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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김영두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중고교 시절 역사 시간에 익히 들어 왔던 성리학의 두 거목, 주리론과 주기론을 대표하는 두 인물의 입장을 살펴본다는 게 참 뜻 깊다. 단순하게 이론적 한계를 못 벗어난 성리학의 테두리만을 사전지식으로 갖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속단과 편견이 주는 어리석음을 먼저 발견하게 만들었다. 단순하게 경전이나 펼치고 이론과 명분에 집착한 성리학이 조선 사회를 책임질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임지왜란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고리타분한 이 학문이 당시 조선사회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타당성에 내 나름대로 고심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고민에 대해 이 책은 내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퇴계와 율곡은 성리학의 비판으로 지적될 수 있는 현실 안주를 벗어난 실천적인 유학 사상가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당시의 어려운 정치 상황에 자신의 몸을 온전히 보전하기보다 올바른 직언을 통해 정치 개혁을 표방했으며 국제 상황을 고려하여 조선이 나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한 해안을 보여 주었다. 유학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였고 그 고민은 「무진육조소」와 「만언봉사」를 통해 심지 있는 간언을 기탄없이 고했으며 조선의 언론 정치의 구심점의 역할을 담당했다. 사리사욕에 물들지 않고 국가와 백성을 위해 지도층 인사로서, 지식인으로서 올바른 본분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걸었던 위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여 변화와 개혁을 도모한 율곡과 현실 정치 후방에서 숲을 보면서 상소를 통해 정치 의사를 전달한 재야 정치를 주도한 퇴계의 정치 면모에 대한 현실적 타당성을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생각 바탕에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유학자의 올곧은 길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분명하게 깔려 있었다. 목숨을 걸고 직언하였으며, 정치적 갈등이 초래했던 훈구파 세력에게도 조금도 굴하지 않는 유학자의 풍모가 상소문 곳곳에 나타난다.
두 사람은 한 세대가 넘는 연령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고민하고 염려하는 문제에 대한 공감은 세대 차이를 뛰어 넘었다. 현실 정치, 후진 양성, 백성들의 삶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서로의 의사를 묻고 발전 방향을 놓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면들이 잘 드러났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차이는 있어도 문제 인식과 해결 의지는 다르지 않았고 볼 수 있다. 정치인으로 면모를 가지고 두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후진을 기르고, 당시의 사상과 정치 변화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헌신한 두 위인들의 공로를 후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