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신의 반려'라 불리는 자는 
항상 여자여야만 하는가.
 
한번 반려를 받았으면
모든 신들이 가지고 있다는 신통력으로
그 반려에게 자신과 같은 수명을 주고 
평생동안 곁에서 아끼던가. 
'내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곱게 돌려 보내기라도 하던가. 
둘 중 그 어느것도 하지 않으면서 
왜 신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반려를 요구하는가.

무언가를 간절하게 요구하는 쪽은 자신이기에
때로는 상대방이 혹할 무언가를 줘야 할 때도 있는데. 
자신이 멋대로 정한 규칙과 트리거를 남들이 알 리 없는데. 
왜 그는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내놓아라'
'왜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느냐'
그리 말하며 저주를 내리는가. 

누군가의 목숨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존재.
누군가의 진심과 사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존재.
그 존재를 과연 신이라 부를 수 있는가.
반드시 없애야만 하는 요괴와 다른 게 무엇인가. 

[바다에 빠진 소녀]에 나오는 주인공. 
미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생각해보라. 
화가 났다는 이유로 
그 어떤 경고도 없이 삶의 터전을 
마구 짓밟는 신을 위해 
이웃이나 다름없던 누군가를
'용의 신부'란 이름의 제물로 바쳐야만 한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란 이유로
열두살에 용의 신부로 선택된 여인은 
평범한 일상을 모두 포기해야 했고,
그 여인을 좋아했던 오빠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버릴 준비를 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보았음에도
신은 화를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상황을 바로 앞에서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신에게 분노하지 않겠는가.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지 않겠는가. 

그렇게 분노에 찬 누군가가 
제물 대신 뛰어든 순간 운명은 바뀌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동화의 내용은 
조금씩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용왕의 진정한 반려가 
용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
그 예언은 과연 이루어질까. 
예언이 이루어진 뒤,
반려였던 자와 반려라는 이름으로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온 자들은 어떻게 될까. 

[바다에 빠진 소녀]는 
인간이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가. 
영웅은 선택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를 
항상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보기 좋은 책이라 
감히 생각해본다.


#이봄서평단 #바다에빠진소녀 #바빠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로는 완벽한 A급보다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B급이 
더욱 환영받고는 한다.

B급은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다. 
숨겨진 진실을. 
누군가가 반드시 알리고자 하는 정보가
담겨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당신은 미성년자이기에
또래 아이들과 관계된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법의 심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역시 당신보다는
다른 아이의 편을 들 가능성이 더욱 높다. 
당신의 부모가 당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조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당신의 손 안에 쥐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너를 위한 B컷]에서는 
부모의 재력과
누구나 부러워하는 외모 및 성적을 갖춘.
그래서 더욱 더 자연스럽게 감춰져 있던
누군가의 비밀을
의도치 않게 엿보게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갈등 상황에서 끝없이 망설인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 아이로 자라왔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학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으리라 감히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허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아이는 다르다. 
겉보기에는 화목한 가정에서
그 어떤 고난도 없이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다. 
인기도 많고 성적도 좋기에 
임원선거에서 당선을 놓쳐본 적도 없는 아이이다. 
둘이 싸우게 된다면, 
주인공이 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따라올까.
둘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너를위한B컷 #문학동네 #이금이 #청소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시]라는 소설을 읽은 적 있다. 

그 소설에 등장하는 '어떠한 장소'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곳으로,
인간들이 흔히 괴이라 부르는 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길목. 
혹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 무엇인가 사지 않으면 
본인도 그 곳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시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배경이 되는 학교도 그렇다. 
학교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인 사당.
그 사당 근처에서 종이접기를 하면 
귀신과의 만남이 가능하다. 
학교의 도서부원으로서. 
혹은 그런 존재로 가장한 상태에서 
어떠한 문을 열면 과거로 돌아가,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와 대화가 가능하다. 

그 사당은 무엇일까. 
과거의 존재들은 
학교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왜 하필 '종이접기'와 '학교'가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키워드가 되었을까. 

종이접기를 통해 
역사의 한 단면을 엿보고,
이를 통해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소설을 원한다면.
추리 한 방울이 끼얹어진 성장소설을 원한다면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을 추천한다. 


#도서부종이접기클럽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만일 
당신이 이상향으로 삼은 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를 한 
무언가로 낙인찍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되고,
그 일을 꾸민 사람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리 알려져 있던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었다면.

내가 '나 자신의 힘으로 이룬 성과다'
그리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면. 

가족이라 생각했던 누군가가
당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사람인 것도 모자라
당신을 제대로 된 가족으로 여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단 걸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 모든 건 사실
[호랑이가 눈뜰 때]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었다. 

반역자와 같은 혈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입대한지 하루만에 
예비 반역자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 

상사로 모셔야 할 사람들은 
주인공을 반역자를 잡을 미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았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자는 
주인공을 알 수 없는 능력으로 
마구 이용하다 죽이려고 들었고, 
가족이라 여겼던 사람 역시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 수 있을까. 

폐쇄된 공간 속에서,
여러 우연과 이유들이 얽혀 
모든 사람을 한 번 정도는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최소한의 선을 지키는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호랑이가 눈뜰 때]를 
보는 걸 추천한다. 


#호랑이가눈뜰때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상상해보자.

'고대 시대 때 신성한 의식에 사용한 곳일 거다'
여겨지는 성소 안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피해자 모두는
'중년에 접어들었다' 여겨지는 나이였고
부유했으며
언론에 자주 노출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과 그 어떤 접점도.
그들과 같은 부유함도 가지지 못한 당신이
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죽을 거란 예고를 받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퍼핏쇼]는
피해자들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현장에 그 어떤 뚜렷한 증거와 목격담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연쇄살인범.
그 살인범이
세번째 피해자의 몸을 통해
다음 희생양들 중 한명으로 자신을 지목한 걸
알게 된 전직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경계하는 전 동료들과
불이라는 상당히 눈에 띄는 살해 방식을 사용함에도
희미한 단서조차도 잡히지 않은 용의자.
그 두가지 패널티를 이겨내고
살아남으려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범인은 누구고, 동기는 무엇인가.
내 이름이 시신에 새겨진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걸 추리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