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김영수씨.

집에서 놀고만 있을수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부업을 하게 되는데...

부업의 첫단계 마늘까기 부터 시작해 학접기, 인형눈붙이기등등을 하다가 부업 알선업자 돼지엄마의 권유로

동물원 아닌 동물원에 취직하게 된다.

동물원, 그 안에서도 고릴라사에 취직하게 된 김영수씨. 그 안에서 앤 대리와 조풍년 과장, 그리고 대장 만딩고를 만나게 되고, 그들이 고릴라로 일하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세렝게티 동물원' 고릴라사에 모인 이 네명. 모두 오게 된 사연을 각각 틀리지만

'인생이란 다 이런거드라' 하는 건 마찬가지...우리의 지금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이다.

웃기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가슴 벅찬 우리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p. 214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게 코미디라고. 자, 한잔해. 어때, 여기 죽여주지?

 

p. 284

파랗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숨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웠다. 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말똥말똥 머리가 맑았다. 지친 듯 눈을 감고 있는 만딩고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이면 어떻고 고릴라면 어떤가. 사람이라고 해서 꼭 행복한 건 아니다. 고릴라가 불행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인권? 존엄성?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다 옛말이다. 있는 놈과 없는 놈이 있을 뿐이다. 빈부의 차가 개인의 가치를 판가름하고 결정짓는다. 상대적 빈곤감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인본주의 대신 물본주의가 물 만난 고기처럼 판을 치고, 황금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데 사람 보기를 돌같이 하고, 그래서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고, 그래서 툭 하면 약을 먹거나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연탄을 피우거나 건전하지 못한 목적으로 한강에가고,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정부는 그런 국민을 나 몰라라 방치하고, 하지만 자본주의라는게 일한 만큼 버는 건데 이 나라를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민주주의라는 것도 그렇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씨발, 욕부터 나오고, 있는 놈들은 있는 놈들끼리만 노는데, 결혼도 있는 놈들끼리만 하는데, 민주주의는 개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니 지랄, 전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리고,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계속 몸부림쳐야하고, 쥐구멍에 해 뜰 날은 영원히 오지 않고, 내일의 태양 같은건 절대 뜨지 않고, 그런 세상인데....... 어쩌면 고릴라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 330

나도 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또 안다, 내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인간이라는 것도. 그래서 그때는 인생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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