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생각해보자.종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완전히 사라졌기에,지식을 구전 형태로밖에 전달할 수 없게 된 세상이 온다면.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싶어살뜰하게 챙겼던 사람이,누군가에 의해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나 마찬가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낙후된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모두 끝난 뒤에야,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면.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지속 가능한 사랑]속 인물들이 그렇다.몇십 년 이상의 세월동안 절을 지키던 매화나무를, 기후 변화를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자와 그 명령을 거부하고자 하는 자. 종이가 사라진 뒤부터어떠한 내용의 이야기를 제 머릿속에 담고 있는 고아들이 책처럼 취급되는 시대.'질 좋은 책을 생산한다'는 명목으로20살도 채 안 된 아이를 임신시키려는 자와,그 아이에게 자유를 안겨주고자 하는 자.알코올중독자였던 제 아비를 증오하기에,그와 비슷한 보호자에 의해 살인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 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자와 '그 새끼만큼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자.그 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어떤 상황에 내몰릴까. 그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본다면 더욱 흥미로우리라.
당신이 만일 어떠한 이유로든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당한.혹은 그런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마주한 자라면.그로 인한 공허함을. 분노를. 슬픔을도저히 달랠 방법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당신처럼 실연을 당한 누군가들을 대상으로 한모임을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모임에 참여할 것인가.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바로 그런 모임이다.실연당했음에도 그 경험을 안겨준 자를 잊지 못한 자들.그런 자들을 위로할 영화와 음식.그리고 그들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다른 사람과의 교환을 통해 떠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실연을 당한 것일까.처음 그 모임을 제안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사연이 있을까.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온 요리와 영화는 과연 무엇일까.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그들은 어떠한 상황을 마주할까.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이 이어질까,아니면 어떠한 이유로든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간 누군가와 다시 한번 이어질까. 등장인물들에게 스며들어,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본다면 더욱 더 흥미로우리라.*도서를 김영사로부터 제공받고 자유롭게 남긴 서평입니다.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상상해보자.당신은 조언을 듣기 위해 상담사로 유명한 누군가를 찾아간 상황이다.헌데 그 사람 곁에 광신도라 여겨지는 사람들이몰려 있는 상황이라면.상담사라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미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엔트로피아] 속 주인공.'선지자'라 불리던 인물이 그러한 인물이다. '조국을 지킬 방법'을 알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한 장군에게 그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을 찾아온 장군과 똑같이 제 조국을 사랑하기에 조국이 망가지지 않을 방법을 물어본 자.영생을 위해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인식한 자와 대화가 가능한 형태의 책이 되어버린 자.타임머신을 통해이미 정해진 미래를 바꿔버리고자 하던 자의 이야기였다.해당 이야기 속 인물들은 과연제 운명을 바꾸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그 이야기를 들은 장군은, 해당 이야기를 전한 선지자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본다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상상해보자.당신은 그 누구의 반응도 받지 못하는무명 작가인데, 누군가가'글을 읽은 모든 사람들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명작을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건네 준 것에 예상치 못한 덫이 놓여 있었다면. 분명히 제대로 숙제를 해서 냈다고 생각했는데,결과물은 그 누구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종류의 낙서였다면.'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무심코 했던 행위가,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과를 안겨주었다면.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경성지옥]이 바로 그러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두 외계집단에 의해 일상이 파괴된 채 방공호 같은 곳에 피난 온 인간들.'평범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것과완전히 반대되는 상식과 윤리관을 지닌 존재들과,그 존재들에 의해 희생된 자들. '그동안 쓴 글들 중 가장 완벽한' 결과물이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들 중 일부를덧대었을 뿐인 상황임을 인지한 누군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해당 인물들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어떤 선택을 할까.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그런 상황을 상상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오만과 편견. 에마.맨스필드 파크.이 세 소설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셋 모두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이다.여기서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제인 오스틴은 18세기 끝 무렵에 태어난 여성이다. 그렇기에 제인 오스틴 이전에도 그녀처럼 글을 썼던 여인들이 있을 것이다. 헌데 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단 한개도 기억하지 못하는가.[비포 제인 오스틴]은 그런 책이다.후궁이라는 직책으로.혹은 후궁을 가르치는 가정교사,즉 여방이라는 지위로 들어온 궁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들이 모시는 주군의 이야기를일기 형태로 작성한 여인들.수녀였기에, 제도에서 벗어났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무언가를 풍자하고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여인.빚을 갚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당시만 해도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희극 각본을 써서 올린 여인. 그러한 여인들을 보여줌으로써 제인 오스틴 이전에도 꾸준히 글을 써 온 여인들이 있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들 이후에 그들처럼 글을 쓰게 된 여인들이조금이나마 있었을까.그 여인들은 계속 글을 썼을까.만일 글을 쓰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면,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본다면 더욱 흥미로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