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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 미래 역사를 결정할 19가지 어젠다 ㅣ 10년 후 세계사 1
구정은 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염병, 테러, 금융 위기 등은 비단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IS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최근 파리에서 일어난 IS 테러를 보면서 친서방 정책의 우리 나라도 자유롭지 못함을 느낀다. 올해 초에는 중동 국가에서 발생한 메르스가 우리 나라에 상륙하여 한 때 국가를 일대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 나라의 금융 위기는 우리를 휘청거리게 만들었고,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은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의 이야기와 빠르게 겹쳐지고 있는 현재 세계사를 얘기하면서, 10년 후에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개선방안은 있는지 얘기하고자 한다. 이 책의 두 저자는 현재 경향 신문 국제부 기자들이다. 냉철한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재 세계 상황은 세계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의 1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에서는 일자리, 빈부 격차, 도시 집중화 현상,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앙, 고령화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분야를 전망한다.
"제로아워" 계약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최저 근무시간 기준 0시간. 고용주가 호출할 때 원하는 시간 동안만 일을 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이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상당한 노동인구가 있다고 한다. 계약직, 비정규직, 파견 노동과 간접고용노동에서 이젠 더 악조건의 5분 대기조 "제로아워" 계약직..
세계적 브랜드 업체들이 내놓는 패스트패션이 대세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애용하면서도 왜 가격은 싼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업체들은 싼 납품가를 내놓는 하청업체에 수주를 주고, 하청업체는 납품가를 낮추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짤 수 밖에 없다. 값싼 물건이 사실은 동남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저임금의 대가였던 것이다.
2부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나아갈까"에서는 미국, 중국,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별 국제 정세의 변화를 최대한 쉽게 풀어 조망한다.
아프리카의 최빈국들은 분쟁의 덫, 천연자원의 덫,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 부패한 통치의 덫에 걸려 헤어나오기 힘들기만 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할 때 민족적,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은 무시한 채 열강등 멋대로 국경을 나누어 분쟁의 씨앗을 남겼고, 해안지대가 없는 내륙국은 국가 경제까지 막혀버린다. 천연자원은 부정축재의 수단이 되었고, 통치자는 자신의 부만 축적하기 바쁘다. 원조국들도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조할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원조도 주로 자원을 가진 나라에 맞춰진 것으로, 옛 식민제국의 수탈의 행보와 닮아 있다.
유로화 도입으로 하나가 될 것만 같았던 유럽 연합 EU.. 위기 앞에서 균열을 드러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EU의 약한 고리 PIGS(포트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자국의 이득을 챙기기 급급했던 것이다. 게다가 영국은 국민의 '반이주민 정서'로 EU 탈퇴 의사도 비추고 있다. 한 지붕 열아홉 가족이 사용하는 유로화는 경제적인 목적 보다는 철저히 정치적인 산물이었기에 경제적인 위기 앞에서 구조적인 모순이 드러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막강한 파워의 중국은 상시적인 저성장의 시대, 이른바 '뉴노멀' 에 접어들었다. 중국판 뉴노멀 '신창타이'라고 불린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성장률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면을 제외한 다른 면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강대국이다.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에 세계가 함께 신음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리더십을 담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세계가 중국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도 중국은 그 대답을 알지 못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미국은 남미부터, 중동,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내정에 교묘히 개입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무분별한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경제적 쇠퇴를 가져왔다. 셰일가스 혁명과 안정된 고용시장으로 미국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전쟁의 상당 부분을 민영화하여, 국방 업무가 현대판 용병 회사 '민간군사회사'로 이전했다. 자국 군대의 인명 피해를 꺼리고 있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데 전쟁과 폭력을 사고파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3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존엄사, 기계와의 전쟁, 과학윤리, 과거사 문제 등 앞으로 계속 논란이 될 미래의 화두를 고민해 본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 난민과 노동자들. 터키 해안에 떠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소녀의 비극을 발단으로 유럽 국가에서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파리 테러범 중에서 난민으로 위장하여 잡입한 것이 밝혀지면서 유럽 각국은 난민 수용에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는 상황이지만 테러로 인해 난민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원 부국 카타르에는 동남아 빈국,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와 있어, 동남아 자국엔 막상 일할 젊은이가 부족한 실정이다. 첨단 정보 시대에 맞춰 세계적으로 움직으로 엘리트층와 달리 안착하지 못하고 지구를 떠도는 난민과 노동자들..
과거를 통해 역사를 성찰한 독일과, 과거 청산 작업으로 국내의 통합을 이룬 만델라 정부의 남아공과, 반성과 사과가 충분하지 않은 일본의 예로 역사를 얘기한다. 일본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의 원조로 평화법까지 개정하고 있지 않은가..
"성공의 역사든 실패의 역사든, 공정한 것이든 부정한 것이든 과거를 아는 것은 콤플렉스나 양심의 가책 없이 현재를 대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훌리오 발데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