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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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으로 오래간만에 읽는 일본 소설인 것 같다.

왠지 따뜨한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구입한 책. 역쉬~~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와 엄마를 잃은 4살 된 딸, 취업을 고민하며 방황하는 한 청년, 생활고를 견뎌내지 못해 찻집에 침입한 도둑, 정년 퇴임을 눈 앞에 둔 찻집의 단골손님인 중년아저씨,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새 삶을 찾고자 하는 조카까지....

이 따스한 찻집에서 주인인 에쓰코씨와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삶을 되 찾은 사람들...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상황을 고려해 에쓰코씨가 틀어주는 음악은 그들의 마음을 녹이고,

에쓰코씨의 '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주문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면서 또 한번 삶의 의욕을 다짐한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찾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그 곳, 무지개 그림이 걸어져 있는, 무지개를 염원하는 에쓰코씨와의 만남...

각 주제별 음악이 아주 맘에 든다. 다운로드해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에게도, 내 주변에도 이런 찻집 하나쯤 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 질텐데...아쉽다...

마음 둘 곳이 없어.....쩝

 

p. 44~45

노조미는 의자에서 쿵 하고 내려와, 주문을 받으러 온 초로의 여성 뒤를 빙 돌아 내 옆에 섰다. 환희 웃으며 "아빠" 하고 부른다. 그리고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행복의 두근두근, 여기 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잇는 초로의 여성에게 눈짓으로 '잠깐 실례합니다'라는 뜻을 전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노조미의 가슴에 귀를 댔다.

두근 두근 두근........

자그마한 심장이 깡충깡충 뛰며 경쾌한 음색을 연주하고 있었다.

"노조미의 두근두근이 그대로 전달되어 아빠도 같이 행복해졌어."

나는 노조미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고 그림책에서 읽은 대로 말해주었다.

 

p. 254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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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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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하도 떠들어 대서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이 과연 그렇게 시사성이 높고, 이 책을 쓴 저 기자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첨엔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집대성한 책처럼 보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체계적인 느낌을 받았다.

기자라는 점에서 모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았는데...

주기자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보니 주관적인 면을 아주 배제한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우리에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파헤쳐줌으로서

조금은 그 사건에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할 수있었고.

또 이런 기자가 있기에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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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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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미친듯이 읽어나갔다. 꼭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수록 내가 진남 앞바다에 조금씩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그랬다.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책 중에 유일하게 1박2일 만에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무슨말인지 어려워, 아님 너무 지루해서....잘 읽어 나가지 못했던 그 동안의 책과는 달리

이책은 다음 페이지가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열일곱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 포트만.

"나는 왜 카밀라 인가요?" 라는 질문에 "카밀라는 카밀라니깐 카밀라 인거지."하는 답변을 들은 카멜라.

양모가 세상을 떠난 뒤 친모를 찾아 진남으로 오게 된 카밀라. 그런 카밀라를 반갑게 대해주는 이는 진남 그 어디에도 없다. 진남에서 만난 진남사람들은 카밀라 (정희재)에게 선뜻 친모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며 뭔가를 숨기는 듯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한장, 그리고 입양기록, 미국으로 날아온 편지 한통으로 카밀라는 관련된 진남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조바심나고 초조했던건 아마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면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의문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 김연수는 뒤는 독자에게 맡겼다. 작가가 의도했던게, 말하고자하는게 과연 내가 생각하는 거랑 같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쩝.아쉽다.

 

p. 148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이들의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뿐입니다.

 

p. 228~229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p. 250~251

<천년여왕>에서 말한 종말의 시간인 1999년을 넘기고 보니, 결코 인생이 쉽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긴 해도 서른이 되면서 뜨겁고 환하던 낮의 인생은 끝이 난 듯한 기분은 들었다. 그다음에는 어둡고 서늘한, 말하자면 밤의 인생이 시작됐다.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데 왜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말하는지. 마찬가지로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는 너무나 다른데도 우리는 그걸 하나의 인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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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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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김영수씨.

집에서 놀고만 있을수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부업을 하게 되는데...

부업의 첫단계 마늘까기 부터 시작해 학접기, 인형눈붙이기등등을 하다가 부업 알선업자 돼지엄마의 권유로

동물원 아닌 동물원에 취직하게 된다.

동물원, 그 안에서도 고릴라사에 취직하게 된 김영수씨. 그 안에서 앤 대리와 조풍년 과장, 그리고 대장 만딩고를 만나게 되고, 그들이 고릴라로 일하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세렝게티 동물원' 고릴라사에 모인 이 네명. 모두 오게 된 사연을 각각 틀리지만

'인생이란 다 이런거드라' 하는 건 마찬가지...우리의 지금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이다.

웃기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가슴 벅찬 우리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p. 214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게 코미디라고. 자, 한잔해. 어때, 여기 죽여주지?

 

p. 284

파랗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숨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웠다. 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말똥말똥 머리가 맑았다. 지친 듯 눈을 감고 있는 만딩고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이면 어떻고 고릴라면 어떤가. 사람이라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다. 고릴라가 불행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인권? 존엄성?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다 옛말이다. 있는 놈과 없는 놈이 있을 뿐이다. 빈부의 차가 개인의 가치를 판가름하고 결정짓는다. 상대적 빈곤감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인본주의 대신 물본주의가 물 만난 고기처럼 판을 치고, 황금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데 사람 보기를 돌같이 하고, 그래서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고, 그래서 툭 하면 약을 먹거나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거나 건전하지 못한 목적으로 한강에가고,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정부는 그런 국민을 나 몰라라 방치하고, 하지만 자본주의라는게 일한 만큼 버는 건데 이 나라를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민주주의라는 것도 그렇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씨발, 욕부터 나오고, 있는 놈들은 있는 놈들끼리만 노는데, 결혼도 있는 놈들끼리만 하는데, 민주주의는 개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니 지랄, 전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리고,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계속 몸부림쳐야하고, 쥐구멍에 해 뜰 날은 영원히 오지 않고, 내일의 태양 같은건 절대 뜨지 않고, 그런 세상인데....... 어쩌면 고릴라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 330

나도 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또 안다, 내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인간이라는 것도. 그래서 그때는 인생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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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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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의 철없는 혜나.

어릴적 옆집 친구였던 공대 나온 남자 성민이를 남편으로 둔, 잠들기 전에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린지 오래된 결혼 십년차 주부. 그녀를 둘러 싼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청난 재력가였던 아빠와 엄마는 이혼한 상태, 아빠는 자식또래의 여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그런 아빠에게 재산분할청구소송조차 하지 못하는 이화여대 나온 감성적인 엄마. 이기적이고 본인의 가족들만 생각하는 첫째오빠내외와 돈한푼 벌지 못하면서 빚만 몇십억인 둘째오빠. 그런 오빠와 그래도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둘째 올케.

이런 그들의 가족과 엮기게 되는 박진석회장과 정욱연 산부인과 의사.

둘째 오빠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빌려주었던 박진석회장은 결국은 혜나 모친과 이렇쿵저렇쿵 사이가 되지만 그래도 작은오빠를 고소해서 감옥에 보내고, 작은오빠의 소개로 일하게 된 산부인과의 원장인 정욱연과 혜나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한때는 철없고 망나니였던 혜나의 인생이 정욱연을 만나면서 변화게 되는데.....

 

p. 22~23

파국적 위기를 맞았을 때 인간은 보통 네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고 한다. 분노, 부정, 회피, 인정. 아빠가 이혼이라는 뻔뻔한 카드를 내밀었을 때 우리 가족의 반응은 각각의 단계를 대표했다. 나는 지구를 뒤엎을 기세로 분노했고, 작은오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부정했고, 큰오빠는 자기에게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회피했다. 당사자인 엄마는 오히려 모든 단계를 쉽게 뛰어넘어 담담하게 이혼을 받아들였다. 이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의 상태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P. 116

언제나 바람처럼 종종거리고 돌아다니는 정육연이 보육실을 스쳐 지나가면서 유리벽에 짓눌려 납작해진 내 얼굴을 향해 싱긋 웃음을 던질 때면, 내 안구의 뒤쪽 뇌간과 척수의 경계선 부근 어딘가 쯤에서 치사량의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나는 일시적으로 사지마바와 안면경련을 알으켰다. 마흔이 넘은 남자가 저렇게 싱그럽게 웃다니, 그건 기적이거나 환각이고 죄악이었다,. 보육실이 위치한 지하 일층에 수정란 배양실도 함계 있었기 때문에 정욱연은 보육실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 나는 하루 종일 헤로인을 사발로 들이켠 것 같은 멍한 환각상태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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