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평점 :
#10월의어느멋진날에
#조선희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출판사
#SF탐사단
[본 게시물은 아카님 @aka_book_의 모집으로 자음과모음 출판사 @ 에서 보내주시고 SF탐사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가 없다고 근근히 살아온 한 할머니에게
어느날 갑자기 "로또 당첨"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그러한 거대한 행운의 대가인지
하루의 일과처럼 올라간 산을 내려오다가 받은
'재난문자'로 인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 한가지 위안이라면, 자신의 딸과 마지막으로 연락이 되었다는 것.
모두가 다 산 아래로, 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내려갈 때,
할머니는 산 위 전망대로 갔다.
만약 죽더라도 좁고, 막힌 곳이 아닌
넓고 탁 트인 곳에서 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지진이 일어나 땅의 모든 지형을 바꾼 것처럼,
노아의 방주 사건처럼 물이 지형을 다 덮었던 것처럼.
할머니 한 분만 남고 사람들이 전부 다 사라져버렸다.
시간이 흘러 사라졌던 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 크기들이 점점 더 커져만간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생존반경도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할머니는 자신의 "딸"과 재회 할 수 있을까.
먼저 스포하자면,
생존자는 꽤 긴 시간의 흐름을 두고서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에 최악들을 말하자면 나는 "안섭"과 "윤주"라고 말할것이다.
사람들이 참 신기한게, 그러한 아포칼립스 속에서도
선한 사람은 계속해서 선하고 (할머니/노바/영락)
이기적인 사람은 계속해서 이기적이다.(윤주/안섭)
특히나,
자기들만의 구역을 정해서 침범하지 말자고 하는 말이나
자신들 영역에 무턱대고 왔으니 내가 니들 구역에도
가서 물품으로 받아야 한다고
자신이 주운 금붙이는 당연히 다 자기 꺼라는
무한 이기주의자 "윤주"의 모습에는
학을 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참 신기하다, SF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유추
(그것도 생각이 매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할 뿐.
왜 그렇게 됐는지 똑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다.
심지어 곤충들의 변이와 자신들의 신체 변화 그리고
왜 "새"들이 나타나지 않는지,
멸망의 날이라고 생각된 그 날에 목격했던 그 사건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좀 더 세세히 말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생존 지침>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작가를 꿈꿨다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 나무"를
쏟아낼 수 밖에 없었던 할머니가
자신의 속에 담긴 이야기와 자신의 머리에 담긴 지식들로
식량을 보존하고, 동굴을 찾고, 식수를 구하는 등의
생존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게 긴 시간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몇 년간 곤충이 없었고, 산에 위협적인
뱀이나 동물들이 없어서 그럴 수 있었던 것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할머니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겐 딸을 언젠가는 꼭 만나겠단 꿈.
물줄기가 끊기고, 땅의 지각변동으로 인해서 막혔지만.
그 막힌 곳을 언젠가는 탈출하겠다는 목표를 잃지 않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생존자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까지.
마지막에 노바가 끊임없이 할머니에게 자기와 이곳에 남자고,
밖이 어떨지는 알 수 없는거 아니냐고, 필요한 것은
여기 다 있다고 남아 있자고 설득하지만...
할머니는 결국 떠나는 것을 택하고,
노바는 그런 할머니에게서 숨는다. (아마도 그는 할머니와의 이별의 순간을 머리론 알아도 마음으론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도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그에게 할머니는 아마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존경할 만한 어른이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던 어른이였기 때문였기에.
물론, 할머니도 한 때 "영락"과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할머니의 차이는 그는 진정한
"시간의 흐름"을 알았고, 할머니는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할머니가 결국 떠났는지, 딸과 재회했는지, 노바는 어디로 갔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거기서 그렇게 끝나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언제든지 할머니는 다시 자신의 시작 포인트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노바가 있는)
그렇지만, 판도라의 상자 맨 밑 바닥에 희망이 남아 있었듯이..
할머니가 딸과 재회했다는 결말로 상상을 끝맺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