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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란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모두 다 괜찮아
크리스토프 앙드레/ 다른세상
황사에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3월의 월요일 아침, 아침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운전대에 앉았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길로 비슷한 속도로 차를 몰아 직장에 도착해 커피 한잔을 마시고, 바쁜 일상의 업무를 시작한다. 1시간 남짓 지나니 밀물처럼 몰려들었던 일거리는 해결되고 사무실이 고요해진다. 창밖을 보니 바깥세상은 아직도 흐리고 어둡다. 커피를 한 잔 더 마셔야 하나. 알 수없는 갈증이 올라오는데, 하던 일을 접을 수도 없다. 게다가 마음 한 구석에 밀어두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말리지 않은 빨래더미들처럼 쾌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쨍하고 햇살 좋은 날 뽀송뽀송 말린 옷들처럼 오래 옷장에 넣어도 괜찮도록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마음은 정신적인 날씨에 해당한다. 날씨란 좋을 수도 있고, 우중충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며칠씩 안정적일 수도 있고, 가끔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뀔 수 있다.” 마음 읽어주는 남자, 프랑스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이며 심리치료사인 저자의 이 책에 의하면 오늘 내 마음은 우중충한 날씨 같다. 폭우가 솟아 지는 날, 촉촉이 비가 오는 날도 때론 시원한 마음, 감미로운 마음, 기쁨 가득한 마음일 때도 있다. 그런데 내 몸이, 내 마음이 쳐지는 날도 있다. 몸과 마음은 육체와 정신의 다른 존재이면서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몸이 힘든 날은 마음도 약해지고, 마음이 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아파온다. 요즘 나는 몸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까. 마음을 따라 몸이 움직이고 있을까?
‘모두 다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이 책은 마음을 다룬 심리학책이다. 감정, 자존감, 스트레스 등 복잡한 정신적 작용을 하는 ‘마음’을 정의하고 그 마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문장은 이 책을 펼쳐 읽는 독자들의 마음 상태를 위로하듯 쉽고 편안하다. 저자의 말처럼 그의 독자들은 유쾌한 삶, 만족스러운 삶, 성공한 삶의 사람들보다는 우울하고, 슬프고,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므로 제목처럼 우리의 마음의 상태가 어떠하든 모두 괜찮다고 다독인다.
그러나 피하지 말고, 덮어두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자신의 ‘마음’과 직면할 것을 권한다.
“먼저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어떤 마음이든 밀어내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죄책감이 가득하고, 부끄럽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니까.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거나 반대로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상의 지식과 문명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은 해결해줄 수 있지만 ‘마음’만큼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만큼은 우리 스스로의 지혜를 통해서 밖에 될 수 없다.’라는 저자의 말은 정말 옳다. 외모에, 돈에, 능력에 자기 과시에 신경 쓰는 것만큼 마음을 돌보고 다스리는데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