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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공포소설이다. 공포 소설 등 쟝르 소설은 문학적이기 보다는 상업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공포 영화는 즐겨 보는 편인데도 공포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는 스티븐 킹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많은 그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된 것을 보면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스티븐 킹은 자신이 공포 소설만 쓰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사계를 썼다. 사계 중 <스탠바이미>를 읽어보고 스토리텔러로서의 그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유혹하는 글쓰기>가 비소설로서는 유일한 책이 아닐까. 이 책에는 자신이 어린시절 부터 작가가 되어 성공하기 까지의 자전적 얘기들과 자신의 글쓰는 방식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소설은 3개월이면 초고를 완성하였으나, <유혹하는 글쓰기>는 18개월을 넘긴 뒤에도 절반밖에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교통 사고를 크게 당해 몇번의 큰 수술과 재활 운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고 당한 후 5주만에 다시 펜을 들었을 땐 앉아 있기가 고통스럽고 처음 글을 써보는 것 같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하니.. 이 책은 작가에겐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환기를 마련해 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자전적 얘기들은 그가 천생 작가로 태어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해준다. 그는 초등 1학년시절을 학교도 못가고 아파서 침대에서 보냈다는데 그 때 만화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듯이, 만화책을 글로 베껴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학창 시절엔 영화를 책으로 펴내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
대학생 때 만난 아내와 결혼하여 변변한 직업 없이 세탁소에서 일하고 그후 교직을 얻어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밤에는 글쓰기에 매진했다. 아내가 글쓰기에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격려해 주었다니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어쩌다 단편이 몇십 달러에 팔리던 때, 첫장편 <캐리>가 드디어 2500달러에 선인세로 출간되었다. 이 역시 쓰다 버린 원고를 아내가 주어다가 용기와 도움을 주어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캐리>의 보급판 판권이 40만 달러에 넘어갔는데, 그 절반인 20만 달러를 받기에 이른다. 아.. 그 장면 묘사가 어찌나 절절한지 내 가슴도 벅차올랐다. 그가 아내에게 얘기해주고 아내가 주저앉아 우는 장면에선 나도 울어버렸다.
자전적 얘기 이후 글쓰기에 대한 창작론이 이어진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에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 낱말, 문법, 문장, 문단 등을 고루 갖춰 놓으라는 일명 "연장통" 이론을 펼친다. 자주 쓰는 연장들을 맨위 연장통에 놓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단다. 그는 플롯보다 직관에 많이 의존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대개 줄거리보다는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작가 김연수도 <소설가의 일>에서 자신이 한 가수를 몇년간 좋아하게 될지 처음엔 알 수 없듯이 플롯도 처음부터 알 수는 없는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스티븐 킹은 전문화된 지식이나 배경을 사용하기 위한 자료 조사는 지양한다. 소설은 배경 보다는 등장 인물이나 스토리에 더 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지 말고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보면 스토리 그 자체에 빠져 읽을 수 있는 것이겠지.
스티븐 킹은 자신의 초고를 서랍속에서 6주간 숙성시켰다가 다시 읽어보라고 한다. 다시 읽어보면 명백한 허점들이 보이고 10퍼센트는 쳐내고 고칠 것이 있다고. 그의 이런 조언도 많이 읽고 많이 써보지 않는다면 가능할까. 스티븐 킹도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을 슬쩍 피해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지만 글쓰기의 지름길은 역시 없는 것 같다. 많이 읽고 쓰는 것만이 방법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