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완전 미친듯이 읽어나갔다. 꼭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수록 내가 진남 앞바다에 조금씩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그랬다.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책 중에 유일하게 1박2일 만에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무슨말인지 어려워, 아님 너무 지루해서....잘 읽어 나가지 못했던 그 동안의 책과는 달리

이책은 다음 페이지가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열일곱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 포트만.

"나는 왜 카밀라 인가요?" 라는 질문에 "카밀라는 카밀라니깐 카밀라 인거지."하는 답변을 들은 카멜라.

양모가 세상을 떠난 뒤 친모를 찾아 진남으로 오게 된 카밀라. 그런 카밀라를 반갑게 대해주는 이는 진남 그 어디에도 없다. 진남에서 만난 진남사람들은 카밀라 (정희재)에게 선뜻 친모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며 뭔가를 숨기는 듯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한장, 그리고 입양기록, 미국으로 날아온 편지 한통으로 카밀라는 관련된 진남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조바심나고 초조했던건 아마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면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의문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 김연수는 뒤는 독자에게 맡겼다. 작가가 의도했던게, 말하고자하는게 과연 내가 생각하는 거랑 같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쩝.아쉽다.

 

p. 148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이들의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뿐입니다.

 

p. 228~229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p. 250~251

<천년여왕>에서 말한 종말의 시간인 1999년을 넘기고 보니, 결코 인생이 쉽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긴 해도 서른이 되면서 뜨겁고 환하던 낮의 인생은 끝이 난 듯한 기분은 들었다. 그다음에는 어둡고 서늘한, 말하자면 밤의 인생이 시작됐다.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데 왜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말하는지. 마찬가지로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는 너무나 다른데도 우리는 그걸 하나의 인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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