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백과사전 - 생텍쥐페리의
크리스토프 킬리앙 지음, 강만원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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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네 서점에서 작은 문고본 형태의 책이 눈에 띄어서 무작정 구입했던 것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였다. 작은 소행성에 서 있는 어린 왕자의 표지 그림이 어린 나의 눈에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펼쳤을 때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삽화 형식의 그림들 역시 마음에 들었다. 한동안 펼쳐보다가 책을 내려놓고 서점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서점을 나가기 전 입구에 있던 ‘어린 왕자’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의 페이지 분량이 작고 그로 인해 책값이 저렴한 이유로 구입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세뱃돈으로 받은 꼬깃꼬깃한 지폐를 펴서 책을 구입했다. ‘어린 왕자’는 내가 어린 시절 직접 돈을 주고 구입했던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다.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으로 당시 기억이 아련히 남아있다.
당시 책을 구입하자마다 하루 만에 다 읽었고, 종종 삽화를 따라 그리기도 했다. 비록 책에 담긴 메시지를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린 마음에도 진한 여운을 남겨준 책이었다. 그 책이 꽤 유명한 문학책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이 지나 학교 수업에서 ‘어린 왕자’에 대한 내용과 저자인 생텍쥐페리에 대해서 배우면서부터다. 이후 성인이 되어서 영화, 스톱모션 애니매이션 등을 통해서 어린 왕자를 다양한 장르로도 접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구입해서 두 세 번이나 다시 읽기도 했다. 이렇듯 어린 왕자 이야기는 한참 나이가 들어버린 나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고 애착이 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출간된 ‘어린 왕자 백과사전’에 어린 시절 그 때처럼 호기심이 충만해지고 더 없이 반가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백과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어린 왕자의 기원에서부터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과정들, 세계적인 유명세,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장르로 탄생한 어린왕자, 저자인 생텍쥐페리의 삶 등 저자와 어린 왕자에 대한 모든 것들이 컬러풀한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 가득 채워져 있다.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어린 왕자 소설도 오리지널 삽화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생텍쥐페리로 알려진 저자 앙투안은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함께 화가로서의 재능을 함께 드러냈다. 그런 그의 초기의 편지들, 초기의 글들, 부모님과 형제자매에 대한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여인들, 조종사 시절 경험, 미국 망명기 등 저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린 왕자 등장인물의 출처, 등장인물과 소품의 특징들, 저자가 어린 왕자를 헌정했던 가장 좋은 친구인 레옹 베르트에 대한 이야기, 어린 왕자의 초벌 그림, 수사본과 교정쇄, 초판과 발표되지 않은 장에 대한 이야기 등도 사진과 그림을 통해 공유되어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과거에 감상했던 어린 왕자 영화와 만화에서부터 최근에 감상했던 어린 왕자 3D 애니매이션에 대한 이야기까지 실려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반갑기도 했다. 어린 왕자의 속편과 모방 작품들, 음악과 오페라, 연극과 뮤지컬, 다양한 만화 작품, 멀티미디어와 파생상품, 광고, 공원과 박물관, 어린 왕자 수집가와 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전 세계 문화에 미친 어린 왕자 효과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상세하게 파악해볼 수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과 유년 시절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 왕자의 주인공이 마치 저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듯 보인다. 어린 왕자에서 유명한 그림 중에 하나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다. 나래이터 겸 조종사인 주인공은 자신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지에 크게 실망하고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다. 저자 역시 주인공과 같은 불만으로 어렸을 때 그림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술을 배웠다. 사막에 불시착했던 조종사 이야기 역시 저자가 비행사 시절 겪었던 경험이다. 이처럼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조종사와 생택쥐페리의 공통점이 인상적일 만큼 저자 자신의 삶을 소재로 많은 것을 투영했다. 주인공인 어린 왕자가 어른들과 달리 사물의 중심을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감수성을 지녔던 것처럼 아주 오래전 기억에서 사라진 저자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닮아있다.

 

어린 왕자는 어린 아이들의 동화로 여겨지지만, 사실 저자는 이 책을 어른들을 위해서 쓴 어른들의 동화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별의 어른들은 자신의 욕망과 이익에만 집중하는 어른들의 다양한 군상을 나타낸다. 이는 시대가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자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어른들의 모습을 어린 왕자는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선사한다. 또한 어린 왕자 자신과 주변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관계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 역시 전한다. 이처럼 어린 왕자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삶의 통찰이 함축되어 있다. 생택쥐페리는 시대의 어른들이 어린 왕자처럼 사물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수성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
삶의 은유가 가득한 짧은 이야기 속에 그토록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지금도 어린 왕자를 사랑한다. 나와 같은 추억과 애착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특히 수많은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 풍부한 자료들,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 등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인 흥미를 더할 수 있기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더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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