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언젠가부터 연쇄살인이 발생했고,피해자들에게는'소수자'로 규정된 집단에 우호적인 입장을 지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면.당신은 이 살인이 어떠한 이유 때문에 발생했을 거라 생각하는가. [타오]의 주인공이 마주한 상황이정확히 이런 상황이다. 폭우가 내릴 때마다 살인. 혹은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사건에 직간접적으로관련된 사람들 중에서도죽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이슬람 및 다문화에 어느 정도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자들이었고, '타오'란 이름의 여인과 엮인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타오라는 여인이 살인 및 상해 사건이연달아 발생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 해당 사건들은이슬람과 다문화가정으로 대표되는 '소수자'들에게 극심한 혐오감을 지닌 자가 저지른 사건일까.각 개인에게 원한을 지닌 자들이 개별적으로 저지른 개별적인 사건들이,몇몇 우연이 겹친 탓에 한명이 저지른 연쇄 사건처럼 보이게 된 것일까.그도 아니라면 '타오'란 여인 자체가 그 모든 사건들의 원인인 것일까. 이를 생각하며 보다 보면 더욱 흥미롭게읽어 나갈 수 있으리라.
언젠가 [합격시켜주세용]과[골든 체인지]란 웹툰을 본 적 있다.해당 웹툰의 주인공들은 타고난 사주. 혹은 조상들이 쌓아 온 죄업 때문에일상이 뒤틀린 자이자, 신령이라 불리는 존재를 도움으로써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일상을 확보한 자라는공통점이 있었다.[호랑이 아가씨]는 이들과 결이 비슷한 소설이다.호랑이. 정확히는 몇백년을 살았기에 신령으로 모셔지던영물이었음에도 사람들을 잡아먹었던 죄 때문에 현생에서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삶을 살았으나,잡아먹은 인간들 중에'악인'이라 판단되는 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던 덕에백명의 억울함만 풀어준다면막혀 있던 운이 풀릴 예정이었기 때문에.그들과 다른 점이라면[호랑이 아가씨]의 주인공은 호랑이의 식성을 가지게 된 것도 모자라호랑이 특유의 특징 일부가한쪽 팔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것과, 특정한 상황에서 분노를 느낄 때마다 온전한 호랑이로 변해버린다는 것. 주인공은 과연 호랑이의 저주 아닌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호랑이로 변하고 싶지 않다면 화를 내지 마라'는박수무당의 말을 잘 지킬 수 있을까.한쪽 팔이 짐승과 다를 바 없고,때에 따라서는 실제 짐승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보면더욱 더 재미있으리라.
세상에는 아름다운 날들이 있죠.새들은 노래하고꽃들은 피어나기 시작하는 날이요. 그런 날에도그들이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신체적 특징과 몇몇 성질들을 조롱하고,모멸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로바꾸기 바쁜 놈들은........지옥불에 모조리 다 구워버려야 해요. 그게 안된다면 그들이 그동안 비웃던 존재와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만들던가요.[복수의 여신]들은그런 책이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이유로 '싸움닭'이라 불리는 여인.자신들의 소유물이 될 권리를 거절했단 이유로'세이렌'으로 대표되는 온갖 괴물들의 이름이 별명으로 붙은 여인. 시골에서 막 올라왔기에 아무것도 모르는,그래서 마음껏 유린해도 되는 대상이자'촌년'이 되어버린 여인들. 그런 여인들이 정면으로 저항하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대의 만행을 폭로하고.때로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주요인물이 됨으로써 긍정적인 상징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 말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조롱하기 위해 탄생된 단어가 과연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를 알고 싶다면[복수의 여신]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치팅 데이'이 단어를 들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원하는 음식을 그 날 만큼은 그 어떤 걱정 없이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라 생각하리라. 허나 [치팅 데이]의 주인공은 다른 의미로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어머니의 말마따나평범한 사람으로 보이는 일을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폭력 성향'이라 일컬어지는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한달에 딱 한번.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친 자들에게 제 나름대의 방식으로 보복하는 날을 의미했기 때문이다.헌데 모든 준비를 마쳤기에 실행만 하면 되던 날.한달에 단 한번 자신을 모조리 다 드러낼 수 있는 그날.주인공은 목표물을 놓쳐버렸다.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자-그것도 공권력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자기보다 한 발 앞서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무슨 일이 일어날까. 만일 서로가 서로를 협력이 가능한 동업자가 아니라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그들은 일상을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아끼던 존재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런 것들을 예상해가며 본다면 더욱 더 재미있으리라.
언젠가 [망내인]이라는 소설을 본 적 있다.악의를 가진 누군가가제 이복형제와 함께 -그럴싸하게 조작된 사진과 글을 토대로-헛소문을 퍼뜨렸고, 그 때문에 한 아이가 자살하는 장면으로시작하는 소설이었다.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도이와 비슷한 책이다. 차이점이라면 [망내인]은범인들의 범행동기가 비교적 명확했기에피해자 한명에게만 가해가 이뤄졌고피해자가 왜 해당 범죄에 휘말렸는지,어째서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진실을 알았을 때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었다'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며 가해자들은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받았다는 것.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은 가해자가 여럿이고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으며 피해를 당하는 사람에는 피해자와 연관이 깊은 사람들(ex. 가족, 직장동료)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은 '이건 온전히 피해자의 잘못이다' 그리 말하며 방관하고 있다는 것. 그 때문에 현재도 경험하고 있는 실화라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도대체 왜해당 가족에게 가해를 가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일까. 가해자들이 모두 다 체포되어, 조금이나마 평안한 날이 다시 찾아오긴 할까.그런 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