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상상해보자.당신은 '약자'로 분류되는 존재들 중 하나이다.사람에 따라서는.혹은 누가 보아도 '불행하다' 여겨질만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환경에놓여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때 당신은살인이나 폭력이라는 형태로해당 상황을 조성한 자들에게 복수할 것인가. [푸른 수염의 딸들]에 나온 인물들은 모두 '괴물'이라 불릴 각오로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제 앞에 놓인 상황을 해결한 여인들의 이야기이다.뇌졸증으로 저항조차 하기 힘든 상태에서 살해당한 자와,그 사람 옆에 놓여 있던 미니어처 형태의 방.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리 생각할 법한 환경에 처해 있던 자와,그 자를 해당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주고자어떠한 계획을 짠 누군가.'구제조차 못할 쓰레기'라 불리는 자들과,'그나마 갱생의 여지가 있는' 자들을 모아놓은 병원.그 병원의 아주 깊숙한 곳에 격리된 누군가. 그런 자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그들은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환경에 처하게 되었는가. 어떠한 방식으로 해당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했는가.그 방식은 과연 성공했을까.그런 것들을 알고 싶다면 [푸른 수염의 딸들]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는가?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고장난 전자기기. 분명히 잠근 줄 알았는데 열려 있는 교실문.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갔다 돌아왔는데,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처럼일반적인 인간의 상식으로는설명하기 힘든 상황들 말이다.[밀실수집가]에서도그러한 상황들이 벌어진다.분명히 문이 잠겨 있었고창문이 깨진 흔적도 없는 교실에서사라진 범인. 경찰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기에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던 공간에서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두 학생. 자고 있던 사이에,저를 구해준 누군가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을지도 모른다는혐의를 얻게 된 자. 그들은 모두,어떠한 이유로 '밀실'이라 여겨지는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목격자나 피의자가 된 상황이었으니까. 범인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밀실'이라는 트릭을만들어낼 수 있었을까.그러한 형태의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그것들을 알고 싶다면[밀실수집가]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생각해보자.당신은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기에 평온함을 보장받지 못하는 아이들이평범한 아이들과 비슷한 일상을 잠깐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 어떠한 공간을 운영하는 자이다. 헌데 그 공간이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지닌누군가에 의해 점거당한 상태이다.그것도 아이들이 와 있는 시간대에. 해당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소년 농성]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여러 이유로 의무교육은 커녕목숨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수두룩한 동네. 그 동네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짧은 시간이나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던 몇 안되는 공간들 중 하나였던 식당이 점거당했으니까. 해당 공간을 점거한 자들은 '아동들을 추행한 혐의'로 소년원에 간 적이 있어 아동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청소년 A와,A의 똘마니로 여겨지던 B였으니까. A의 주장대로 해당 살인사건의 범인은 다른 사람일까.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추측대로 A가 범인일까.만일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면그 사람은 어째서 아이를 죽인 것일까.A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빠르게 범인이 잡혔을 때,혹은 해당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범인을 잡는 것이 지지부진할 때 식당 안에 남아 있던 자들은 어떻게 될까.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본다면 더욱 더 흥미로우리라.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종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완전히 사라졌기에,지식을 구전 형태로밖에 전달할 수 없게 된 세상이 온다면.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싶어살뜰하게 챙겼던 사람이,누군가에 의해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나 마찬가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낙후된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모두 끝난 뒤에야,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면.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지속 가능한 사랑]속 인물들이 그렇다.몇십 년 이상의 세월동안 절을 지키던 매화나무를, 기후 변화를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자와 그 명령을 거부하고자 하는 자. 종이가 사라진 뒤부터어떠한 내용의 이야기를 제 머릿속에 담고 있는 고아들이 책처럼 취급되는 시대.'질 좋은 책을 생산한다'는 명목으로20살도 채 안 된 아이를 임신시키려는 자와,그 아이에게 자유를 안겨주고자 하는 자.알코올중독자였던 제 아비를 증오하기에,그와 비슷한 보호자에 의해 살인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 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자와 '그 새끼만큼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자.그 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어떤 상황에 내몰릴까. 그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본다면 더욱 흥미로우리라.
당신이 만일 어떠한 이유로든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당한.혹은 그런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마주한 자라면.그로 인한 공허함을. 분노를. 슬픔을도저히 달랠 방법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당신처럼 실연을 당한 누군가들을 대상으로 한모임을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모임에 참여할 것인가.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바로 그런 모임이다.실연당했음에도 그 경험을 안겨준 자를 잊지 못한 자들.그런 자들을 위로할 영화와 음식.그리고 그들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다른 사람과의 교환을 통해 떠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실연을 당한 것일까.처음 그 모임을 제안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사연이 있을까.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온 요리와 영화는 과연 무엇일까.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그들은 어떠한 상황을 마주할까.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이 이어질까,아니면 어떠한 이유로든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간 누군가와 다시 한번 이어질까. 등장인물들에게 스며들어,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본다면 더욱 더 흥미로우리라.*도서를 김영사로부터 제공받고 자유롭게 남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