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마다의 실패를 안고 산다 - 불황을 기회로, 부정을 긍정으로 만든 강소기업 솔고 이야기 21세기 강소기업 1
김서곤 지음 / 휴먼큐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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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마다의 실패를 안고 산다’, 다소 긴 제목에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띄었던 책이다. 경제경영 분야의 강소기업 시리즈로 나온 책이라 관심 반, 무관심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았던 책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삶에 대한 반성과 자기성찰, 현재의 충실함과 미래의 비전, 올바른 경영과 기업인의 자세 등 많은 것들을 다양하게 깨닫게 해준 소중한 책이 되었다.
누구라도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접한다면 그만의 삶에 대한 자세와 통찰에 여러 번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면에서도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핵심적인 이야기들 여러 가지가 간결하게 구성된 점도 읽는 이에게 부담을 덜어준다. 덕분에 지루할 줄 알았던 우려와는 달리 흥미롭게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한편으로 솔고의 신제품 개발과 우리나라 온돌의 강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솔고의 신제품에 대한 간접적인 홍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보니 이 부분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독자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이 부분이 직접적인 광고 내지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많은 부분 할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이 부분 때문에 주관적으로 전체를 폄하하는 독자가 있을까봐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것도 독자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겠지만 말이다. 온돌효과의 우수함을 설명하는 부분이 오히려 솔고의 신제품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 조금 더 신중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한다. 우습게도 책 주제와는 상관없이 오해하지 않는 표현의 정도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21세기 강소기업 시리즈 첫 번째로 ㈜솔고바이오메디칼의 김서곤 회장님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기업이지만, 1970년대 초 국내 최초로 수술기구 제조회사로 시작하여 40년 동안 국내 의료분야와 헬스케어 제품의 개발과 서비스에 앞장서왔고 메디컬 전문기업 ㈜솔고바이오메디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수많은 신기술상을 받았고, 아시아 최우수 헬스케어 기업과 국내 정형외과 의사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소기업 솔고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오며 획득한 성과들이다. 그리고 그 노력과 성과는 과거의 영광이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70여 년 동안 겪어왔던 다양한 인생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향수와 성장과정, 어머니의 헌신과 감사함, 불운했던 시대적 상황, 젊은 시절의 고난과 가족애 등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솔고라는 기업의 탄생과 발전, 실패와 성공의 이야기들까지 책 한권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추려내어 저자의 솔직한 심정과 간절함을 보태어 풀어냈다. 저자의 진솔함과 겸손함이 묻어나오는 쉽게 풀어낸 이야기들 속에는 세대를 넘어 진하게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힘이 느껴진다.
그는 시대적으로 암담했던 현실에 돈도 인맥도 없이 서울에 오게 되었고,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삶을 시작했다. 청계천 다리 밑에서 생활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했고, 막노동과 군밤장수, 구두닦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박스공장을 운영하다가 망해서 결혼과 동시에 무일푼이 되어 리어카로 호떡장사를 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보따리 장수를 하다가 다국적 기업이 독점을 하던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의 현실을 간파했고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하여 SOLCO라는 브랜드명을 달아 수술기구를 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솔고의 시작이었다.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의 신뢰가 쌓여갔고 성공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마케팅 실패의 여파로 한 순간에 회사는 부도가 나버렸고 성공은 순식간에 실패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때도 자신만의 브랜드명인 솔고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고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시켰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고 부러움이 느껴졌던 것은 저자인 김서곤 회장의 경영 방식이었다. 물론 저자 역시 완벽한 경영인은 아니겠지만, 그의 인간미와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회사경영방식은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주주의 이익보다는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사례와 철학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짐을 증명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경영방식이 일본의 3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 중심의 기업경영이 성공의 요건 중에 하나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기쁜 일이다. 단지 이익에 급급한 수많은 기업가들이 제대로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가 경영에 적용한 방식 중에 웃음과 칭찬하기 문화가 있다. 몇 년간 소통과 건강이 화두가 되면서 웃음과 칭찬 문화에 대한 많은 조언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직원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저자는 웃음과 칭찬하기를 회사의 핵심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직접 솔선수범했다. 솔고의 회사 직원의 대부분이 웃음 치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니 그 열정과 실천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때 사회적으로 칭찬받기 문화가 활성화되었지만, 이는 자신의 장점만을 내세우고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칭찬하기다. 칭찬하기도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상대를 칭찬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상대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바라보게 되고, 자신과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칭찬하기는 상대보다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되돌려준다.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여 웃음과 칭찬하기 문화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솔고는 인간중심 기업경영의 성공사례를 쓰고 있는 셈이다.


뒷부분에는 저자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회사 임직원들과 주주, 지인 등에게 매년 보냈던 연하장의 내용들이 발췌되어 공유되어 있다. 이 연하장에는 지난 과거를 통해서 다가올 미래를 똑바로 바라보고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매해 있었던 이슈들을 정리한 저자의 연하장들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과 시대적 상황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독서에 관심이 많다보니 저자의 핵심역량에 독서가 있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새삼 알 수 있었다. 특별히 독서에 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글과 경험에서 독서고수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독서고수가 되고픈 개인적인 열망에서 독서고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점이다. 저자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히 경영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더 소중하고 인간다운 삶의 중요한 가치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과 가게가 5만이 넘고 200년이 넘은 장수기업과 가게는 3천이 넘는다고 한다. 더욱이 1000년이 넘는 곳도 9개나 있고 500년이 넘는 곳이 30개 이상이라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년 이상 되는 기업과 가게는 없고 그나마 100년이 넘는 곳도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6.25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가게의 존속이 힘든 시절이 이어져온 이유도 있겠지만, 현재 숱하게 탄생했다가 사라지는 국내기업들과 창업가게 수를 본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시점에서 강소기업으로 불리며 40여 년간 성장해올 수 있었던 솔고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무한경쟁시대에서 꿋꿋이 성장해가는 강소기업들에서 변화와 성장의 해답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대기업의 독점과 횡포 속에서도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지속하며 굳건히 생존해가는 그들의 힘이 무엇이고 어디서 나오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그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솔고에서 첫 시작을 해보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크고 작은 기업들의 경영인들에게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직장인과 학생들에게도 저자의 이야기는 삶의 자양분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주리라 믿는다. 부디 솔고와 같은 기업들이 많아지고, 이 기업들이 40년을 넘어 100년, 200년 이상 승승장구하는 진정한 인간중심의 기업으로 성장해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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