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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ㅣ 걷는사람 소설집 21
명희진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1월
평점 :
#도서협찬📚
이 책은 특이하게도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얼핏 보기에는 천진난만하고 어딘가는 엉뚱해보이지만,
그렇기에 더 슬프면서도 잔인하다.
‘88올림픽’과, ‘전태일 분신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사복경찰’, ‘반공법’ 등의 단어로 시대적 배경 1980년대 쯤으로 추측된다, 공간적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재개발’을 목전에 둔 ‘산동네’이다.
그렇다. 이 책은 한 창 재개발을 추진하는 ‘산동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어린아이의 눈에서 바라보고 서술함으로써 더욱더 비극을 강조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쌍둥이 임에도 ‘나’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책의 마지막에 가서 풀리지만, 책 전반에 걸쳐 복선이 잔잔하게 깔려있다.
(내가 의심하기 시작한 부분은 아이들이 ‘삐라’를 가지고 경찰서에 간 부분부터였다.)
산동네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명동에서 노점을 하던 영수네 부모님, 슈퍼를 운영하던 과부 목포댁과 그의 아들 대수, 온도계 만드는 공장에 다녔던 ‘미녀’, 전쟁 PTSD로 미쳐버린 ‘광민’과 그의 아버지 ‘남 할아버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욕하던, 그래도 미용사의 꿈을 꾸던 ‘선미’, 젤 꼭대기에 살던 신들에게 버림받은 무당 할머니 ‘선녀’, 폐병에 걸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책만 보던 ‘철학자’ 아저씨, 그리고 ‘나’와 쌍둥이 ‘수현’이와 ‘선애씨’와 ‘철식씨’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도.
이 책은
1부 <요강 파수꾼과 시간의 집>,
2부 <태풍 전선, 선과 악의 경계>,
3부 <최초의 신, 최후의 시위>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하지만, 점차 산동네의 상황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
재개발로 인해서 ‘철거’를 당하는 곳.
점차 정을 나누던 이웃들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철거가 되지 않자, 강경책을 쓰기도 하는데,
집에 구더기를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동네에 건달로 구성된 철거반과 ‘장애인’들과 ‘힌센병’ 등의 병자들 그리고 ‘난민’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말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가 집을 지키는 것이 ‘노인’과 ‘아이들’밖에 없을 때를 노렸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 살림살이를 다 깨부수고 아녀자들을 희롱했다.
과연 누가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준 것인가.
산 동네에는 ‘집’이 있음에도 그곳의 사람들은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가장 안전해야 했을 자신의 ‘집’에서도 그들은 ‘안전’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들이 원한 것은,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엄청나게 화려한 집이나 돈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고된 몸을 누일 ‘단칸방’ 하나.
자신들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간절했던 것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내몰았을까.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모든 것이 점차 강조된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 읽고 다시 첫 장을 펴면서 알게 되었다.
이미 이 책은 시작부터 ‘비극’의 한 가운데였다는 것을.
정말이지,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는데.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변한 것이 없기도 하다.
여전히 ‘차별’이 만연하고 ‘재개발’로 확정되는 지역에서는 이권 다툼이 심하다.
거기다가 자진해서 나가지 않는다면 ‘강제 철거’를 이행하는 것 또한.
다만, 그 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그땐 한 명의 사진작가가 오로지 그의 선택에 의해서 ‘사진’으로 남겨진 ‘역사’가 되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일까.
아이들이 ‘공장’에 가서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거기서 어떠한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뭐라 할 수 없던 시대. 그저 자신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으나 그 누구도 소리를 들어주지 않던 시대. 살기 위해서 오히려 죽어야 했던 시대.
왜 우리는 그 시대를 잊었을까.
잊은 것일까 아니면 잊혀진 것일까.
📖 우리 모두 알았다. 힘없는 아이들이 잘못된 곳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걸._239p
📖 산동네 사람들은 부서진 파편처럼 어딘가로 흩어져야만 했다. 대부분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빠르게 잊었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들에게 생존은 기억하지 않는 거였다._273p
📖 나는 내가 수현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려 애쓰는 동시에, 내가 수현이라는 걸 분명히 기억했다._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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