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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ㅣ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북클럽에서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함께 읽었다. 이 책에 수록된 역자의 말에서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를 짧게 언급하고 있었다. "나는 고발한다"는 드레퓌스사건 때 에밀 졸라가 신문 '로로르'에 발표한 글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읽은 바가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졌으므로 다시 유시민 책을 펼쳤고 내친김에 완독하였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가 쓴 첫 단행본이다. 작가는 최근 발행한 <글쓰기 특강>에서 요약, 발췌로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의 인세로 독일 유학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의 문장이 너무 장황한 서술이라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하였지만, 다시 읽어봐도 독자가 세계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씌여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는 드레퓌스 사건 이외에도 제정 러시아 시대의 피의 일요일, 사라예보 사건으로 발발한 세계 1차 대전, 러시아의 10월 혁명, 대공황과 이에 따른 세계의 움직임, 중국의 대장정, 아돌프 히틀러와 나찌당의 만행,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 베트남 전쟁, 말콤X로 본 흑백 갈등, 일본의 역사왜곡, 소련해체와 독일 통일, 핵과 인간, 그리고 우리의 미완의 4.19혁명까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친 굵직한 세계적인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어 세계 근현대사를 조망할 수가 있다. 세계 1차, 2차 대전의 발발 원인과 진행, 그리고 종전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사회주의 체제가 어떻게 러시아와 중국에서 혁명을 완수하였는지, 그간 단편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것을 이 책을 통해 단편들이 맞추어져 큰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가 갑자기 무너져 소련이 해체되고 독일이 통일된 것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이스라엘 정부의 갈등부터 평화 협정을 맺는 내용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드레퓌스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드레퓌스는 프랑스의 유태인으로 평범한 욱군 장교였다. 1894년 9월 어느날 드레퓌스는 독일의 스파이로 몰려 재판정에서 종신형에 처해진다. 글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반역죄인이 되고 만 것이다. 정보국 피카르 중령이 우연히 진짜 스파이를 알아냈지만 윗선에서는 그대로 묻어 버리려고 했다. 드레퓌스 재판을 다시 하자는 재심 요구파는 양심 곧은 지식인과 법률인, 공화주의자와 진보적인 정치가들, 몇 신문사들이었고, 재심 반대파는 왕정복고주의자와 옛 귀족들, 드레퓌스를 감옥으로 보낸 군부, 유태인 박해에 앞장서는 가톨릭 사제, 보수파들, 군국주의자들이었다.
재심요구파의 힘이 초라한 가운데, 1898년 1월 13일 에밀 졸라가 신문 '로로르'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발표했다. 졸라는 드레퓌스를 죄인으로 만들어 잘못을 감추려 한 군부와, 엉터리 증언들, 군사재판을 무섭게 꾸짖었다. 한사람의 글이 이처럼 막강한 힘을 떨친 일은 드물 정도로 에밀 졸라의 글은 큰 힘을 떨쳤고, 에밀 졸라는 주위의 권유로 영국으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다.
에밀 졸라 덕분에 재심이 열렸지만 정상을 참작하여 종신형 대신 십 년형에 처해지고, 에밀 졸라는 다시 펜을 들었고 양심가들의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정부와 군부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아닌 특별 사면을 내렸다. 드레퓌스는 5년만에 석방되었고, 끝내 1904년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어떤 학자들은 드레퓌스사건이 20세기를 열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두 세계관과 철학이 충돌한 데서 빚어진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는 19세기 막바지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은 낡은 세계관이요, 다른 하나는 20세기에 문명사회를 이끈 철학이다."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