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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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과 죽음을 그것도 이전 삶을 온전히 다 기억하면서 다시 반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 오거스트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과연 격동기의 20세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탄생 부터가 어떻게 본다면 죄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치 않은 심지어 생물학적 부모 되는 사람들의 불장난도 아니고, 그저 생물학적 친부가 자신의 부인에게 낙담하고 하룻밤에 건드린 집안 '하녀'에게서 잉태되어 병원도 그렇다고 집도 아닌, 기차의 화장실 칸에서 태어나버렸고, 심지어 첫 번째 생에서는 자신이 업둥이라는 사실과 사생아라는 사실 조차도 모른 채로 그저 죽어버렸던.

반복된 두 번째 생은 첫 번째 생보다 더 비참했다.
연약한 아기의 육체에 첫 번째 생의 큰 자아는 그 아이로 하여금 '정신병자'이자 '성 마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다시, 첫 번째 삶으로 돌아가면, 비극적으로 탄생한 해리는 자신의 양부모인 '해리엇'과 '패트릭'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패트릭이 그녀에게 베풀었던 '명함' 한 장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게 패트릭은 자신의 부인인 해리엇에게 그 아이를 버리라고 하지만, 결국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해리엇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 재정적으로 도움을 얻게 된다. 물론 그들이 그 영지에서 일하던 이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무려 여섯살에 해리는 자신의 양모인 해리엇이 죽게 되고, 양부 패트릭의 손에서 자라지만, 패트릭은 그 아이를 혹독하게 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계2차대전이 발발하고, 입대하게 되면서 전쟁을 겪고 그러한 공황기이지 과도기를 거쳐 죽게 되면서 끝이 났다면 물론 한 사람의 생이 비극할지라도 생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텐데...

 더한 비극은 이게 그의 시작이자 계속되는 무한루프. 우로보로스의 뱀이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생에서 그는 자신의 회귀를 아마도 '신'에게 찾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계각지를 떠돌아 다니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드디어 네번째 회차에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제니'와 결혼하고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이 자신이 이 생을 여러번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 이 얼마나 해리 오거스트는 얼마나 가련한 인생이란 말인가.
해리 오거스트는 자신의 이름마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는 '헐른'가의 아이이자 미혼모인 엘리자베스 리드밀의 아들이기에 헐른이나 리드밀이란 성을 써야 했지만
그는 입양아닌 입양이 되었기에 오거스트의 아이이다.

 네 번째 생으로 돌아가서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갇혀 그 곳에서 전혀 의료적인 처방이 아닌 '약물실험'의 희생양이 되었고 결국 '프랭클린 피어스'라는 스파이에게 신병이 인도되어 미래의 지식과 정보들을 다 짜이고 '크로노스 클럽'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결국 그들과 접선하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섯번째 생에서 드디어 '크로노스 클럽'의 도움을 얻어 어린 '칼라차크란'들을 위한 보호프로그램 같은 것의 도움을 받으며 삶에 적응하다가 무려 열 두번째 생에서 드디어 그에게 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열 두번째부터 열 다섯번째까지. 그는 클럽의 파멸과 자신의 생존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다시 시대의 흐름을 '역사'에 그리고 '흐름'에 맞게 돌이키려고 한다.
결국 그는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왜 하필 클럽은 그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왜 칼라차크란들이 생겨나는 것이며, 그들이 인지하는 흐름이자 순번은 무엇일까.

특히, 해리가 열 세번째 삶을 살아간다고 했을때 중국에서 만난 한 인사는 자신이 일곱번째라고 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망각과 소멸. 그 두 가지를 처음 발견한 인사는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그러한 방식을 알게 되었을까.

 '미래'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살인마', '독재자'들을 없애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이 '성인'이 되어 같은 역사를 반복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 아이는 그런 일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과연 제거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지만. 그에 대한 대답도 솔직히 책에서는 속시원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과학의 발전을 빠르게 하여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과연 진실로 나쁜 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임이 진정으로 '지구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인지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은 SF소설이면서 그에 대한 '물리학'적인 측면을 진짜 책 곳곳에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물음과 끝까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인 면모를 제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생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해리 오거스트.
과연 그의 모든 생을 기억하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계가 끝나고 있어요. 이 메시지는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아이에게서 어른에게로, 천 년 후 미래 세대로부터 거슬러 와 전달된 거예요.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_008p
📖 "유일한 변수는 우리입니다. 세계가 변화한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우리들입니다."_209p
📖 "크로노스 클럽은자기 시간대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정상적인 역사의 궤적에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합니다."_218p
 📖 파괴적인 열정은 어리석고 비이성적 욕망은 시간 낭비였다. 정신은 언제가 더 고고한 이상을 향하고 있었다._612p
 📖 시간은 계속 이어질 거야._6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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