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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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의 철없는 혜나.

어릴적 옆집 친구였던 공대 나온 남자 성민이를 남편으로 둔, 잠들기 전에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린지 오래된 결혼 십년차 주부. 그녀를 둘러 싼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청난 재력가였던 아빠와 엄마는 이혼한 상태, 아빠는 자식또래의 여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그런 아빠에게 재산분할청구소송조차 하지 못하는 이화여대 나온 감성적인 엄마. 이기적이고 본인의 가족들만 생각하는 첫째오빠내외와 돈한푼 벌지 못하면서 빚만 몇십억인 둘째오빠. 그런 오빠와 그래도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둘째 올케.

이런 그들의 가족과 엮기게 되는 박진석회장과 정욱연 산부인과 의사.

둘째 오빠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빌려주었던 박진석회장은 결국은 혜나 모친과 이렇쿵저렇쿵 사이가 되지만 그래도 작은오빠를 고소해서 감옥에 보내고, 작은오빠의 소개로 일하게 된 산부인과의 원장인 정욱연과 혜나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한때는 철없고 망나니였던 혜나의 인생이 정욱연을 만나면서 변화게 되는데.....

 

p. 22~23

파국적 위기를 맞았을 때 인간은 보통 네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고 한다. 분노, 부정, 회피, 인정. 아빠가 이혼이라는 뻔뻔한 카드를 내밀었을 때 우리 가족의 반응은 각각의 단계를 대표했다. 나는 지구를 뒤엎을 기세로 분노했고, 작은오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부정했고, 큰오빠는 자기에게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회피했다. 당사자인 엄마는 오히려 모든 단계를 쉽게 뛰어넘어 담담하게 이혼을 받아들였다. 이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의 상태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P. 116

언제나 바람처럼 종종거리고 돌아다니는 정육연이 보육실을 스쳐 지나가면서 유리벽에 짓눌려 납작해진 내 얼굴을 향해 싱긋 웃음을 던질 때면, 내 안구의 뒤쪽 뇌간과 척수의 경계선 부근 어딘가 쯤에서 치사량의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나는 일시적으로 사지마바와 안면경련을 알으켰다. 마흔이 넘은 남자가 저렇게 싱그럽게 웃다니, 그건 기적이거나 환각이고 죄악이었다,. 보육실이 위치한 지하 일층에 수정란 배양실도 함계 있었기 때문에 정욱연은 보육실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 나는 하루 종일 헤로인을 사발로 들이켠 것 같은 멍한 환각상태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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