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3 - 땅!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대망의 3권이다. 달리기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많은 분량이 나오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로맨스가 많이 있기에 이렇게나 길게 쓸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 책은 그야말로 달리기, 그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지나 렌에게 있어서 또 다른 육상부 선수들이나 타 학교 선수들에 있어서 달리기는 인생이고 목표고 즐거움이다.
 3권에서는 주로 인터하이에 출전해 무지막지하게 성장한 신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미터 계주에서는 이어달리기를 위해 힘을 비축해두려던 렌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렌을 이기지만, 어쨌든 이겨서 솔직하게 기뻐하는 신지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달리기란 순간의 승부니까 충분히 기뻐해도 된다!

 인터하이 지구대회에서 현 대회로, 그리고 남관동 대회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본편에서는 이어달리기인 400미터 계주 뿐만이 아니라 개인전인 100미터, 200미터도 무척이나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이어달리기 뿐만 아니라 스프린트로서 성장한 신지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개인전에 대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신지는 스프린트로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성장했다. 그 내적 성장이 스프린트의 성장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었구나...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겐짱은 머나먼 특별한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그렇지 않았다. 내가 진지하게 운동을 하는 한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었다. .... 나에게는 내 갈 길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있다. 겐짱이 겐짱이듯 나는 나다. 도망칠 수도 없고, 내동댕이 칠 수도, 누구와 바꿀 수도 없다." p.15

 겐짱의 사고로 힘들어하던 신지는 스프린터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마음을 먹게 해준 겐짱의 사고. 큰 대가라고 말하는 신지. 나는 저울질을 할 수가 없다.  

 "누군들 현에서 가장 빠른 발에 강건한 사내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당연히 부럽지. 하지만 나는 이제 남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가 없으니까."p.85

 이렇게 생각한 신지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신만의 주법으로 센바를 제칠만큼 성장한다. 신지, 멋지다!

 이어달리기에서 오버 핸드 패스에서 언더 핸드 패스로 바뀌고, 1권에서와는 다르게 또 멤버들이 바뀌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그 멤버로 최고를 달릴 수 있는 건 딱 한 번 뿐이라서 언제나 이어달리기를 할 때면 뭉클하다. 이 멤버로 다시 못 뛸지도 몰라. 그러니까 달리지 않으면 안 돼. 달린다. 달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신지는 예전과 다르게 긴장도 하지 않고 달리기 자체를 즐기며 집중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즉 스프린터로써 엄청나게 성장 한 것. 그리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성장 할 것이라는 것. 물론 책에서는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하나의 시련이 있다면 1600미터 계주에서 앵커였던 신지가 제대로 달리지 못한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달리는 신지는 그만 너무 무리해버렸던 것이다. 이걸로 힘들어하는 신지지만 주변의 따스한 격려와 말에 다음 경기까지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남관동 대회에 같이 올라가지 못한 육상부 부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육상부 부원으로써, 주장으로써 잘 드러났다. 신지가 꼭 주장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팀 생각을 많이 한다. 읽다가 너무 팀 생각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다음은 네가 달리잖아! 팀원 생각도 좋지만 달릴때만은 혼자 달리니까, 그 때만은 아무도 도와 줄 수 없으니까 좀 집중해!라는 생각도 들지만 팀원들의 안타까움과 격려로 달려나가는 신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나라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결말은 그야말로 엄청난 해피엔딩. 남관동에서 개인전에서도 우승하고 400미터 계주에서도 우승했다. 하지만 인터하이는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종체가 남았다. 그런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기분이라면 종체에서 우승하지 못해도, 이 멤버로 같이 또 달리고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다. 물론 종체의 결과는 독자의 몫! 지금은 남관동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 성취감과 날아갈 것만 같은 기쁨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포츠는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를 냈을 때는 정말로 대단하다." p.164

 결과만을 위해 뛰는 레이스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좋은 결과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즐겁게 모두 한마음이 되어 최고의 레이스를 하고 거기에 결과까지 좋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 된다.

 육상에 대해 관심이 극히 적었던 나는 이 소설을 계기로 앞으로 스프린트와 계주등을 관심있게 보게 될 것 같다. 또한 인생은 달리기와 닮아있어서 자신의 달리는 주법이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

 "인생은, 세계는, 이어달리기 자체다. 배턴을 넘겨서 타인과 연결되어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구간에서는 완전히 혼자다.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다. 도움을 받으르 수 없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이 고독을 나는 좀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나를 좀 더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곳은 말이 없는 세계일 것이다, 아마도." p.242

 책은 끝났지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신지와 렌의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 나만의 페이스로, 나만의 주법으로 계속 달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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