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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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밀실 안에서 사람이 죽었다.

자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람은 왜, 어떻게 죽은 것일까.


기방에 왔던 사람들 중 한명이 칼에 찔려 죽었는데,

현장에는 피로 된 유서가 시 형태로 남겨져 있었다. 이 사람은 누가 죽인 것일까.


이미 죽은 두 여인이, 산을 건너던 한 사람을 홀렸다.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여인들은 누가, 왜 죽인 것일까.


무당의 속임수를 폭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돌려받으려던 자가 죽었고,

무당에게는 굿을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남자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


처음에 [죽는 자는 누구인가]의 소개를 보았을 때, 살짝 당황했었다.

[기찰비록]과 [조선 추리활극 정약용]이라는,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드라마에서 나온

주인공들 역시 문관 출신이었다지만 이 사람들의 경우 스승의 영향으로

(혹은 본인 스스로가 관심이 있어)사건 해결을 위해 특정 직책에 임명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의 과학 지식을 습득한 경우였기에 가능한 거였지

김만중이라는 사람은 전형적인 문관 출신 이미지로,

과학기술은 둘째 치고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사건 해결을 해 나아갈지가 전혀 예상이 가질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황스러움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없어져버렸다.

김만중은 [구운몽], [사씨남정기]등의 소설을 써 가면서 습득한 관찰력과

박포교라는, 감시자 겸 그 지방의 관리인 사람의 말에서 얻은 힌트들

-예를 들면 의뢰인의 손가락을 보고 마지막으로 악기 연주를 한 지

오래되었음을 안다거나, 용의자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거짓말을 판단한다거나 하는-을

통해 왜, 어떻게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아쉬움은 있다.

신분에 따른 행동의 제약 및 상하관계, 과학 기술의 한계 등에 의해

사용 가능한 트릭이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었으나, 소설의 흐름이 지나치게 빨라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오는 포와로나 미스 마플같이

독자들에게도 추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코난 도일의 소설에 나오는 셜록같이 추리를 해 볼만, 하면

이미 모든 추리가 끝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참을 수만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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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욱 2017-01-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쓴 작가 임종욱입니다. 저도 이런 유의 추리소설은 처음 써봐서 의욕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한 것 같아 민망합니다. 추리소설이 즐겨 쓰는 트릭들을 적용해보려는 욕심 때문에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선생님의 지적을 명심해서 앞으로는 더욱 공을 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꾸 쓰다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저 스스로 위안합니다.^^ 올해도 좋은 일 많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