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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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시인 '네루다'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 소설은 흥미롭다.  저자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위대한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칠레의 민주화를 염원하면서 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썼다.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이번에 북클럽에서 함께 읽기로 하여 소장하기로 했다.  이 소설은 사실적 배경에 허구의 인물을 가미한 익살과 해학이 넘쳐나는 재미난 소설이다.  역시 다시 읽어보아도 이 소설은 칠레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메타포가 인상적이다. 

 

민중 시인 네루다는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산당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었으나 단일 후보로 아옌데를 추대하고 사퇴한다.  민중의 승리로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에 상류층과 군부는 반발하고 미국은 칠레가 좌경화될 것을 우려한다는 명분으로 1973년 피노체가 군사 쿠테타를 일으키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아옌데의 사회주의적 개혁 정책들로 칠레의 자립성이 높아지면 미국의 남미에 대한 개입이 좁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선 사회주의 정부를 군부가 무력으로 전복시킨 사건이었다.   이런 일련의 정치적 상황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네루다만을 위한 우편 배달부 마리오..   그는 태생은 게으르지만 네루다에게 매일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위대한 시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서 그의 시집을 들고 다니다 어느새 다 읽어버리고 마는 익살적인 인물이다.  마리오는 시인에게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메타포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는 시인의 운율에 빠져서 자신이 마치 배가 되어 그 운율 속에서 넘실거리는 배가 되는 것을 느낀다.  마리오는 결정적으로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시인으로서의 감성이 충만해진다.   그래서 시 낭송으로 대신한 사랑 고백을 매혹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  네루다가 자신의 시를 도용했다고 말하자 마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베아트리체의 엄마인, 과부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민초이지만 일상의 삶 그 자체가 메타포이다.  과부는 변변한 직업 없는 마리오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부탁하여 자신이 대시인과 어울리는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어하는데, 네루다는 과부의 메타포 공격에는 당해낼 수가 없다.

 

"네루다 씨. 메타포로 제 딸을 용광로보다 더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니까요!"

"지금은 겨울입니다. 부인."

"불쌍한 베아트리스는 그 우체부 때문에 완전히 맛이 가고 있단 말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알량한 무좀균뿐인 작자 때문에 말입니다.  발은 병균으로 득실거리는 주제에 주둥아리만 살아서 나불대죠.  주둥아리도 그냥 주둥아리가 아니라 칡넝쿨처럼 얽혀있죠.  가장 심각한 것은 뻔뻔스럽게도 제 딸을 꼬드기는 데 쓰는 메타포들이 당신 책에서 베낀 거리는 사실입니다."

"그럴 리가요!"

 

마리오는  온 세상이 메타포라는 것을 시인을 통해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따분한 일상 평범한 삶도 바라보는 방법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일 것이다.  마리오도 시를 습작하고 공모 까지 하게 된다는..

 

마리오가 네루다와 만나고 사랑에 성공하는 전반부는 유쾌하다.  대통령 선거와 쿠테타로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우정에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는 일련의 사건들로 분위기는 침울하다.  저자도 말하지만 유쾌하게 시작해서 침울하게 끝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를 오랜만에 봐야 겠다.  애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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