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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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과 죽음을 그것도 이전 삶을 온전히 다 기억하면서 다시 반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 오거스트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과연 격동기의 20세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탄생 부터가 어떻게 본다면 죄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치 않은 심지어 생물학적 부모 되는 사람들의 불장난도 아니고, 그저 생물학적 친부가 자신의 부인에게 낙담하고 하룻밤에 건드린 집안 '하녀'에게서 잉태되어 병원도 그렇다고 집도 아닌, 기차의 화장실 칸에서 태어나버렸고, 심지어 첫 번째 생에서는 자신이 업둥이라는 사실과 사생아라는 사실 조차도 모른 채로 그저 죽어버렸던.

반복된 두 번째 생은 첫 번째 생보다 더 비참했다.
연약한 아기의 육체에 첫 번째 생의 큰 자아는 그 아이로 하여금 '정신병자'이자 '성 마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다시, 첫 번째 삶으로 돌아가면, 비극적으로 탄생한 해리는 자신의 양부모인 '해리엇'과 '패트릭'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패트릭이 그녀에게 베풀었던 '명함' 한 장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게 패트릭은 자신의 부인인 해리엇에게 그 아이를 버리라고 하지만, 결국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해리엇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 재정적으로 도움을 얻게 된다. 물론 그들이 그 영지에서 일하던 이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무려 여섯살에 해리는 자신의 양모인 해리엇이 죽게 되고, 양부 패트릭의 손에서 자라지만, 패트릭은 그 아이를 혹독하게 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계2차대전이 발발하고, 입대하게 되면서 전쟁을 겪고 그러한 공황기이지 과도기를 거쳐 죽게 되면서 끝이 났다면 물론 한 사람의 생이 비극할지라도 생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텐데...

 더한 비극은 이게 그의 시작이자 계속되는 무한루프. 우로보로스의 뱀이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생에서 그는 자신의 회귀를 아마도 '신'에게 찾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계각지를 떠돌아 다니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드디어 네번째 회차에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제니'와 결혼하고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이 자신이 이 생을 여러번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 이 얼마나 해리 오거스트는 얼마나 가련한 인생이란 말인가.
해리 오거스트는 자신의 이름마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는 '헐른'가의 아이이자 미혼모인 엘리자베스 리드밀의 아들이기에 헐른이나 리드밀이란 성을 써야 했지만
그는 입양아닌 입양이 되었기에 오거스트의 아이이다.

 네 번째 생으로 돌아가서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갇혀 그 곳에서 전혀 의료적인 처방이 아닌 '약물실험'의 희생양이 되었고 결국 '프랭클린 피어스'라는 스파이에게 신병이 인도되어 미래의 지식과 정보들을 다 짜이고 '크로노스 클럽'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결국 그들과 접선하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섯번째 생에서 드디어 '크로노스 클럽'의 도움을 얻어 어린 '칼라차크란'들을 위한 보호프로그램 같은 것의 도움을 받으며 삶에 적응하다가 무려 열 두번째 생에서 드디어 그에게 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열 두번째부터 열 다섯번째까지. 그는 클럽의 파멸과 자신의 생존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다시 시대의 흐름을 '역사'에 그리고 '흐름'에 맞게 돌이키려고 한다.
결국 그는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왜 하필 클럽은 그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왜 칼라차크란들이 생겨나는 것이며, 그들이 인지하는 흐름이자 순번은 무엇일까.

특히, 해리가 열 세번째 삶을 살아간다고 했을때 중국에서 만난 한 인사는 자신이 일곱번째라고 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망각과 소멸. 그 두 가지를 처음 발견한 인사는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그러한 방식을 알게 되었을까.

 '미래'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살인마', '독재자'들을 없애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이 '성인'이 되어 같은 역사를 반복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 아이는 그런 일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과연 제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지만. 그에 대한 대답도 솔직히 책에서는 속시원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과학의 발전을 빠르게 하여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과연 진실로 나쁜 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임이 진정으로 '지구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인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은 SF소설이면서 그에 대한 '물리학'적인 측면을 진짜 책 곳곳에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물음과 끝까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인 면모를 제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생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해리 오거스트.
과연 그의 모든 생을 기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계가 끝나고 있어요. 이 메시지는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천 년 후 미래 세대로부터 거슬러 와 전달된 거예요.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_008p
📖 "유일한 변수는 우리입니다. 세계가 변화한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우리들입니다."_209p
📖 "크로노스 클럽은자기 시간대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정상적인 역사의 궤적에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합니다."_218p
 📖 파괴적인 열정은 어리석고 비이성적 욕망은 시간 낭비였다. 정신은 언제가 더 고고한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_612p
 📖 시간은 계속 이어질 거야._6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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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아이들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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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번에 읽어버린 독자로썬
엄청나게 촘촘하게 짜인 세계관으로
겨우 4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단 권으로 독자들 곁에
와버린 작가님을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처음 부분을 본다면 아마도 모두가 다 아는
<해리포터>가 떠오를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건 리아의 상황이 해리와 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피폐도는 리아가 더 심하다.

리아에겐 아픈 동생 '시아'가 있어 그녀도 챙겨야하고, 고아원에서 학대를 당했던 것도 있다. 심지어 고아원에서 찾아내어 아마린스 마법학교에 입학시킨 '벤 교수'도 그녀를 이용하려고 접근한 것 뿐이다.

하늘에 떠 있는 섬. '아마린스 마법학교'의 모습을 보고 설렘도 잠시. 입학 당일 치뤄진 '선별시험'은 그녀에게 이 마법학교가 그리고 그 사회가 낭만 넘치는 곳이 아님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준다. 선별 시험에 합격한 것은 단 6명.

'노아', '리아','루카스','보니','테오도르' 그리고 '미나'.

과연 이들이 치룬 선별시험과 '푸른 숲', 허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찾아헤매는 '붉은 숲'과 그 숲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서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단권이 아니라 시리즈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아니면 하다못해 페이지를 좀 더 늘렸다면 말이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없다기보다는 '듬성듬성' 빈 부분이 있다. 약간 뭐랄까 '삭제'가 된 느낌에 가깝다.

괴도한 스포일러가 될까봐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봉인을 푼 부분이나, 갑작스럽게 전개된 과거사나 뭔가 '보니'로 하여금 '리아'의 학교생활을 더 극단적으로 몰아갈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묵과된 부분이나 '미나'의 마법장면이라든지 말이다.

솔직하게 더 보고 싶은 장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언급만 하고 지나간 '펠레그레노 학원'이나, 교장 선생님과 벤 교수와 멜로디가 얽힌 과거사라든지 파도바 왕국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그 왕국을 세우는데 일조한 여섯 가문과 '수호자'에 대한 이야기나 왜 하필 '종'을 단 것인지 리아와 시아를 고아원에 맡기고 양육비를 계속해서 보내는 사람의 정체나 왜 갑자기 찾아오지 않게 된 것인지나 푸른숲에서 붉은 숲을 차단한 '방벽'에 도움을 준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단권으로 끝날지 시리즈로 '후속작'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아마도 작가님만이 알고계시지 않을까.... 간절한 바램으론 이렇게 '영물'과 '봉인'까지 나오고 '왕국'에 '가문' 그리고 '마법학교' 까지 나오는 광범위한 세계관이 겨우 단 권으로 끝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 단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읽어야 한다.
책에 푹 빠져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항상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다 잊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손에서 놓치 못하게 될 테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이 책 속에서 끝까지 악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들에게도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초반부터 '보니'는 의심스러웠다.
(선별시험의 '배낭' 장면부터)
점차 그녀를 의심 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그녀를 싫어하다가도 마지막에 '루카스'와 '보니'가 얽힌 과거의 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왜 보니가 리아를 질투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결국 이 책 속에 끝까지 악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왜 그렇게 변해간걸까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후속작이 기대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 교수나 실비아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이제야 마음속 오래 품어온 말을 털어낼 수 있었다.'_335p

📖 '보니는 알아볼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 그건, 보니에게도 새겨진 것이었다.'_349p

📖 '어쩌면, 시아가 나를 지키고 있었던 게 아닐까.'_3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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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녀석들
나연만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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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알 만으로, 탈모를 정복할 수 있는 알약이 있다면....?
단 한 알 만으로도 풍성한 머리숱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발모제를 만들어 낸 '고영길'.
약의 발매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거기서 아버지와 그분의 친구분께 약을 드렸는데.

아니 웬걸, 머리숱이 풍성해지긴 커녕 조금 남아있던 머리카락마저 다 빠져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눈썹마저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2차 시험자 중에서도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메일을 받게 된다.

 과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기에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 세 가지.
사는 지역, 나이, 월남전 참전 이력이다.
그렇게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베트남으로 향하는 그들.
과연, 그들은 베트남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탈모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표지마저 대놓고 '코미디'로 생각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유도한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나, 아버지를 받아낸 산파이자 나물도 캐고 애도 받다가 사주도 봐주는 쓰리잡을 가진 노파인 계룡보살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선인 연구원인 '사공'과의 대화나 그가 계속해서 '소시지'를 고집하는 것 또한.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본질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우리는 같은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에게 과연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우리는 항상 '위안부'의 문제를 들고 일어나면서 반일 감정을 요구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같은 아픈 역사를 만들게 한
주동자에 가까운 '베트남'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라이따이 한',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
코미디에서 시작한 것이 '의료'의 발전을 가져온 '인체실험'이나 '731부대'라든지 그와 유사한 인물을 세우면서
그것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진 못하더라도 어렴풋이나마 그 형체를 제공한다.

 책은 끝까지 '코미디'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세르게이'의 카드 일련 번호라든지, 나이가 많음에도 '보디빌더'를 하면서 3대 700을 치는 정정함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아부지에게서 걸려온 그 전화까지 말이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책들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따이 한이면서 대머리에 가깝지만, 약을 먹지 않는 '응우옌' 자신을 가꿀 시간에 타인을 돕는 사람.
사람에게 상처 받았음에도 다시 사람을 믿어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이 책 속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기에 현실이 점점 삭막해 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정이 남아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이 났다.
📖 사실은 잊은 게 아니라 누르고 있었던 거지.
📖 모든 약은 우연히 발견된다. 우연을 바라면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진 나도 이제는 그 ‘우연’의 수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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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표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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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책📚

일본 특유의 ‘음침함’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영화 <고백>
그 영화의 원 저자인 ‘미나토 가나에’ 작가님의 신작은
10대 초반 소년 여섯 명을 살해하고 나비 날개 무늬 등으로 몸을 장식하여 그 무참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세상에 공개한 통칭 ‘인간 표본’ 사건의 표면과 그 이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책 내용이 이렇게 ‘이야미스(꺼림칙한 미스터리)’것은 처음입니다.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명망 높은 ‘나비 박사’ 시로. 인간과 달리 자외선까지 인식하는 ‘나비의 눈’에 매혹된 그는, 나비처럼 사원색을 볼 수 있어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화가 루미와 교류해 왔다. 중병에 걸린 루미는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겠다며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다섯 소년을 산속 별장으로 불러들이고, 아들과 함께 초대된 시로는 소년들과 가까워진다. 하지만 점차 시로의 눈에 그들이 ‘나비’로 보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사카키 시로는 아름다운 나비 같은 소년들을 살해해서 표본이라는 이름으로 꾸며 사진에 담고, 그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친자식까지도 희생시킨 희대의 ‘사이코패스’가 맞을까요. 아니면, 그 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까요.

이 책에는 무려 네 타입의 부모와 자녀가 등장합니다. 이치로(시로의 아버지)와 시로, 시로와 이타루, 사와코와 루미, 그리고 루미와 안나. 이치로는 명망있는 화가였으나 시상식에서 ‘인간 표본’에 대한 발언으로 인해 퇴출과도 비슷한 하락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건강했던 모습’을 그려달라는 친구 사와코의 부탁을 받고 그녀의 한창때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아들인 시로에게 나비 표본 만드는 방법을, 시로와 루미가 만나계 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그 단 한번의 만남이 시로와 루미의 운명을 바꾸게 된 계기가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자신이 열망했으나 갖지 못한 나비의 눈과도 같은 ‘사원색’의 눈을 갖고 있던 루미. 시로는 아마 화가인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그림을 잘 못 그리고, 자신이 열망하는 눈을 갖지도 못했던 루미를 질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루미에게 시로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겠지만요.

성인이 되어 우연히 재회하게 된 루미와 시로. 그들은 인연을 이어가다가 루미가 다시 일본으로 들어와 자신의 ‘후계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단의 문이 열려 버리고 만 것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명망있는 ‘나비’ 박사가 진실로 아이 여섯 명을 죽이고 나비로 장식한 사이코패스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의 앞의 서두에서는 그럴듯한 성장배경과 보고서 형식을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책도 전작인 ‘고백’ 만큼이나 충격적인 ‘결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아마, 작가님이 초심의 ‘이야미스(꺼림칙한 미스터리)’로 회귀하겠다는 본질에 맞게 써진 글이 아닐까 합니다. 정말, 이야미스 하더라도 끝까지, 봐주시길.

책의 후반부터 몰아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자식은 과연 부모의 소유일까,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휘둘러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이해심 넘치는 듯 보였던 시로와 이타로 부자관계도, 아마 시로가 이타로를 끝까지 믿었다면, 자신의 자식에 대해 더 잘 이해했다면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루미와 안나의 모녀관계는 처음부터 비틀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결핍된 관계이죠.

정말, 이 책 만큼 일본인 특유의 ‘이야미스’함이 잘 드러나는 문학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나비들과 그 아이들을 ‘인간 표본’으로 만든 이미지 삽화가 있었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죠.
아마도. 다들 ‘배추흰나비’나 ‘호랑나비’ 정도만 알지 않을까요.
미나토 가나에 작가님의 작품들은 영상화가 잘 되는 편이기에 이 작품도 영상화를 기원하면서
다시 원점인 <고백>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인간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표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악마가 광기를 심어준 게 아니다. 광기는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다.’
📖 ‘나비는 동료를 인지하고 행동한다,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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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웃 보이 ㅣ 문지 푸른 문학
정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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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심지어는 자신 마저도 자신의 얼굴을 흐릿하게만 인식하는 '포커스아웃 보이' 정진.
세상과 미싱 링크인, 세상이랑 박자가 안 맞아 모든 순간이 싱크아웃인 '싱크아웃 걸 소유리'.
그리고 정진의 어려운 문제들을 매순간 쉽고 단순하게 풀어주는 정진의 친구 '영민'까지.

 이 책의 주인공인 정진은 태어나면서부터 포커스 아웃이다. 자신의 얼굴이 흐릿하기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그 아이가 납치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를 대비해서
'나는 진이에요.'라는 말을 먼저 하게 가르쳤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로 착각하고 데려가는 경우도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이 아이가 비뚤어지지않고 제대로 클 수 있었던 경우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의 부모님과 그의 친구 영민덕분이 아닐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아직'로딩중'이라는 말로 위트있게 여길줄 아는 부모님.
언젠가 너의 얼굴을 꼭 그리고 말거라는 '만화가'를 꿈꾸는 친구 영민까지.
정진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물론, 그의 그런 능력을 부정적인 쪽으로 쓰려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CCTV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여 은행의 ATM을 털거나, 중국 등의 타국의 '연구소'에 가두려는 등의 행위가.

물론, 이러한 위기들도 친구 영민의 도움으로 잘 헤쳐나가지만 결국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이 '특별한'존재이고 싶었던 순간을 자각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편, 모든 순간이 미싱 링크라서, 항상 때를 맞추지 못했던 소유리.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항상 몸은 지각하고,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은 늦던가, 빠르던가 하여서 맞지 않기 때문에 입만 벙긋거려 놀리는 것으로 여길까봐 친구 하나 사귀기도 쉽지 않은데...
결국 수업 일수 부족으로 유급까지 하고. 유학을 꿈꾸기는 하지만 이룰 길이 소원해 보인다.

 도서관의 봉사를 하던 중 포커스아웃 보이 정진과 싱크아웃 걸 소유리가 마주치면서
인연이 생겨버렸다.

물론, 둘의 첫 만남과 그 후로도 엇갈리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진은 자신이 유리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것 이라고 믿었는데...

과연,정진과 유리 그리고 영민은 서로의 소중한 고교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소망한 것들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사춘기 청소년들의 청춘을 담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보다 남의 얼굴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아마 나르시시즘 사람을 빼고서는 다 그렇지 않을까. 게다가 목소리 또한 자신이 남에게 말할 때 들리는 목소리가 자신이 귀로 듣는다고 인지하는 소리와 차이가 있는 것을 아는가.

아마 특별한 경우를 빼고서는 일반적인 사람은 평생 자신이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 모르고 살아갈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사춘기 청소년들이 여드름이 났는지, 주근깨가 생겼는지 그런걸 보는 경우를 제외하곤 평상시엔 아마 얼굴 씻기 전이나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얼핏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끝이지 않을까.

자신의 얼굴이 포커스 아웃이고, 자신의 목소리나 몸이 싱크아웃인 이들이 만났을 때, 서로는 서로를 만나고, 싱크를 맞출 수 있었다.


📖 "해도 될 일과 하면 안되는 일을 구분하는 걸 배우는 동안 은 인생에 낭비란 없어,"_37p

📖 '세상에 유일한 단 한 사람으로 봐주겠지만// 내 세계가 그것보다는 조금 더 넓었으면 했다.'_42p

📖 "적어도 너 자신한테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같은 행동을 평생 반복하게 될 거야."_60p

📖 '나는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_163p

📖 "관계란 건// 우리 사이에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 둘 중 한 명이 사라져도 그 공간은 영원히 남아 있는 거야.'_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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