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산'이란 지형과 예보에도 없던 비 때문에 고립된 거나 마찬가지인 건물. 어느 순간부터 바깥과 연결되지 않는 전자기기. 믿을 수 있는 어른들은 대부분 사라져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도주로에 위치한 건물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악의를 먹고 자란다' '일반적인 인간과 다른 외형을 하고 있다' 두가지 특징 때문에 이용 당하다 탈출한 괴물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만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평생동안 가져가겠구나' 싶을 정도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괴물에게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과정에서 해묵은 상처들이 나아가는 회복물이자, '같은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접점도 없던 사람들이 협력을 통해 가장 큰 악의를 가진 존재를 없애는 영웅 서사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위기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할수록 그 경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결말을 좋아한다면 [폭풍이 쫓아오는 밤]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폭풍이쫓아오는밤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추천
나는 사실 히어로물 자체를 싫어한다.생각해보라. '세상을 구원한다'는 허황된 꿈을 지니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명목으로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망가뜨리며 일반인들의 일상을 파괴한다. 타인의 기물을 마구 탈취해간다. '다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명목으로,일상이 파괴된 누군가에게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신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평화를 망치는 히어로들.얼마나 끔찍한 존재들인가. 이들과 적대하는 빌런 쪽이 더 인간적이라 느껴질 정도다. 빌런 쪽은 최소한'아 저래서 빌런이 되었구나' 납득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사유와,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움직이는 경향성이라도 있었다. [히어로의 공식]에서는 나처럼 히어로물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호감을 느낄 수 있는 히어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갈등을 유발하는 라이벌 / 악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히어로의 적으로 남아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히어로를 지나치게 꾸미거나 찬양하지 마라. 모든 인물들의 행동에 동기와 정당성을 부여해, 독자가 해당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라 등히어로가 제대로 된 히어로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위에서도 썼지만나는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부감까지 느끼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허나 예시로 등장한 다른 소설 및 영화들을 보다 보면, 해당 규칙을 충실히 따른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면 거부감까지는 느끼지 않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당신은1년에 딱 한번, 일정 기간 동안 죽은 자들을 볼 수 있는 공간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을. 그 안에 머무는 모두에게 이상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집으로 이사간 가족을.'사람을 끌어들인다'는 소문이 도는 허수아비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게 된 누군가를 알고 계시나요?[폭풍의 집]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자들이,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 도착하게 되는 식당.욕망을 가지고 죽은 자들의 유품들이 관계자들을 끌어들이는 강가.일정 시간대마다 죽은 자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편의점. 원래대로라면 가장 편안한 안식처였을 예정이었으나,이제는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악몽으로 변해버린 주택. 누군가의 간절한 요청 하에죽은 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사당.그 장소들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과,그 사건에 엮인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을 본 적 있거나,'꿈에서라도 좋으니 한번만 더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 사람들.익숙하다 싶던 공간에서 공포를 마주한 적 있거나낯선 공간을 더욱 낯설게 만드는 무언가에 소름돋아 본 적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과 익숙한 공포를 불러 일으켜 줄만한 책이었다.
만일 당신이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재미있는 거 하자'는 꼬임에 따라 간 곳이귀신들의 아지트나 다름없는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주변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내 유튜브 알고리즘 좀 이상해]는 평범했던 사람들이 비일상적인 무언가를 마주하면서,정신이 천천히 허물어져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는이유 하나로 살인예고를 받게 된다면. 좋아했던 무언가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면.친구가 가장 안전하다 생각했던 곳에서 죽어가는 걸 눈 앞에서 보았음에도 구할 수 없었다면.아이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 했던 행동이 누군가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면그 누구라도 어딘가가 망가져버리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내가 그런 일을 당할 차례이지 않을까''아끼는 누군가가 그 때와 비슷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끝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삶을 살아가지 않겠는가. 일상에서 어쩌다 한번씩 접할 수 있는 어떠한 사건이나 매체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만일 죽을 뻔한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난 직후완전히 같은 외모와 거의 모든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와 마주쳤고, 당신과 상대방 모두'이 사실을 들킨다면 둘 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생존을 위해'자기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이전의 자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이번 생의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던 누군가가 자신의 생사에 대한 거짓말을 최소 한 번은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갑작스럽게 알게 된다면. 그래서 그 어떤 예고도 없이시설 내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키 7]는 복제인간들의 중복 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세상. 복제를 통한 영생 자체가'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위한 처벌'이라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생기게 된 시대. 크레이터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주인공이,'재생탱크에서 새로이 생성되었다'는 신고가 들어가지 않은자신의 복제인간을 마주하게 되면서.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어땠는지를 모두 알고 있던 유이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주변에 본인의 생사에 대한 중대한 거짓말을 퍼뜨렸음을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는피부색이나 특정 인종만이 가진 특성으로 인한 괴롭힘.'끝없는 복제를 통한 불사 능력을 얻은 자를 인간으로 취급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불러오는 긴장감.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였음에도 어떤 업무를 주로 수행하냐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나는 파벌 싸움 등 인간불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여러 갈등 요소가 등장한다. '어차피 다시 살아날텐데 왜 무서워하냐'는 말로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모습과, 괴물이라 부르던 집단이 본인들과 똑같이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그들 모두를 죽일 계획을 세우는 모습에서는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생명의 가치를 달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상황에서도선택권을 가진 상사가본인과 본인 주변의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유도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당신도 미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진 행성의 모습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