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4 - 더부살이 아이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샤바케 4권이 나왔다. 3권 읽은 이후 4권은 기대도 안 했건만 시리즈가 있었나보다. 이렇게 계속 나와줘서 독자로써는 기쁘다.
 이번 샤바케 4권에서는 전작과 같이 나가사키야의 도련님과 요괴 행수 그리고 도련님과 한방에 같이 지내는 야나리와 병풍요괴가 등장한다. 그 외에 새로이 단역으로 출연하는 요괴들 역시 인상적이다.

 총 5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이야기가 본 책의 부제인 '더부살이 아이'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고와이'에서는 '고와이'라는 요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와이와 엮이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불행해진다는, 요괴들 사이에서 조차 외면당하는 요괴로 우리 착하고 동정심 많은 도련님은 이 고와이마저 동정하며 거둬주려하지만 고와이는 거절한다. 고와이는 직인의 솜씨를 우수하게 만들어 준다는 묘약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면 교환하겠다고 한다. 그 약을 얻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불행한 일을 겪게 되고 그 일을 도련님과 행수님이 해결한다.

 두번째 이야기인 '분접지'는 도련님의 방안에 있는 병풍 속의 병풍요괴와 분가게의 아가씨 오히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련님의 병문안으로 나가사키야를 방문한 오히나는 병풍 요괴의 등롱을 들고 오게 되고 병풍 요괴는 자신의 등롱을 찾으러 오히나를 만나러 왔다가 얼떨결에 그녀의 상담자 역할을 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인 '움직이는 그림자'는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어릴적 만난 그림자 요괴를 물리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련님은 어릴때부터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던 듯,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수뇌를 담당하며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간다. 하지만 도련님의 마을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사건 해결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네번째 이야기인 '아린스코쿠'에서는 유곽으로 유명한 요시와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그곳의 기녀를 빼내기 위해 도련님과 행수분들, 도련님의 아버지인 도베에 등 사람과 요괴가 나서서 무사히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막바지 부분이 기똥차,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난다. 그런데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요시와라얘기를 통해서 도련님이 무려 18살이나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행수님들이 빙의되어 도련님을 아이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본 책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부제인 '더부살이 아이'편에서는 도련님의 방에 기거하는 또 다른 요괴 '야나리'가 처음부터 등장한다. '야나리'가 걸어다니면 지붕이나 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하는 작은 요괴로 도련님이 주는 간식을 즐겨먹는 것이 낙이다. 그런 야나리 중 한명이 나가사키야에서 달님을 옮겨놓은 듯한 예쁜 구슬을 보고 반하게 된다. 그 예쁜 구슬은 아마기야에서 딸의 혼수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빗의 장식품이었다. 빗을 완성하기 위해 그 구슬은 빗을 만드는 장인에게 건내졌으나 장인은 머리에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 발견되고 나가사키야에서 구슬은 행방이 묘연해져 도련님과 행수님이 나선다. 하지만 부상자가 죽은 것도 아니므로 여전히 피튀기지 않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에도 시대의 일상(?) 미스터리이다. 물론 요괴가 보이고 그들과 어울리는 도련님의 일상 미스터리이다. 

 큰 반전이 있는 등의 미스터리로써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허나 본 책은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로 허약한 도련님을 애지중지 하는 행수 니키치와 사스케 그리고 요괴들의 에도 시대의 사건을 재미있게 그림으로써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시대물과 어딘가 귀여운(?) 요괴들이 보고 싶으신 분들, 얼른 책을 펼치시길! 행수님들이 야나리를 쫓아내고 도련님은 괜찮다며 웃는 방 안에 어느덧 자신도 앉아 간식을 야금야금 집어 먹으며 사건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이다. (이동 할 때는 도련님의 소매 안속으로!)  

 

 

*오타 (출판사에서 재판 찍을 때 반영하겠다고 한다.)

 

p.116, 밑에서 아홉번째 줄

 니치키 ㅡ> 니키치

 

p.136, 주석

 ~비슷하다고 하다ㅡ> 비슷하다고 한다

 

p197, 밑에서 세번째 줄

 요시와라라구요 ㅡ> 요시와라라고요

 

 

*뭔가 아리쏭한부분.

 

p.228, 위에서 3번째 줄에

"옆은 황혼이 점차 짙어짐과 동시에 유흥점과 기루의 차양에서 드리워진 등롱이 긴 빛의 행렬을 만든다."라고 되어 있는데, 혹시 "옆은"이 아니라 "엷은"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원문을 확인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원문은 없고..

읽다보니 "엷은 황혼이 점차 짙어짐과 동시에~"라고 해야 매끄러운 것 같다.

 

(+이 부분 역시 오타로 출판사 측에서 재판시 수정하겠다고 한다.)

 

p.278, 주석에

"오카히키(岡引)"라고 되어 있는데 "오캇피키おか-っ-ぴき"라고 보통 번역되는 듯 하다. 최근에 읽은 <얼간이>, <하루살이>등에서도 오캇피키라 표시되어 있어 나는 이쪽이 더 익숙하다. 허나 이건 오타는 아니고 같은 말이니 어떤 것을 써도 상관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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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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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하권에서는 마치 한권의 장편 소설을 보듯 본편 '하루살이'와 뒤에 에필로그 같은 '마귀는 물러나고 만복은 들어와라' 짧은 이야기로 빼곡히 채우고 있다. 허나 본 책은 연작소설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렇게 마지막에 가서 앞서 일어난 사건들을 취합해 퍼즐의 완성된 모습을 슬며시 보여준다.
 하권의 시작 부분에서는 눈물 한 방울 안 보일 것 같은 사키치의 눈물을 뒤로 하고 사키치가 범인으로 지목된 과정과 그가 범인인지의 여부를 밝히고 있다.

 "의심하는 것과 불안해 하는 것은 다르다, 사키치." p.12

 헤이시로의 말처럼 범인으로 사키치를 의심하는 것과 그가 아오이를 해칠 이유가 있었고 그럴 만했다고 믿으면서 불안해 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불신이지만 후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이 이유없이 그랬을리는 없다, 설사 그러했다하여도 분명 사람이라면 이해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 것이다. 믿는다. 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그렇기에 악용하기도 쉽다. 그러나 그러한 거짓된 믿음과 신뢰는 이런 사건을 통해 베일을 벗고 제 얼굴을 들어민다. 하지만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그리고 사키치의 아내 오케이는 그 믿음이 거짓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었다. 아아, 사키치, 사랑받고 있구나!

 스포일러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피해가려 했으나 다음 이야기를 하자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사키치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 미나토야의 도움으로 사키치는 무사히 지신반에서 풀려났지만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죄를 범한 자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헤이시로는 공식적으로 사건을 몰고갈 생각은 없다.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그 지역 관리(아오이의 저택은 헤이시로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다른 마치이다.)에게 뒷손(?)을 쓰며 자신이 그 지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사건을 캐더라도 침묵해달라며 싸바싸바(?)를 한다. 하하. 관리들의 비리 현상을 몸소 보니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그도 그럴게, 헤이시로의 비리라니!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사키치를 위해서 그러했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이번 한번은 봐준다!라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면이 헤이시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며 일반 사람이고 정도 많으며 관리 중 한사람임을(그의 모습은 보통 관리의 모습과 다르다.)보여준다. 즉 이것도 헤이시로의 인간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헤이시로가 영웅이라서 늘 바른 일만 하고 번듯하며 행동과 생각하는 것 마저도 히어로스러웠다면 그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것이야말로 가식적이며 꾸며져 있고 에도시대스럽지 않다. 무슨 미국영화도 아니고 히어로스러운 헤이시로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우헤!(헤이시로의 수하 고헤이지도 이걸 상상하면 이렇게 놀라며 웃었을 것이다.)

 또한 사건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하고 그 내막에 숨은 사람의 뒷면을 보고 유미노스케는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과 분함을 숨김없이 드러내보이는데 그걸 보고 헤이시로는 아직 어리구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며 분해하고 안타까워해줘야 나 역시 맘을 놓을 수 있지 않은가. 모두들 사건을 푸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뒤에 숨은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책을 덮고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뭐이래!라며 내가 분통을 떠뜨릴지도 모른다. 유미노스케 고맙다! 네 행동에 맘을 놓는 걸 보면 나도 아직 어린가보다. 하하.

 사건의 내막은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 마사고로, 짱구 등 수많은 인물들의 협력 아래 약간 씁쓸한 맛을 남긴 채 마무리지어진다. 하지만 이 씁쓸함은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헤이시로가 처음에 사키치에게 말했듯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살아있는 내내 맘이 편치 않을 것이고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 할 수 있다 해서 처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러해서도 안 된다. 자신이 한 일, 벌인 일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한다. 이런데서 물러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유미노스케가 거의 사건을 다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기에 일단은 그의 재기와 깊은 생각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작은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기에 그리 잘 돌아가는고? 어찌나 기름이 휭휭 잘 돌아가는지 이 늙은이는 따라잡을 수가 없구나. 하하. 더불어 약간 기분이 좋은 것은 얼간이에서 사건에 얽혀있으며 직접 등장까지 했던 미나토야의 소에몬의 베일이 하루살이에서 많이 벗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악인이라며 애써 감춰온 중년의 미가 살며시 고개를 쳐드는거 아닌가! 하하. 미나토야의 장남 소이치로도 마음을 정하고 기개를 펴고 자리를 잡던 미나토야를 잇든 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미미여사가 다음편을 써 또 볼 수 있다면 그간 이야기를 들려주면 반갑게 맞아주고 싶다.

 아오이를 죽인 범인은 읽는 동안 어느정도 알아차렸지만 나 역시 도통 그녀가 '왜' 그러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왜'라는 과정을 밝히는 과정이 꽤나 골칫거리가 아니었나한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미 마무리 된 사건의 진범을 찾아 시간과 인력을 쓰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나서서 밝혀주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갈 맛이 나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또 정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얼마나 박정한가. 인간미가 메마르다 못해 아주 가뭄이 일 지경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전혀 무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러한 일은 모든 사람의 주변에 만연해 있다. 꼭 사건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여러가지의 안 좋은 일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만 피해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생활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진심어린 관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가득차 바라 볼 뿐인 것이다. 다음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데. 오지랖이 넓은 것과는 다른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나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자신의 메마른 감성이나 인간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속정이 깊은 무사 헤이시로, 귀여운 유미노스케, 듬직한 마사고로, 생각 깊은 짱구 그리고 오토쿠를 비롯한 나가야 사람들,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딘가 모르게, 콕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지만 이상하게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립다'라는 느낌이 들어 애잔하고 아득해진다. 유미노스케의 언변에 깜짝 놀라면서 귀엽다고 웃고 헤이시로의 행동을 보며 박장대소하며 같이 영감처럼 웃기도 한다. 오토쿠 아주머니를 보면 그녀처럼 오지랖 넓은 사람은 흉내낼 수도 없고 안타깝게는 생각해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넓디 넓은 마음에 그녀가 살고 있는 나가야에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살며시 든다. 그 따스한 마음에,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의 만담같은 생활에 하루살이도 덜 고달프게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이 마무리 되고 '마귀는 물러나고 만복은 들어와라'에서는 유미노스케의 사촌 누님인 오토요의 피로연에서 공연을 하는 유미노스케와 짱구 그리고 미모의 여인을 보고 헤이시로가 외친다.

 "유미노스케 녀석, 어느새 데이슈의 제자가 됐구나!" p.378

 또 연작이 잇다른다면 그 서막에는 천재 유미노스케가 이번엔 묘기를 배워 사건을 해결해나갈지도 모른다. 아, 그전에 양자건부터 확실히 하자고요~ (이미 헤이시로는 유미노스케를 양자로 삼기로 마음 먹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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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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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주문을 하면 선착순으로 책갈피를 준다 하여 주문을 한 것은 다소 불순한 의도였으나 그 불순함마저 잠식시키는 이 놀라운 재미란!

 본 책 <하루살이>는 전작 <얼간이>의 후속작정도로 얼간이에 나왔던 어딘가 예리하면서도 늘어진 무사 헤이시로와 측량이 취미인 천재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두번째 활약이 그려져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를 주 무대로 사건들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는 나가야 뿐만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게다가 주된 사건 '하루살이'에 앞서 등장하는 이야기 '밥', '미움의 벌레', '아이 잡아먹는 귀신', '눈먼 사랑'에서는 얼간이에 등장했던 인물과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사건의 발단을 볼 수 있어 앞으로 벌어질 일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한다.

 <하루살이>의 서막인 '밥'에서는 오캇피키인 마사고로의 집에 사는 산타로가 병이 났다는 것이다. 산타로는 <얼간이>에도 등장한 인물로 앞이마가 튀어나온,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소년으로 별명은 짱구이다. 유미노스케의 또래로 사건을 통해 유미노스케와도 많이 친해졌다. 초상화 부채 사건을 물으러 짱구를 방문한 헤이시로는 짱구의 '어른스러운' 고민을 이해한다. 그리고 짱구나 쉬는 동안 쓰기 연습을 한 종이에는 '하루살이'라고 적혀있다.

 '미움의 벌레'에서는 사키치와 그의 아내 오케이 간의 일을 다룬 것으로 이때 품은 사키치의 고민이 '하루살이'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이 일이 점점 깊어져 그가 살인을 한 범인으로 몰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랜만에 등장한 사키치는 여전히 듬직한 모습이었지만 아내의 눈물과 질책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하. 그는 틀림없이 애처가다. 둘이 더 틀어지기 전에 그 무거운 입을 열고 이야기를 나눠서 더 돈독해진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아이 잡아먹는 귀신'에서는 어느 부자의 첩인 마님의 집에 하녀로 간 오로쿠의 이야기로, 그녀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마고하치라는 자를 피해 이 마님의 집으로 아이 둘과 함께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끝내 이 마고하치라는 자에게 다시끔 협박을 받게 되고 마님의 도움으로 환술사 무리를 이용해 다시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따끔한 맛을 보여주었다. 그 기겁을 하던 마고하치의 모습이란! 하는 짓을 보면 그러해도 마땅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뒤에 이어 헤이시로가 규베를 찾아가 가와사키의 별처에서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참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악인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이 기분을 지워버렸지만 말이다. 

 '눈먼 사랑'에서는 없어진 뎃핀 나가야를 뒤로 하고 고베 나가야로 이사한 오로쿠가 새로 생긴 찬 가게에 의해 새로 연 가게를 문 닫을 정도로 속 앓이를 하는 편이다. 이 편에서는 말 그대로 사랑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게 없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결국 어찌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에는 항상 원인이 있고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끝난다라는 원인이 있어 결말도 있다는 정석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알 수 없는 결말도 있는 것이 인간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다른 여인에게 갈취를 하고 살인까지 한 남자에게 매달릴 정도까지 빠져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눈먼 사랑'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 책의 큰 제목이 되는 '하루살이'는 하권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로 앞 서 나온 이야기들과 여러부분이 맞닿아 전개가 된다. 얼간이에서 죽은 줄 알았던 사키치의 생모인 아오이를 죽인 범인으로 사키치가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 있다면 이러할까! 범인으로 지신반에 묶여 있는 사키치를 보러 간 유미노스케의 활약은 기리기리 책으로 남을 만하다. 이런 재간둥이를 봤나! 어쩜 이리 말도 잘하고 눈치도 빠를까.

 <하루살이>가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올지는 하권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우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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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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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간이는 미야베월드 제 2막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에도 시대물의 작품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엔 단편도 장편도 아닌 연작 소설집으로 스미다 강 건너 바닷가 저지대를 매립하고 주로 평민들이 살게 된 '혼조 후카가와'의 뎃핀 나가야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연작 소설답게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끝에가서는 장편 소설을 읽은 느낌을 준다.

 오토쿠 아줌마가 들려주는 '괴한' 이야기를 필두로 뎃핀 나가야에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뒤이어 '노름꾼'에서는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주된 화자인 이쓰즈 헤이시로가 등장해 노름꾼인 곤키치의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정작 활약한 사람은 뎃핀 나가야라는 공동체를 관리하는 관리인 규베가 떠나고 관리인으로 새로온 사키치로 젊지만 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사키치를 좋아하지 않았던 오토쿠의 마음마저도 돌려놓는다.

  뒤이은 '통근하는 지배인'에서는 조스케라는 미아와 관련 된 사건을 다루게 되고 끝내 사키치가 그 아이를 돌보게 된다. '논다니'에서는 세입자가 나가기만 하는 뎃핀 나가야로 이사오는 논다니, 오쿠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건이라기보단 평소와 남다른 일상 이야기라 보면 될 듯한데, 정작 헤이시로와 오토쿠를 비롯한 본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듯 하다.

 '절하는 남자'는 항아리 신이라는 것에 절을 하며 미신에 빠진 세입자들의 이야기로 끝내 3가구나 뎃핀 나가야를 떠나게 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관리인인 사키치는 낙담하게 되고 헤이시로는 처음으로 집주인 미나토야가 이 젊은 관리인 사키치를 보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천재 미소년이라 불리는 유미노스케가 등장하는 '긴 그림자'편이다.  유미노스케를 처음보고 헤이시로가 생각 한 것은 이렇다.

 "그래. 고급 생과자 같구나. 먹으면 감칠맛이 날 듯한 생과자." p.299

 그리고는 유미노스케에게 뒤이어 이렇게 묻는다.

 "너 혹시 몸속에 단팥소가 들어 있을 것 같다는 소리 들어 본 적 없느냐?" p.299

 단것을 좋아하는 헤이시로에게 유미노스케가 이렇게 보일 정도면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유미노스케는 재미난 별명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고래'라고 한다. 경척(鯨尺) 같다고 하여 고래라 불린다 하는데, 경쳑은 피륙을 측정하는 자로, 고래 수염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즉 유미노스케는 뭐든지 재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자신의 보폭으로도 재는 이 버릇은 무척이나 정확한데 참으로 재미있는 버릇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이시로의 양자로 들어와 도신이 되어도 괜찮겠지만 자신의 스승처럼 계측만 하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 사는데다 '긴 그림자'편 끝에서는 유미노스케가 그린 뎃핀 나가야의 지도가 사건에 도움이 되기까지 하는데 그냥 썩히기엔 아깝지 않은가. 하지만 이불에 오줌을 지리는 걸 보니, 헤이시로 말대로 아직 어리다. 하하.

 '긴 그림자'에서는 앞에 '괴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노름꾼'에서의 도박 사건, '절하는 남자'의 신앙 사건등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헤이시로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유미노스케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앞의 단서들을 토대로 추론해나가며 가설을 세우고 사실과의 관계를 따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숨 쉴틈 없이 몰아쳐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나온 '유령'은 '괴한'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오토쿠 아줌마가 다시 등장한다. 뎃핀 나가야의 세입자들은 다 나가고 그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이 오토쿠 아줌마로 관리인인 사키치까지 떠난 뎃핀 나가야는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씁쓸함 속에서도 사건들을 통해 느낀 에도 시대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과 정을 떠올리면 이런 세상이라도 살아 갈 수 있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 부재하는 사람과 사람간의 정이나 인간미를 에도 시대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부재하는 현실과 그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에도 시대, 문명도 발달하지 않고 지금보다도 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시대에도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또 서로 투닥거리며 잘 살아갔다고. 에도 시대나 현대나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시간차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 살아가는 것은 한결같으니 사람 냄새 풍기지 않을리 없지 않은가.

 속정 깊은, 어딘가 좀 맹한 무사 '헤이시로'와 재간둥이 '유미노스케'의 이야기는 <하루살이>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얼른 뒤이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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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3 - 땅!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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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대망의 3권이다. 달리기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많은 분량이 나오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로맨스가 많이 있기에 이렇게나 길게 쓸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 책은 그야말로 달리기, 그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지나 렌에게 있어서 또 다른 육상부 선수들이나 타 학교 선수들에 있어서 달리기는 인생이고 목표고 즐거움이다.
 3권에서는 주로 인터하이에 출전해 무지막지하게 성장한 신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미터 계주에서는 이어달리기를 위해 힘을 비축해두려던 렌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렌을 이기지만, 어쨌든 이겨서 솔직하게 기뻐하는 신지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달리기란 순간의 승부니까 충분히 기뻐해도 된다!

 인터하이 지구대회에서 현 대회로, 그리고 남관동 대회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본편에서는 이어달리기인 400미터 계주 뿐만이 아니라 개인전인 100미터, 200미터도 무척이나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이어달리기 뿐만 아니라 스프린트로서 성장한 신지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개인전에 대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신지는 스프린트로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성장했다. 그 내적 성장이 스프린트의 성장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었구나...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겐짱은 머나먼 특별한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그렇지 않았다. 내가 진지하게 운동을 하는 한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었다. .... 나에게는 내 갈 길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있다. 겐짱이 겐짱이듯 나는 나다. 도망칠 수도 없고, 내동댕이 칠 수도, 누구와 바꿀 수도 없다." p.15

 겐짱의 사고로 힘들어하던 신지는 스프린터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마음을 먹게 해준 겐짱의 사고. 큰 대가라고 말하는 신지. 나는 저울질을 할 수가 없다.  

 "누군들 현에서 가장 빠른 발에 강건한 사내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당연히 부럽지. 하지만 나는 이제 남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가 없으니까."p.85

 이렇게 생각한 신지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신만의 주법으로 센바를 제칠만큼 성장한다. 신지, 멋지다!

 이어달리기에서 오버 핸드 패스에서 언더 핸드 패스로 바뀌고, 1권에서와는 다르게 또 멤버들이 바뀌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그 멤버로 최고를 달릴 수 있는 건 딱 한 번 뿐이라서 언제나 이어달리기를 할 때면 뭉클하다. 이 멤버로 다시 못 뛸지도 몰라. 그러니까 달리지 않으면 안 돼. 달린다. 달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신지는 예전과 다르게 긴장도 하지 않고 달리기 자체를 즐기며 집중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즉 스프린터로써 엄청나게 성장 한 것. 그리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성장 할 것이라는 것. 물론 책에서는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하나의 시련이 있다면 1600미터 계주에서 앵커였던 신지가 제대로 달리지 못한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달리는 신지는 그만 너무 무리해버렸던 것이다. 이걸로 힘들어하는 신지지만 주변의 따스한 격려와 말에 다음 경기까지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남관동 대회에 같이 올라가지 못한 육상부 부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육상부 부원으로써, 주장으로써 잘 드러났다. 신지가 꼭 주장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팀 생각을 많이 한다. 읽다가 너무 팀 생각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다음은 네가 달리잖아! 팀원 생각도 좋지만 달릴때만은 혼자 달리니까, 그 때만은 아무도 도와 줄 수 없으니까 좀 집중해!라는 생각도 들지만 팀원들의 안타까움과 격려로 달려나가는 신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나라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결말은 그야말로 엄청난 해피엔딩. 남관동에서 개인전에서도 우승하고 400미터 계주에서도 우승했다. 하지만 인터하이는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종체가 남았다. 그런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기분이라면 종체에서 우승하지 못해도, 이 멤버로 같이 또 달리고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다. 물론 종체의 결과는 독자의 몫! 지금은 남관동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 성취감과 날아갈 것만 같은 기쁨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포츠는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를 냈을 때는 정말로 대단하다." p.164

 결과만을 위해 뛰는 레이스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좋은 결과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즐겁게 모두 한마음이 되어 최고의 레이스를 하고 거기에 결과까지 좋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 된다.

 육상에 대해 관심이 극히 적었던 나는 이 소설을 계기로 앞으로 스프린트와 계주등을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또한 인생은 달리기와 닮아있어서 자신의 달리는 주법이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

 "인생은, 세계는, 이어달리기 자체다. 배턴을 넘겨서 타인과 연결되어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구간에서는 완전히 혼자다.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다. 도움을 받으르 수 없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이 고독을 나는 좀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를 좀 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곳은 말이 없는 세계일 것이다, 아마도." p.242

 책은 끝났지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신지와 렌의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 나만의 페이스로, 나만의 주법으로 계속 달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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