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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광고 제작자 김혜경의 광고와 광고인, 친구, 가족, 나이 먹음 등 일상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중간 중간 차분하고 그윽한 사진, 아름다운 디자인에 솔직 담백하고 때론 도발적인 그녀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 속이 후련해온다.
이 여자들이야 나이는 들어가고 있지만 성공과 명성을 한껏 누리며 생의 절정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 할 수 있지, 하면서 조금 질투가 나려고 하다가도 늘 위경련에 응급실을 들락날락 했다는 이야기에는 참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돈과 직결된 광고계, 살아남느냐, 사장되느냐, 둘 중 하나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서, 프로젝트를 따기 위한 계획, 회의, 구성, 프리젠테이션, 결과, 책임 등, 매일 초긴장의 상태로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이 보이는 듯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눈 내리는 조용한 山寺에서 한가롭게 거닐던 두 사람, 그들을 배경으로 조용하고 신선하게 들리던 이 詩 같은 광고의 제작자라고 한다.
핸드폰과 산사, 그리고 꺼두라니...
덥고 숨 가쁜 일상에 산들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오듯 그런 이미지로 그녀는 핸드폰이 아닌 여유를 팔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져야하는 크리에이터, 글, 그림, 음악, 미술, 종합적인 예술 감각을 총 지휘할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의 소유자인 그녀는 ‘나이 든다는 것은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항상 위로 위로 올라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신을 풀어주고 용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나이 듦의 여유란 말이지.
나도 남도 조금 부족해도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것, 계속 꾸미고 자꾸만 덧칠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연륜이 깃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나이 먹는 것의 장점은 한 없이 많다. 여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술술 넘어가는 이 책 속의 고급스럽고 단아한 사진들처럼 이렇게 기분 좋은 느낌일 수 도 있다는 것을 잘 기억해 두고 싶다.
어느 날 햇볕 잘 드는 인사동에서 오랜 친구와 마주 앉아 싸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이렇게 이야기 하자.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