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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4권 세트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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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규 편저/일송북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춘추시대>는 2~3일이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고판 총 10권 중 1권이다.
책 말미에 월나라 왕 구천의 승리로 춘추시대를 마감하는 오․월 전쟁을 읽으며 예전에 몇 번 보았던 EBS 세계 명작 드라마 <와신상담>이 떠올랐다.

침침한 화면 속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카리스마를 품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삼국지>를 읽은 후 다이나믹한 중국사에 흥미는 있었지만 워낙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왜 복수의 칼을 저리도 가는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지 못해서 몇 번 보다가 말았었다. 춘추시대를 읽은 지금 ‘와신상담‘의 유래인 오나라와 월나라와의 역사를 조금 알고 드라마를 보았더라면 꽤 유명한 배우들의 명연기를 더 재미있게 감상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나라 왕 부차는 월나라를 치다 죽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신하들에게 원수 갚을 일을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하도록 한다.

“부차님, 월나라 왕이 부친을 살해한 일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그러면 부차는 눈물을 흘리면서,
“원, 그 일을 잊어서야 될 말이냐!”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의 부하들은 매일같이 식전과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물으면서 임금을 항시 깨우쳐 주었다. 2년을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부차는 드디어 월나라를 쳐서 대승을 거둔다.

자기 백성들이 닥치는 대로 살해되고 들판에 다 익은 곡식이 온통 불타는 아비규환의 지옥 속에서 월나라 왕 구천은 월나라와 화해하는 대신 자신을 오나라 왕 부차의 신하로 삼겠다는 부차의 요구에 따르기로 한다. 오나라 왕의 종이 된 월나라 왕 구천은 그 후 몇년간 무덤 옆에 있는 돌집에서 살며, 오나라 왕의 말고삐를 잡았고, 오나라 왕이 병들었을 때 그의 똥을 맛 볼 정도로 성심성의껏 받들어, 그가 고국으로 돌아갈 때 오나라 왕은 친히 배웅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드디어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멸시를 받아온 약한 나라를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한편, 편안한 생활이 자신의 의지를 약하게 할까 염려해 날마다 짚 위에 누워 자고, 쓸개즙을 빨아 먹으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는 것이 그 유명한 <와신상담>이다.

안으로는 출산을 장려하고, 농업을 부흥시켜 부강한 나라로 키우고, 밖으로는 적국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아 민심이 흉흉해질 거대한 토목공사를 부추기는 한편, ‘경국지색’의 미녀 ‘서시’를 오나라 왕에게 보내 흥청거리게 한 후 결국 오나라의 책사 ‘오자서’의 예언대로 10년도 못되어 오나라를 ‘싹 쓸어’ 버렸다.

순박하고, 정이 많고, 바보 같을 정도로 용서를 잘하는 우리의 정서와 비교해 볼 때 이 사람들은 한마디로 무서운 집념의 사람들인 것이다. 냉정하고, 계산적이고, 받은 만큼은 꼭 돌려주어야 성이 풀리는 아주 샘이 철저한 사람들이다.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오나라와 월나라의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는 미인의 웃음 한번을 얻으려다 나라를 망해먹은 왕과 침울한 미인 포사, 관중과 포숙아의 신의와 우정을 담은 관포지교, 두루미를 사랑하다 나라를 망해먹은 왕, 손자병법의 손무, 오나라를 패주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오자서, 그 유명한 공자 등 춘추시대에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들의 활약을 담은 흥미진진한 총 24편의 이야기로 국사 시간에 마음 푸근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듯 어렵지 않게 중국사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편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듯, 이 책의 원전은 중국 내 조선족 자치주의 한 출판사에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만든 14권의 중국사이다. 30년에 걸쳐 그 분야의 학자들이 공들여 집필했으며, 광활한 대륙의 복잡한 중국사를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책인 만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전체적인 중국사의 큰 흐름을 잘 정리해 두었다.

삼국지와 초한지를 읽으며 익혔던 중국사의 일부분이 춘추시대, 전국시대, 진, 한, 삼국시대 등 각 권을 따라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잡힐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생이 부모님과 함께 읽으며 역사 속 이름 난 인물들과 그들이 벌였던 사건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본다면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는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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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 마음으로 천하를 품은 여인
제성욱 지음 / 영림카디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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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제성욱 지음/ 영림카디널

묵직한 책의 무게로 이 책을 쓰기 위해 기울였을 작가의 땀과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마음에 전해진다. 선덕여왕은 삼국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7세기 중반 16년 동안 신라를 다스린 동아시아 최초의 여왕이다. 어렸을 때 막연하게 들었던 그 이름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지금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진평왕의 둘째로 태어난 덕만은 어려서부터 별을 좋아하는 총명한 아이이다. 원광법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불교의 가르침을 가슴에 깊이 새긴 그녀는 마음이 넓을 뿐 아니라 용감한 성품도 지녔다. 아들이 없어 쉽게 후사를 결정짓지 못한 진평왕이 나이 들고 힘이 없자 왕위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여자이지만 성골이며 자격이 충분한 공주인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김유신과 김춘추의 도움으로 숙부 백반의 세력을 물리치고 왕위에 오른 선덕여왕은 여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약점을 오히려 여성의 부드러움과 어머니 같은 성정으로 극복하여 만백성에게 성군이라고 칭송 받는 왕이 되었다.

선덕여왕은 주변의 고구려, 백제, 당나라에 맞서 자주적인 정치를 펼치려 애썼으며 백성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 속으로 내려와 그들을 안고 가는 왕이 되려 했다. 그녀는 불교를 중흥시키고, 평생의 숙원이던 첨성대를 만들어 자신의 꿈이 신라에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화려한 업적 뒤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여자로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갈 수 없는 운명 또한 참 쓸쓸해 보인다.
선덕여왕을 둘러싼 인물들도 매우 흥미롭다. 선덕여왕의 정치적 소신을 펼치는데 두 팔이 되었던 김유신, 김춘추, 평생의 경쟁자이며 권력 앞에 비정한 인간으로 그려진 언니 천명공주, 사촌오빠이며 첫 사랑인 용춘, 동생인 선화공주와 백제의 무왕이 된 서동의 만남, 노년에 만난 여왕의 남자 지귀, 평생 선덕여왕 곁을 지키다가 먼저 가 버린 비형 등,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를 보듯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정말 서동이 퍼트린 노래 때문에 신라최고의 미녀인 선화공주가 백제의 무왕에게 시집을 갔을까? 두 나라의 이해관계에 얽힌 정략결혼보다는 로맨틱하면서도 기구한 이런 이야기가 선화공주와 무왕을 훨씬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선덕여왕은 만덕의 출생부터 어릴 적 성장과정을 지나치게 판타지에 가깝게 그리고 있다. 선덕여왕이란 인물에 지나친 극적인 요소를 넣어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다 보니 차분하며 진지한 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만들어지는 영웅, 원래부터 영웅으로 태어난 선택받은 자의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래도록 마음에는 남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약한 사람인데 조금 더 소탈하고 조금 더 용기 있게 세상과 맞서 피 흘리며 싸운 그런 사람 앞에서 우리는 눈물짓는다. 그리고 훗날 사람들이 그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무한과 상상력으로 새롭게 우리에게 온 선덕여왕, 그녀를 읽으며 이 시대의 아름다운 인간상, 아름다운 지도자상을 새롭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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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고려왕조실록
이은식 지음 / 청목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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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인물사연구원이 펴낸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은 ‘고려사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해설서’란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들어 <고려왕조실록>을 재편집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건국 초 태조 왕건으로부터 예종까지를 상권에서, 무신정권에서 고려 말 공민왕을 걸쳐 공양왕까지를 하권에 수록하였고, 각 권 하반부 1/3 분량으로 한국사와 주변국정세를 정리한 연표가 수록되었다. 저자의 서문에 이어, 근거 자료가 되는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대한 소개, 고려 왕실 세계도, 고려 34대 왕의 계보, 각 왕들의 능의 위치가 소개된 후 본문이 시작된다. 치밀한 구성과 슬슬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 아름답고 품위 있는 외관 등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상권에 수록된 고려 초부터 고려 중기까지의 역사는 이전의 국가들과는 다른 고려다운 정치적 기틀 마련과 국가의 정체성 획득이라고 볼 수 있다. 태조 왕건은 정치적 안정과 백성을 융화시키는 불교 정책들을 펼쳐 건국 초기의 수많은 현실적 문제를 아주 유연하게 처리하였다. 이후 왕권 쟁탈에 희생된 혜종, 과도기적 혼란기에 잠시 왕위에 머물렀던 정종을 거쳐 광종에 이르러 고려의 국가적 발판이 다져진다. 과거제도 실시, 국가 재정의 안정, 노비안검법 실시로 호족 세력의 반발도 있었지만 왕권이 크게 강화된다. 요즘 방영되는 TV 드라마 천후태후는 고려 목종 재위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 속의 천추태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여장부요, 사대를 배척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역설한 당당한 여성인 반면 이 책 속 그녀의 행적은 드라마와는 정 반대의 인물로 보인다. 역사는 그녀를 왕족으로서의 품위도, 정조도, 모성애도 결여된 여자요, 권력을 남용하고 애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들인 임금까지 왕위에서 쫓겨나 비참한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인물로 적고 있다.
왕위 쟁탈의 혼란 속에 단명을 한 비운의 왕들과 고려만의 독자 노선을 펼치며 북방 민족에 과감히 맞선 싸웠던 강인한 왕들은 대조적이지만 상권으로 보는 고려의 전체적 이미지는 강인한 민족정신과 자주성을 가진 힘찬 모습의 국가이다.

하권에서는 무인정권이 들어서며 고려의 정통성이 훼손되었고, 어지러운 정국을 맞게 된다. 야욕으로 가득 찬 혼란스런 정치 상황에서 왕권은 처절할 정도로 추락하고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한 두 번 보고 넘어간 여러 왕들의 이름으로 왕조 계보는 채워진다.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과 외부의 몽고의 침입 앞에 힘없는 나라의 가난한 백성은 무참히 짓밟히고 고려는 원나라의 제후국으로 전락한다. 고려 말에 이르러 민족적 자주성을 회복하고 옛 고려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공민왕의 개혁정치가 펼쳐지지만 오랜 질병으로 회복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 병자처럼 고려는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신진사대부와 신흥 무인 세력에 의해 새 왕조가 세워지게 된다.

약 450년 34대 영욕의 세월을 보냈던 고려에 대한 기록이 참 빈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려왕조실록>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고려왕조실록을 재편집해서 기록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만이 고려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하고 있다. 역사책이 불타 사라져 보존되지 못 할 만큼 고려와 조선의 역사는 험난한 시간을 걸어왔다. 이제 이 땅에서 살아간 인물들과 사건, 행적, 문화와 발자취를 살피고 현재의 역사를 생생하게, 아름답게 기록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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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고대사 유적답사기 - 영산강에서 교토까지, 역사의 질문을 찾는 여행
홍성화 지음 / 삼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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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적인 통치 체제를 완성하고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며, 새로운 정책을 펼침으로써 근대로 가는 기틀을 다진 일본의 메이지 유신, 그 메이지 유신의 초기에 일본 통치자들이 내세운 정책은 한국을 정벌한다는 ‘정한론’이다.
정한론은 일본이 대륙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대륙을 식민지 삼으려는 침략의 정책일 뿐 아니라 일본 국내의 정치적 문제를 안정시키려는 사정도 있었다고 한다. 서양의 개방 압력을 받아들인 일본은 서양 여러 나라들의 식민지 정책을 참고하여 조선을 침공하여 자신들의 구미열강과 맺고 있는 불평등조약을 개정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 세력을 국외 전쟁으로 보내어 불만을 무마하고,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쏠리게 하며, 조선의 자원을 일본으로 반출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목적도 있었다.
저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근대의 일제 침략과 정한론을 공부하다가 정한론의 뿌리가 고대사까지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대 한일 정치외교사’를 연구하게 되었다. 기존의 한국과 일본 고대사의 틀, 전혀 상반되는 두 나라 역사학자들의 틀을 비판하고 철저한 현장 답사에 의해서 진실을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말한다.
기록이나, 유물도 거의 없고, 시간으로도 너무나 오래전의 일, 흔적조차 뚜렷하지 않은 고대사와 관련된 유물을 찾아 저자는 영산강 유역으로 시작한 한반도 와 일본열도의 관련 유적을 두루 답사한 노력 끝에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빼곡한 글자와 사진의 엄청난 자료를 남겼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 왕인 이야기, 고대에 백제가 일본을 점령 했다는 설, 일본의 천황족은 백제나 가야의 왕족과 같다는 우리의 일본에 대한 역사 인식이나
또 그와 반대로 일본이 고대 삼한을 정복했고, 백제가 일본에 조공을 바쳤으며, 고대 한반도 남쪽 지역을 일본의 임나일본부가 지배했다는 설 등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인식은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고대사를 뒷받침하는 양국의 기록물인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서도 그 내용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일본과 한국의 고대사는 주로 일본이 독도에 대해서, 과거 한반도의 영토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주장을 내세우며 시비를 걸면 우리는 거기에 맞서 항변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왜 자꾸 일본이 고대사를 들추며 한국에 시비를 거는 것일까? 지속적인 한국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우위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외교적인 제스츄어일까? 한국 식민지 지배와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주도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일까? 또 다른 정복 전쟁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무튼 그들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과 역사 인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성적과 관련해서 할 수 없이 교과서를 읽어보는 정도로는 절대로 역사의 중요성을 알 수 없다. 그때 있었던 그런 일이 지금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를 배우는 역사 교육이 되어야 하겠다.
이 책은 철저한 유적지와 유물 답사로 한일 고대사를 상세히 파헤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역사를 상세하게 공부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힘겨운 책인 것 같다. 사람이든 책이든, 딱딱하고 어려우면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게 마련이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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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4대 사화 - 무오사화.갑자사화.기묘사화.을사사화
김인숙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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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을 느껴 아내로 삼았다가, 다른 젊은 여자들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줘버린 남자, 집안으로 보나, 성품으로 보나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를 평소 못마땅해 하던 차에 남편의 얼굴을 할퀴어 상처를 낸 사건을 빌미로 집안에서 내 쫓고 끝내 죽여 버린 시어머니,
죽으면서 자신의 피 묻은 옷을 꼭 간직했다가 자신의 어린 아들이 성장해서 자신을 찾을 때 전해달라는 복수의 유언을 남긴 여자.
어미 없이 외롭게 자라 무언가 늘 허기진 자신의 삶 뒤에 자신이 모르던 어마어마한 집안의 비밀이 숨어 있음을 알아버린 한 사람. 그리고 예고된 세상을 향한 그의 복수... 어느 막장드라마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도 이처럼 기가 막히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예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성종과 그 아들 연산군의 가족사이다. 자신을 낳아준 생모가 할머니와 아버지, 그 밖에 이권에 얽힌 사람들에 의해 사약을 받아 죽은 사실을 안 후 왕위에 오른 연산군은 생모인 윤씨 폐위와 사사 사건에 관계자들인 사림세력을 제거한다. 이것이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이다. 성종이 훈구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대거 등용해 실권을 쥐고 있던 사림세력은 연산군 때의 이 두 사화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정치적인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사림을 등용하는 등 개혁정치를 펼치지만 급진적인 개혁세력의 힘이 커지면서 중종은 이들을 또한 내치게 된다. 이것이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들이 갉아먹어 생긴 글자로 신진 사림 세력의 중심인물이었던 조광조와 그를 추종하던 사림들을 역적으로 몰아 죽인 기묘사화이다.
중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인종이 6개월도 안되어 죽고, 중종의 두 번째 부인 문정황후에 의해 첫 번째 부인의 아들인 인종의 지지 세력인 사림들이 대거 죽거나 귀양을 가게 된 사건이 을사사화이다.
조선 중기의 왕들, 예-성-연-중-인-명-선으로 외우는 이 왕들 중 연산군, 중종, 인종, 명종 4대에 50년도 채 안 되는 시기에 일어난 네 번의 사화로 사림은 엄청난 핍박을 받게 된다.
갈등과 정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견제하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여 나라를 이끌 왕권의 부재, 정치적 이상과 명분을 현실 정치에 잘 적용하고 화합하여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야할 정치그룹의 부재, 조선 중기의 백성들의 삶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던 것은 이러한 이유들의 뻔한 결과일 것이다.
그 시간들은 또한 남쪽으로는 왜적들이 출몰하여 백성들을 유린하고, 북쪽으로는 여진족에게 침략을 당하고, 내부적으로는 의적들이 일어나 국가체제에 대항하는 혼란의 시대였다.
인물중심으로 쉽게 풀어쓴 저자의 4대 사화 이야기는 드라마를 보듯 편안하다. 몇 년 전 구혜선이 폐비 윤씨를 맡았던 <왕과나>와 더 오래전 영화배우 강수연이 ‘정난정’으로 주연을 맡았던 <여인천하>의 사건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며, 몇 개월에 걸쳐 TV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단번에 정리가 되어진다. 구혜선의 윤씨는 이미지가 너무 청순가련한 듯 해 실제 인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고, 강수연은 정난정이란 인물에 참 잘 어울렸었다. 중국의 여제, 측천무후나 서태후에 비유되는 ‘문정왕후’가 주인공인 드라마로 <여인천하>란 제목도 적절한 듯하다.
그런 광란의 사건을 시간을 내어 흥미진진하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시끄러운 것이 싫어 일부러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집안이 시끄러우면 집에 들어가기가 싫고, 발악하는 사람들의 광기가 버거운, 후자에 가까운 내게 이 책은 그런 혼란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많은 옛 인물들을 새롭게 만나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갈등하고, 투쟁하고, 격분하고, 죽이고 죽는 광란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후대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도 불쑥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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