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닥터 프로스트 1 : 텅 빈 남자 - 시즌 1 ㅣ 닥터 프로스트 1
이종범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쟁애를 가진 오정혁 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오정혁씨의 이야기 만큼이나 닥터 프로스트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건 왜일까.
밤에는 바텐더에 낮에는 상담교수인 닥터 프로스트. (이름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가! 궁금해궁금해궁금해!)
진짜 프로스트라는 이름이 있다면, 나도 윤성아양처럼 손 발이 오글거릴지도.
닥터 프로스트는 공감해야만 상담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라는 성아양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물론 '그런 상담'도 분명히 있긴 하지. 하지만 나는 방법을 몰라. '감정'이 뭔지 모르니까."
캬아. 여기서 또 명캐릭터 탄생한다. '감정'을 모른다! '감정'을 모르면서 타인의 심리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나는 당신에게 공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거의 같거든요."
이 말에서 핵심은 '공감'과 '인간은 모두 같다'이다. 나 역시 실제로 인간이 인간을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공감이라는 단어는 인간 스스로가 영원한 고독과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과 같은 언어라 생각한다. 누가 내게 공감한다고 해도, 그건 공감하는 '척' 할 뿐이며, 스스로와 타인을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해한다는 말도 똑같다. 나는 당신을 이해해요, 라는 말은 얼마나 오만한가.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겠지.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들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기에 믿는 척 하는 것일 뿐. 여하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닥터 프로스트는 정말이지 나와 비슷한 사고관을 가지고 계시다. 게다가 인간은 모두 같다니! 그럴지도 모른다. 각기 외모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진짜 다른 걸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은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간단하게 나눠지고 체계화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그러니까 복잡해보이는 인간도 알고 보면 엄청 단순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까 인간의 심리도 읽어낼 수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만화에서처럼 실제로는 그렇게 인간의 심리를 척척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타인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가?
그나저나 닥터 프로스트가 집까지 쳐들어가 상담자를 치료하려는 점에서 닥터 하우스를 떠올린 건 나뿐일까. 물론 하우스는 주거 침입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만 말이다. 여하튼 두 사람 은근 닮은 꼴이라, 재밌다. 물론 프로스트 박사는 어딘가 맹하면서 무심한 듯한 매력이 있어서 처음에는 하우스를 떠올리지도 못했지만, 그 막무가내 치료 방식에 닮았어!, 라고 외쳤다. 닮았다는 게 중요하기보다는, 둘 다 좋다는 게 중요!
여하튼 이야기 첫 부분에 바에 오정혁씨와 같이 들어온 여성분의 심리를 해석하는 장면은 정말 일품이었다. 정말 저렇게 사람을 파악 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단련해야하는 걸까.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도 보면 저렇게 사람을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현장 분석을 스윽스윽 해내는데, 어찌나 놀라운지!
다시 사례 이야기로 돌아가서, 오정혁씨는 '.(정신분석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에 의하면) 어린 시절 부모의 공감을 받지 못해 그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성 성격을 갖게 되지만 근본적인 해소가 되지 못하기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다른 여성과의 만남은 지속되지 못하는데, 그것이 바로 근본적인 해소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 자신을 진정으로 공감해줄 사람을 만난다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공감은 불가능하다는 닥터 프로스트의 견해와는 상반되는 진단으로, 공감을 믿지 않는 사람이 공감을 통해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역설에 놀란 건 나뿐일까.
여하튼 오정혁씨의 사례를 끝까지 보고 나서 느낀 점은 특히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자기애성 성격이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부모들이 다들 공부, 공부, 공부만 외치고 칭찬에는 박하니, 아이가 부모와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는가.
개인적으로 웹툰을 책으로 보면서 좋았던 점은 책 중간중간에 실린 작가의 후기(?)였다. 작가가 심리학이나 만화와 관련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것이 만화를 볼 때 굉장히 도움도 되고 재미도 배로 증진시킨다. 웹툰으로 볼 때는 몰랐던 좋은 점이랄까. 게다가 끊는 타이밍이 아주 미묘하게 좋아서, 딱 읽고 넘어가기 좋달까. 덕분에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다 읽고 넘어갔다. (보통 만화나오다가 글 많이 나오면 건너뛰기 쉽상이지 않은가.) 게다가 명함! 닥터 프로스트 명함! 처음에 책에 없는 줄 알고 실망했다가 읽다가 끼워진 것을 발견하고 급 감격. 근데 이 명함에 기제된 미투데이나 트위터, 블로그, 카페 등은 정말로 있는 걸까. 주소창에 있는 써넣어 보고 싶은 충동이!
1권에서 닥터 프로스트의 과거에 관련된, 그 자신에 관련된 것에 관한 미스터리로 이야기가 끝맺어져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닥터 프로스트는 왜 프로스트인지 궁금해졌다. 거기다가 다음 사례로는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도 기대된다. 얼른 2권도 나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