내 감정을 자극하고, 아처와 앨런의 관계를 모른척 했던 메이가 실재로는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며 앨런을 추방시키도록 했다는 것이 마지막에 드러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당시 뉴욕 사회는 귀족의 혈통과 역사적 전통,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오히려 유럽의 귀족들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형식과 예법에 집착하였다고 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자신의 방식만을 순수한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의 삶은 퇴페적인 것으로 무조건 배척하는 편협함에 빠져 있었던 상류층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제목 "순수의 시대"부터 역설과 풍자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