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의 고독이 무엇인지실감하고 있던 당신. 당신이 만일 어떠한 연유로다른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일종의 '통로'를 제대로 발견하게 된다면.헌데 어떠한 이유로그 통로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재뉴어리의 푸른 문]속 주인공이 정확히 이런 상황이었다.하나 남은 가족인 아비는 집에 거의 붙어 있지 않았고, 후견인인 아저씨와 후견인 주변에 모인 자들은 거의 다주인공을 길들이기 힘든 애완동물처럼다루고 있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아비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그 소식과 함께 전달된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병원에 강제로 갇히게 된 것도 잠시. 자신을 온전한 인간으로 대해준몇 안되는 사람들이'아비는 실종되었을 뿐이다.아직 죽지 않았을 거다'는 말과 함께몰래 전달한 선물과후견인과 친분이 있던 누군가의갑작스러운 방문 때문에자신이 어릴 적 보았던 것이정신에 문제가 있어 보게 된환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후견인과 후견인이 이끌고 있던 모임의 회원들이인간이 아닐 수도 있음을 짐작한 주인공이'일만개의 문'이라 일컬어지는 통로를 이용해'여기라면 안전할 것이다' 그리 여겨지는 곳으로 도망친다.주인공은 과연자신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곳과 아비를 찾을 수 있을까.'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이를 생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나는 수능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현역 때는'역대 최고의 불수능 top 5'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능을 경험해야만 했고, 그 여파로 재수를 했을 때는직전 해의 반동으로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수능을 봐야만 했다.게다가 모의고사 - 수능을 거친 사람들 대다수는 온갖 괴랄맞은 문제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나처럼 해당 문제를 만들어낸 어떠한 현상이나 위인들을 한 번 정도는 끔찍하게 싫어해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일단 나는 지금도 그레고리 13세를진심으로 증오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수능제도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수능해킹]은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식으로학생들의 변별력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능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인지.수능을 경험한 사람들 대다수가수능에 대해 반발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떠한 과목을완벽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대신'어떻게 해야 점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테크닉을 기르는 것에만 집중하나,해당 테크닉이 지나치게 잘 들어맞아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사교육.교사들, 혹은 원어민들마저 때로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을 내기 시작한 출제위원들.이로 인해 학교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과수능에서 마주하게 된 지식 사이에 발생하게 된 괴리감.그 모든 것이 불러 일으킨 공교육의 붕괴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언젠가부터 수능이-사교육 지원을 풍부하게 받을 수 있는-부잣집 아이들에게더 유리하게 편성되었다 느끼던 사람들. 혹은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항목들이 난무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마저혀를 내두르기도 하는 문제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해답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언젠가 [Q : 어떠한 이유로든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면, 시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A : 시신을 묻은 곳에 식물을 심으면 됩니다.그게 멸종 위험이 있어 보호종으로 지정된 거거나,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품종일수록 더욱 효과적입니다]란 글을 보고 웃은 적 있다.해당 답변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 있는.그래서 쉽사리 성사되지 못할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식물, 상점]의 주인공.유희는 해당 판타지를 현실로 끌고 온 인물이었다.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죽인 뒤, 자신이 판매를 위해 키우고 있는 식물들의 성장을 위한 비료로 사용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유희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했을까.살해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그 행위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런 것들을 감히 예상해보며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책이었다.
언젠가 죽은 자들이 거쳐가는 곳과 관련된만화를 본 적 있다. 해당 만화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생전에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자들이자 '이대로 영원히 알 수 없는 공간을 헤매는 극형을 받을 것인가.아니면 '다른 사망자들의 사망처리를 보조하는 자리에 고용되는' 조건으로 극형을 피할 것이냐'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고용되는 것을 고른 자들로, 이들은특정한 조건(혹은 배정된 근무기간)을모두 채운 경우다른 사망자들처럼 천국이나 지옥에 갈 권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해당 만화 속 직원들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차이점이라면이들은 모두 살해 당한 피해자. 혹은 누군가를 살해한 뒤 자살한 범인.둘 중 하나에 속해 있으며, 매일 아침마다 배송되어 오는 신문 속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섬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자신들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밝혀내야만 지옥이든 천국이든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 이들이 살해당하거나.살해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 이들은 과연 마음 편하게 자신의 마지막을준비할 수 있었을까.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기 좋은 소설이었다.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생각해보자.사건 전문 기자이기에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눈에 띄는 흉터가 있기에다른 사람인 척 위장하기도 쉽지 않은 당신.당신은 어느 날 다이어리를 선물로 받았다. 해당 다이어리는 이미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사람들의 목록이 적힌 다이어리였고해당 목록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살인 리스트]의 주인공.메리가 정확히 이런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몇개월 뒤에 살해당할 예정'이란메모가 적힌 수첩을 받게 된 주인공.주인공은 자신이 숨기고 있는 중대한 비밀들 중 하나와다른 피해자들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나, 주변인 전부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변수가 생기면서 해당 비밀을 더욱 더 철저히 감춘 상태로도 살아남고자노력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에게살해 예고를 보낸 사람은 어째서 주인공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가.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주인공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잘 남아 있을까. 그 모든 것들을 나름대로 추측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