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에게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개나리꽃 물고 가는
노랑 병아리
새로 받은 교과서의
아, 그 책 냄새 같은  
봄아, 오너라
-<시> 봄아, 오너라 중-

개나리꽃, 산수유 꽃, 생강나무 꽃..... 왜 봄은 노란색으로 시작될까?
지난 3월에 난생 처음 꽃구경을 하러 관광버스를 타고 남쪽의 광양 매화 마을과 구례 산수유 마을을 다녀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활짝 핀 매화 군락지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자잘한 꽃망울을 터트리며 낮은 산과 온 동네를 노랗게 물들인 산수유 꽃이 마치 치장하지 않은데도 자꾸 눈길이 가는 수줍은 처녀 같이 예뻤다.
저자의 위 시를 읽으니 9살의 나로 돌아간 듯 마음이 뭉클해져 온다. 갓 태어난 노랑 병아리의 보송보송한 털과 개나리를 물고 아장 아장 걸어가는 발자국으로 봄이 오고 있다. 낯설고 흥분된 마음을 안고 새 교과서를 받는 아이의 마음으로 도 봄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새 교과서를 받으면 빳빳한 새 책의 냄새가 싫지 않았다. 책이 귀하던 시절, 학급문고의 책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고, 새 교과서의 국어책은 그날 바로 집에 가서 완독하곤 했었다. 요즘은 국어책이 재미있고 참 감동적이야 하면 웃겠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저자는 우리나라 아동문학과 글쓰기 교육의 한 획을 그으신 분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신 분이고,
진실한 삶에서 진실한 글이 나온다는 참 교육을 일찍이 가르치신 분이다.
그 분의 가르침은 많은 부모님들, 선생님들, 아동문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어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 글쓰기가 재주나 기술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진실한 글쓰기가 되어야 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다.

‘ 시가 사탕과자나 장난감이 아니고, 또 껍데기만 다듬고 꾸미는 화장술일 수도고 없고, 더욱 커다란 감동스런 세계를 창조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저자의 3편의 시집에 실린 시를 뽑아 서정적인 그림과 함께 엮었다.
새 책이지만 어렸을 때 정들었던 동시집을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발견하듯 반갑고 편안하다. 저자와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에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만나서 우러나온 시, 조금만 농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 반가운 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중년인 나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있어서 나중에 사전에서 찾아볼 생각으로 빨간 줄을 그으며 읽었다.
뻐꾹채꽃, 푸나무, 망태기, 비름풀, 바랭이, 짠대 송기 따 먹고 등...
국어사전을 찾으며 읽든지, 참고서처럼 시 맨 아랫부분에 낱말 풀이가 되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욕심도 내본다.
이 좋은 시를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할까? 아이들이 이 시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시가 좋지 않아서도 아니고,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어서도 아닌, 이 시들의 배경이 아이들이 사는 환경과는 너무 달라서 일 것이다.
조금씩 자연의 아름다움, 고마움에 눈 떠간다면 저자의 주옥같은 시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스며들 날이 올 것 같다.
산나리꽃이 얼마나 황홀하게 예쁜지 경험했던 아이는 책 속의 ‘산나리꽃’이란 시를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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