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랄라
안니 M.G. 슈미트 지음, 아카보시 료에이 그림,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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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위에서는 주전자가 슈슛,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가끔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비를 창문으로 때리며 팟, 하고 물보라를 일으켰습니다. 고양이 프리흐는 자기 몸을 핥고 있었습니다.  그밖에는 모두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밖에 나가 놀 수 없는 비바람이 몰아 치는 날, 집안은 정적이 감돌고 있다.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 듯 설레는 긴장감이 감도는 날이다.
훌륭한 학자인 아버지 브롬선생이 <중세시대의 정치적 긴장 상태>라는 제목의 책을 쓰느라
타자기를 타닥 타닥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좀 조용히 해주렴, 일을 못하겠구나."하고 소리치면서.

그런데 갑자기 미지의 세계에서 꼬맹이 친구가 이 조용한 집으로 날아든다.
아니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 속에서 솟아났는지 찬장 한 구석에 나타난
꼬마 도깨비 위플랄라는 이 조용한 집의 어린 두 아이들과 단박에 친구가 된다.
꼬마 위플랄라는 재미있는 일을 잘 하지 못해서 놀림을 받고 위플랄라 무리에서 쫓겨났다.
재미있는 일이란 요술을 부리는 것을 위플랄라 들이 그렇게 부르는데 꼬마 위플랄라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요술을 부리긴 하지만 그것이 서투르다.
어떨 땐 먹히고 어떨 땐 먹히지 않는 요술말이다.

위플랄라는 자신을 위협하는 어떤 것(주로 사람이나, 동물)들을 돌로 만들거나 자신만큼 조그맣게 바꾸어버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에 서투른 위플랄라는 가끔은 되돌려놓고 싶어도 되돌리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착한 두 아이와 재미없고 엄격하지만 훌륭한 학자인 아빠는 위플랄라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요술에 서툰 가엾은 위플랄라와 함께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모험의 시간들을 겪게 되는데...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과 따뜻한 우정, 넘치는 위트와 가슴 찡한 가족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 동화는 청소년문학상 수상, 국제 안데르센상 외 아동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안니 슈미트(1928~1995)의 작품이다. 안니 슈미트는 네덜란드의 진짜 여왕을 뛰어넘는 여왕'으로 불릴 만큼 네덜란드에서 사랑받는 작가이다. 아카보시 료에이의 소박하고 천진한 삽화도 사랑스런 두 아이와 귀여운 위플랄라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듯,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아이가 몸이 오그라질 정도로 너무나 심심해 하면서 하루종일 방안을 뒹굴거리는가?
'온 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찌릿 찌릿 재미있는 일이 뭐 없을까?' 하고 간절히 바라는가?
"좀 조용히 해주렴, 일을 못하겠구나." 라는 소리는 이제 그만 치우고, 책 한권 들고
어른인 당신의 시간을 빠져나와 아이의 시간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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