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주문을 하면 선착순으로 책갈피를 준다 하여 주문을 한 것은 다소 불순한 의도였으나 그 불순함마저 잠식시키는 이 놀라운 재미란! 본 책 <하루살이>는 전작 <얼간이>의 후속작정도로 얼간이에 나왔던 어딘가 예리하면서도 늘어진 무사 헤이시로와 측량이 취미인 천재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두번째 활약이 그려져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를 주 무대로 사건들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는 나가야 뿐만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게다가 주된 사건 '하루살이'에 앞서 등장하는 이야기 '밥', '미움의 벌레', '아이 잡아먹는 귀신', '눈먼 사랑'에서는 얼간이에 등장했던 인물과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사건의 발단을 볼 수 있어 앞으로 벌어질 일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한다. <하루살이>의 서막인 '밥'에서는 오캇피키인 마사고로의 집에 사는 산타로가 병이 났다는 것이다. 산타로는 <얼간이>에도 등장한 인물로 앞이마가 튀어나온,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소년으로 별명은 짱구이다. 유미노스케의 또래로 사건을 통해 유미노스케와도 많이 친해졌다. 초상화 부채 사건을 물으러 짱구를 방문한 헤이시로는 짱구의 '어른스러운' 고민을 이해한다. 그리고 짱구나 쉬는 동안 쓰기 연습을 한 종이에는 '하루살이'라고 적혀있다. '미움의 벌레'에서는 사키치와 그의 아내 오케이 간의 일을 다룬 것으로 이때 품은 사키치의 고민이 '하루살이'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이 일이 점점 깊어져 그가 살인을 한 범인으로 몰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랜만에 등장한 사키치는 여전히 듬직한 모습이었지만 아내의 눈물과 질책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하. 그는 틀림없이 애처가다. 둘이 더 틀어지기 전에 그 무거운 입을 열고 이야기를 나눠서 더 돈독해진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아이 잡아먹는 귀신'에서는 어느 부자의 첩인 마님의 집에 하녀로 간 오로쿠의 이야기로, 그녀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마고하치라는 자를 피해 이 마님의 집으로 아이 둘과 함께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끝내 이 마고하치라는 자에게 다시끔 협박을 받게 되고 마님의 도움으로 환술사 무리를 이용해 다시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따끔한 맛을 보여주었다. 그 기겁을 하던 마고하치의 모습이란! 하는 짓을 보면 그러해도 마땅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뒤에 이어 헤이시로가 규베를 찾아가 가와사키의 별처에서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참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악인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이 기분을 지워버렸지만 말이다. '눈먼 사랑'에서는 없어진 뎃핀 나가야를 뒤로 하고 고베 나가야로 이사한 오로쿠가 새로 생긴 찬 가게에 의해 새로 연 가게를 문 닫을 정도로 속 앓이를 하는 편이다. 이 편에서는 말 그대로 사랑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게 없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결국 어찌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에는 항상 원인이 있고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끝난다라는 원인이 있어 결말도 있다는 정석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알 수 없는 결말도 있는 것이 인간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다른 여인에게 갈취를 하고 살인까지 한 남자에게 매달릴 정도까지 빠져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눈먼 사랑'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 책의 큰 제목이 되는 '하루살이'는 하권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이야기로 앞 서 나온 이야기들과 여러부분이 맞닿아 전개가 된다. 얼간이에서 죽은 줄 알았던 사키치의 생모인 아오이를 죽인 범인으로 사키치가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 있다면 이러할까! 범인으로 지신반에 묶여 있는 사키치를 보러 간 유미노스케의 활약은 기리기리 책으로 남을 만하다. 이런 재간둥이를 봤나! 어쩜 이리 말도 잘하고 눈치도 빠를까. <하루살이>가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올지는 하권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우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