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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ㅣ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평점 :
<하루살이> 하권에서는 마치 한권의 장편 소설을 보듯 본편 '하루살이'와 뒤에 에필로그 같은 '마귀는 물러나고 만복은 들어와라' 짧은 이야기로 빼곡히 채우고 있다. 허나 본 책은 연작소설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렇게 마지막에 가서 앞서 일어난 사건들을 취합해 퍼즐의 완성된 모습을 슬며시 보여준다.
하권의 시작 부분에서는 눈물 한 방울 안 보일 것 같은 사키치의 눈물을 뒤로 하고 사키치가 범인으로 지목된 과정과 그가 범인인지의 여부를 밝히고 있다.
"의심하는 것과 불안해 하는 것은 다르다, 사키치." p.12
헤이시로의 말처럼 범인으로 사키치를 의심하는 것과 그가 아오이를 해칠 이유가 있었고 그럴 만했다고 믿으면서 불안해 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불신이지만 후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이 이유없이 그랬을리는 없다, 설사 그러했다하여도 분명 사람이라면 이해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 것이다. 믿는다. 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그렇기에 악용하기도 쉽다. 그러나 그러한 거짓된 믿음과 신뢰는 이런 사건을 통해 베일을 벗고 제 얼굴을 들어민다. 하지만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그리고 사키치의 아내 오케이는 그 믿음이 거짓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었다. 아아, 사키치, 사랑받고 있구나!
스포일러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피해가려 했으나 다음 이야기를 하자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사키치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미나토야의 도움으로 사키치는 무사히 지신반에서 풀려났지만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죄를 범한 자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헤이시로는 공식적으로 사건을 몰고갈 생각은 없다.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그 지역 관리(아오이의 저택은 헤이시로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다른 마치이다.)에게 뒷손(?)을 쓰며 자신이 그 지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사건을 캐더라도 침묵해달라며 싸바싸바(?)를 한다. 하하. 관리들의 비리 현상을 몸소 보니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그도 그럴게, 헤이시로의 비리라니!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사키치를 위해서 그러했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이번 한번은 봐준다!라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면이 헤이시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일반 사람이고 정도 많으며 관리 중 한사람임을(그의 모습은 보통 관리의 모습과 다르다.)보여준다. 즉 이것도 헤이시로의 인간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헤이시로가 영웅이라서 늘 바른 일만 하고 번듯하며 행동과 생각하는 것 마저도 히어로스러웠다면 그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것이야말로 가식적이며 꾸며져 있고 에도시대스럽지 않다. 무슨 미국영화도 아니고 히어로스러운 헤이시로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우헤!(헤이시로의 수하 고헤이지도 이걸 상상하면 이렇게 놀라며 웃었을 것이다.)
또한 사건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하고 그 내막에 숨은 사람의 뒷면을 보고 유미노스케는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과 분함을 숨김없이 드러내보이는데 그걸 보고 헤이시로는 아직 어리구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며 분해하고 안타까워해줘야 나 역시 맘을 놓을 수 있지 않은가. 모두들 사건을 푸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뒤에 숨은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책을 덮고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뭐이래!라며 내가 분통을 떠뜨릴지도 모른다. 유미노스케 고맙다! 네 행동에 맘을 놓는 걸 보면 나도 아직 어린가보다. 하하.
사건의 내막은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마사고로, 짱구 등 수많은 인물들의 협력 아래 약간 씁쓸한 맛을 남긴 채 마무리지어진다. 하지만 이 씁쓸함은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헤이시로가 처음에 사키치에게 말했듯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살아있는 내내 맘이 편치 않을 것이고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 할 수 있다 해서 처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러해서도 안 된다. 자신이 한 일, 벌인 일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한다. 이런데서 물러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미노스케가 거의 사건을 다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기에 일단은 그의 재기와 깊은 생각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작은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기에 그리 잘 돌아가는고? 어찌나 기름이 휭휭 잘 돌아가는지 이 늙은이는 따라잡을 수가 없구나. 하하. 더불어 약간 기분이 좋은 것은 얼간이에서 사건에 얽혀있으며 직접 등장까지 했던 미나토야의 소에몬의 베일이 하루살이에서 많이 벗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악인이라며 애써 감춰온 중년의 미가 살며시 고개를 쳐드는거 아닌가! 하하. 미나토야의 장남 소이치로도 마음을 정하고 기개를 펴고 자리를 잡던 미나토야를 잇든 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미미여사가 다음편을 써 또 볼 수 있다면 그간 이야기를 들려주면 반갑게 맞아주고 싶다.
아오이를 죽인 범인은 읽는 동안 어느정도 알아차렸지만 나 역시 도통 그녀가 '왜' 그러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왜'라는 과정을 밝히는 과정이 꽤나 골칫거리가 아니었나한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미 마무리 된 사건의 진범을 찾아 시간과 인력을 쓰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나서서 밝혀주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갈 맛이 나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또 정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얼마나 박정한가. 인간미가 메마르다 못해 아주 가뭄이 일 지경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전혀 무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러한 일은 모든 사람의 주변에 만연해 있다. 꼭 사건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여러가지의 안 좋은 일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만 피해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생활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진심어린 관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가득차 바라 볼 뿐인 것이다. 다음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데. 오지랖이 넓은 것과는 다른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나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자신의 메마른 감성이나 인간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속정이 깊은 무사 헤이시로, 귀여운 유미노스케, 듬직한 마사고로, 생각 깊은 짱구 그리고 오토쿠를 비롯한 나가야 사람들,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딘가 모르게, 콕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지만 이상하게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립다'라는 느낌이 들어 애잔하고 아득해진다. 유미노스케의 언변에 깜짝 놀라면서 귀엽다고 웃고 헤이시로의 행동을 보며 박장대소하며 같이 영감처럼 웃기도 한다. 오토쿠 아주머니를 보면 그녀처럼 오지랖 넓은 사람은 흉내낼 수도 없고 안타깝게는 생각해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넓디 넓은 마음에 그녀가 살고 있는 나가야에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살며시 든다. 그 따스한 마음에,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의 만담같은 생활에 하루살이도 덜 고달프게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이 마무리 되고 '마귀는 물러나고 만복은 들어와라'에서는 유미노스케의 사촌 누님인 오토요의 피로연에서 공연을 하는 유미노스케와 짱구 그리고 미모의 여인을 보고 헤이시로가 외친다.
"유미노스케 녀석, 어느새 데이슈의 제자가 됐구나!" p.378
또 연작이 잇다른다면 그 서막에는 천재 유미노스케가 이번엔 묘기를 배워 사건을 해결해나갈지도 모른다. 아, 그전에 양자건부터 확실히 하자고요~ (이미 헤이시로는 유미노스케를 양자로 삼기로 마음 먹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