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녀석들
나연만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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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알 만으로, 탈모를 정복할 수 있는 알약이 있다면....?
단 한 알 만으로도 풍성한 머리숱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발모제를 만들어 낸 '고영길'.
약의 발매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거기서 아버지와 그분의 친구분께 약을 드렸는데.

아니 웬걸, 머리숱이 풍성해지긴 커녕 조금 남아있던 머리카락마저 다 빠져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눈썹마저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2차 시험자 중에서도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메일을 받게 된다.

 과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기에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 세 가지.
사는 지역, 나이, 월남전 참전 이력이다.
그렇게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베트남으로 향하는 그들.
과연, 그들은 베트남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탈모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표지마저 대놓고 '코미디'로 생각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유도한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나, 아버지를 받아낸 산파이자 나물도 캐고 애도 받다가 사주도 봐주는 쓰리잡을 가진 노파인 계룡보살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선인 연구원인 '사공'과의 대화나 그가 계속해서 '소시지'를 고집하는 것 또한.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본질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우리는 같은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에게 과연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우리는 항상 '위안부'의 문제를 들고 일어나면서 반일 감정을 요구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같은 아픈 역사를 만들게 한
주동자에 가까운 '베트남'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 적이 있을까.

 '라이따이 한',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
코미디에서 시작한 것이 '의료'의 발전을 가져온 '인체실험'이나 '731부대'라든지 그와 유사한 인물을 세우면서
그것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진 못하더라도 어렴풋이나마 그 형체를 제공한다.

 책은 끝까지 '코미디' 요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세르게이'의 카드 일련 번호라든지, 나이가 많음에도 '보디빌더'를 하면서 3대 700을 치는 정정함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아부지에게서 걸려온 그 전화까지 말이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책들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따이 한이면서 대머리에 가깝지만, 약을 먹지 않는 '응우옌' 자신을 가꿀 시간에 타인을 돕는 사람.
사람에게 상처 받았음에도 다시 사람을 믿어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이 책 속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기에 현실이 점점 삭막해 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정이 남아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로 판가름이 났다.
📖 사실은 잊은 게 아니라 누르고 있었던 거지.
📖 모든 약은 우연히 발견된다. 우연을 바라면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진 나도 이제는 그 ‘우연’의 수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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