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 - 46년 유아 교육 전문가가 발견한 가장 쉽고 강력한 이야기 교육법
고순애 지음 / 미디어숲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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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다시 소리 내 읽고 싶어진 책, 고순애 <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


선생님, 신기한 힘은 어디서 올까요?"

이야기를 듣던 한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물었다고 하더군요. 무슨 동화였는지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이 질문만은 또렷하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털어놓습니다. 그날 대화는 "신기한 힘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마무리됐다고 해요. 46년을 아이들 곁에서 보낸 분이 은퇴를 앞두고 그 기억을 붙들고 묶어 낸 책이 바로 <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살짝 망설였어요. 사십 대 후반 아재가 유아교육서를 붙들고 있어도 되나 싶어서요. 그런데 첫 장부터 생각보다 제 얘기 같은 대목이 많더군요.

저자는 배움의 자리에 책 대신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이 들어섰고, 이제는 AI가 사소한 일상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느 순간 이야기 들려주기를 멈췄다고 하죠. 기계에 기대어 '틀어 주는' 형식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보여 주기'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직장에서도 얼굴 보고 할 얘기를 메신저 한 줄로 넘긴 지 오래라 남 일 같지가 않았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대신 동영상을 보여 주고, 직접 설명해 주는 대신 검색 결과만 알려 준다는 문장도 이어지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유독 천천히 따라간 건 이 문장이었어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 그 안에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표정과 소리의 높낮이, 잠시 멈추는 호흡, 눈빛과 마음이 함께 전달됩니다."

그래서 아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더해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까지 헤아리게 된다고 해요. 화면이 채워 주지 못하는 게 바로 그 틈에 있다는 얘기 같았습니다.


잠시 멈추는 호흡.

이 말이 유난히 좋았어요. 회의 자리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중요한 대목 앞에서 한 박자 쉬던데, 아이 앞에서도 그 한 박자가 통한다는 거니까요. 2장으로 가면 이 얘기가 훨씬 구체적으로 펼쳐집니다. 어디서 쉬고 어디에 힘을 주느냐가 말의 빠르기만큼 중요하다고 하고, 잔잔한 장면에서는 낮고 부드럽게, 클라이맥스에서는 조금 더 힘 있게 목소리를 내라는 식으로 호흡과 발성, 발음까지 하나하나 알려 주더라고요.


솔직히 이쯤에서 조금 뜨끔했습니다. 프롤로그에 많은 부모가 '굳이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는 대목이 있는데, 저도 딱 그 질문을 품고 있었을 사람이거든요. 호흡이니 발성이니 하는 말이 나오니 동화 구연가쯤은 돼야 하는 건가 싶어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런 마음을 저자가 미리 알았는지, 프롤로그 끝에 "오늘부터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문장을 놓아두셨더군요. 몇 분이면 된다는 말에 어깨가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에서 제일 신기했던 건 이야기를 계절별로 묶어 놓았다는 점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들려줄 이야기가 따로 있는데, 지금이 가을이라 그런지 가을 편 목록에 먼저 눈이 가더라고요. (아기 비둘기의 모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빨간 망토), (가장 아름다운 깃털), (금도끼 은도끼), (캥거루의 짧은 발)까지 전래동화와 명작과 우화가 한데 섞여 있습니다. 컬러 삽화도 함께라 넘기는 맛이 있고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이렇게 흘러가요. 떡 잘 만드는 할머니가 손주들 주려고 꽃떡을 보자기에 싸서 고갯길을 넘는데요.

한 고개 넘어서, "아이고, 허리야!" 두 고개 넘어서, "아이고, 다리야!" 세 고개를 넘어서는데…. "어흥!"

그러고는 할머니가 '털썩' 주저앉고, 호랑이는 떡을 넙죽 받아 '쩝쩝' 씹어 먹더니 잽싸게 달려와 앞을 '턱' 가로막습니다. 글로만 봐도 목소리 톤이 저절로 바뀌는 게 느껴지더군요. 2장에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살려 읽으라던 얘기가 여기서 바로 실전이 되는 셈이에요. 할머니가 끝까지 당하고만 계시는 분은 아니더라고요. 그다음은 직접 확인해 보시면 재밌어요.


이야기마다 끝에 '이렇게 물어보세요'라는 칸이 붙어 있는데, 이게 진짜 알맹이 같아요. 떡 이야기 뒤에는 "호랑이는 왜 할머니에게 자꾸 떡을 달라고 했을까요?" 같은 질문이 기다리고, (빨간 망토) 뒤에는 "숲이나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까지 나옵니다. 내용을 떠올리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행동의 이유, 인물의 감정, 다른 가능성, 자기 경험으로 차츰 넓혀 가라던 2장의 순서가 그대로 살아 있더라고요. 이야기가 아이의 생활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랄까요.


그중에서 어른인 저한테 오히려 더 필요했던 건 (가장 아름다운 깃털)이었어요. 새들의 나라에서 해마다 '가장 아름다운 깃털 뽑기 대회'가 열리는데, 원앙은 올해 일등은 바로 나라며 목을 쭉 빼고, 공작은 꼬리를 부채처럼 활짝 펼치고, 백조는 작년에 우승한 걸 잊었냐며 긴 목을 숙여 깃털을 다듬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까마귀는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리죠.


"온통 까맣기만 하잖아. 정말 볼품없어."

그러다 연못가에 떨어진 주황색 깃털 하나를 주워 몸에 꽂아 보고, 밤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새들이 떨어뜨린 깃털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빨간 깃털 하나, 파란 깃털 하나, 노란 깃털 하나….

질문 칸 마지막 줄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좋은 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인데, 아이용 질문인데도 마흔 넘은 직장인한테 더 급한 질문 같더라고요. 연말 평가 철이 다가오면 옆자리 동료 깃털이 유독 화려해 보이는 게 사람 마음이라서요. 아이한테 물어보려다 제가 먼저 대답을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도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게 또 좋았어요.

<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 4장은 들려준 이야기로 놀이를 이어 가는 장이에요. 찰흙, 플레이콘, 클레이로 만들고, 여러 도구로 그리고, 동시와 동요로 글을 짓는 활동이 준비물과 진행 과정까지 차례로 정리돼 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건 활동마다 붙은 '이런 점은 어려워할 수 있어요'라는 칸이었어요. 찰흙은 색이 제한적이고 축축한 자국이 옷에 남을 수 있다, 클레이는 어린아이라면 삼킴 사고 위험이 있으니 보호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기는 아이가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점만 늘어놓아도 될 텐데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내 놓는 건 현장에서 오래 아이들을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같더군요.


만들기에서도 질문은 계속됩니다. 플레이콘 활동에는 왜 그걸 만들고 싶은지 이유를 묻고, 완성된 작품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묻고, 아이의 대답에 맞춰 뒷이야기를 끌어가도 좋다는 단계까지 들어 있어요. 그리기 쪽 팁에는 완성도를 따지는 대신 이야기의 특징을 잘 살린 부분이나 독창적인 표현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라는 말이 있고요.


어휘력 활동에는 동요 (악어 떼)를 (혹부리 영감) 버전으로 바꿔 부르는 예시가 실려 있는데, 이게 꽤 웃깁니다.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가 "혹이 달린 혹부리 영감"이 되고, "악어 떼가 나올라"가 "도깨비가 나올라 도깨비"로 바뀌어요. 보다가 회사 버전으로 '부장님이 나올라 부장님' 하고 개사해 볼 뻔했네요. 원래 글과 바뀐 글을 비교하면서 뭐가 달라졌는지 이야기 나눠 보라는 단계까지 있어서, 이렇게 놀다 보면 낱말이 저절로 늘겠다 싶었습니다.


프롤로그 맨 끝 서명도 기억에 남아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 미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떠올리며 여명 고순애." 아이들과 46년을 한 걸음씩 걸어왔다는 첫 문장과 이 서명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아이들을 가르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같이 길을 걷는 사람으로 대해 온 분이라는 인상이 들더라고요. 그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에 이 책을 만나니, 저자가 떠올렸다는 시원한 바람이 이제 독자들한테 닿고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꽂아 두는 책이라기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꺼내 쓰는 책에 가까운 거 같아요. 계절마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마다 질문이 붙어 있고, 뒤에는 만들기와 그리기와 놀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이라면 누구 손에 들려도 쓸모가 있겠더라고요. 보통 육아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들고 다니다 보면 팔뚝에 알이 좀 배길 것 같은데, 그것도 이야기의 힘이라고 우겨 보겠습니다.


수요일, 한 주의 허리를 지나는 날이라 그런지 마음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길가 나무들도 하나둘 물들기 시작했고, 저녁 바람엔 제법 쌀쌀한 기운이 섞였어요. <아이의 미래를 열어 주는 이야기의 힘>을 덮고 나니,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가을 편 이야기 하나쯤은 소리 내서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잠시 멈추는 호흡까지 흉내 내면서요.


좋은 책 한 권 만나서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 하루예요. 다들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화면을 끄고 아이 곁에 앉아 단 몇 분이라도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46년 유아교육 현장의 노하우를 질문과 놀이까지 꾹꾹 담아낸 다정한 실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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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원을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김경태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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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월급의 209시간, 어디서 왔을까|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월급 얘기만 나오면 꼭 따라붙는 숫자가 있어요.

209시간.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도 이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따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들 보라고 쓴 책에서 엉뚱하게 그 답을 찾았어요. 김경태의 <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이야기입니다.


풀이는 이렇더라고요. 1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주휴시간 8시간을 얹으면 48시간이고, 여기에 4.345주를 곱하면 208.56시간이에요. 소수점을 반올림하면 209시간이 됩니다. 4.345는 1년 365일을 7일로 나눈 약 52.143주를 다시 12개월로 나눈 값이라고 하네요.

이거 하나 알았다고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거 같아요.

책은 손에 쥐어 보면 생각보다 날씬합니다. 보통 실용서보다 한결 얇은 편인데, 두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어도 속은 살이 꽉 찬 쪽이랄까요. 직원이 들어오기 전부터 떠날 때까지를 준비, 채용, 근로 관리, 퇴사의 네 단계로 나눠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요.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장만 골라 펼쳐도 되게 짜여 있더군요.


출발점은 운전 이야기예요. 저자는 매달 신규 사업자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교육장에 뭘 타고 오셨느냐고 묻는다고 해요. 무슨 자격으로 운전하시느냐, 면허증은 어떻게 따셨느냐로 질문이 이어지고요. 그 끝에 이 문장이 나옵니다.


"사업자등록증은 적성검사도 시험도 없이 누구나 쉽게 나오는데 사업장이라는 내 자동차에 직원이 탑승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켜야 할 신호와 도로 표지판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셈입니다."


위반하면 벌금에 형사처벌까지 있는데 왜 근로기준법은 면허도 적성검사도 기초적인 교육도 없었을까. 저자는 이 물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운전면허 필기시험 보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말투는 선배가 상담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장마다 대표님들이 실제로 던졌을 법한 질문이 먼저 나오고 바로 답이 따라붙어요. "그럼 제가 필요한만큼 일시키고, 주고싶은 만큼 정해서 주면 되겠죠!?" 하는 물음에 "그렇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선을 긋는 식이죠.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이야기는 그다음에야 차근차근 이어지고요.


제 또래가 읽으면 살짝 뜨끔할 대목도 있어요. 면접에서 친해지려고 이것저것 물었다는 대표님에게 저자는 "결혼했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를 두고 "친근감이 아니라 불법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부모님 직업이 뭐예요?", "집이 어디에요? 자가입니까?", "차 있어요?"도 피해야 할 질문 목록에 올라 있어요. 한때는 면접장에서 인사처럼 오가던 말들이라 격세지감이 든다고 할까요. 대신 써도 좋은 질문도 함께 실려 있어요. "이전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장기 근무 가능하신가요?" 같은 것들이요.


채용 공고 문구도 고쳐 쓰는 방법까지 보여 줘요. '20대 환영'은 '연령 무관'으로, '서울 출신만'은 '출퇴근 가능한 분'으로 바꾸고, '미혼자 우대'는 아예 꺼내지 않는 식이에요.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라니 말 한마디 값이 꽤 나가겠더군요.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는 친권자 동의서가 있어야 하고, 하루 근로시간도 7시간으로 묶인다고 해요.


책의 한가운데쯤에 주휴수당 장이 있습니다. 법조문 정의는 "1주일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주는 유급 휴일 수당"인데, 저자는 이걸 이렇게 풀어 줘요.

"쉽게 말하면, 1주일 성실히 일한 근로자에게, 1일치 임금을 더 주는 것"

이 한 문장 덕분에 머릿속이 훤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 15시간을 채우는지 보는 예시가 세 가지 나오고, 시급 10,320원을 그대로 넣은 계산이 정규직, 주 3일 아르바이트, 요일마다 근무시간이 다른 경우로 이어져요. 연차나 법정 휴가를 쓴 주도 개근으로 친다는 설명이 있어요. 한 주 결근해서 주휴수당이 없어져도 다음 주에 개근하면 다시 생긴다는 설명도 있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주휴수당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본 사례였어요. 주 20시간으로 계획했던 자리를 주휴수당을 피하려고 주 12.5시간으로 줄인 경우예요. 일이 제대로 안 되고 인수인계 시간만 늘었다고 해요. 한 사람 몫을 여럿이 나누다 보니 채용·교육 비용이 불어나고, 근로자 불만이 쌓여 이직률도 올라갔고요. 기록만 줄이고 실제로 더 일하게 하면, 진정이 들어왔을 때 주휴수당에 벌금까지 따라온다고 해요.


회사에서도 비용 아끼려고 사람이나 시간을 쪼갰다가 남은 사람 몫만 늘어나는 장면,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주 20시간 근무자에게 6개월 동안 시급만 주고 주휴수당을 빼먹은 실제 사례도 실려 있어요. 미지급액이 1,073,280원으로 계산되는데, 노동청 진정 후 사업주가 107만 원에 지연이자까지 지급했다고 하더군요.

부록은 현장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나는 곳이었어요. 노동부에서 연락이 왔을 때, 퇴사한 직원과 분쟁이 생겼을 때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지를 다룹니다. 첫머리부터 조사 자체가 곧 처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 당황하지 말라고 다독이면서 시작해요.


"주변 사장님들도 다 이렇게 하던데요"라는 말에는 프롤로그의 도로 비유가 다시 등장해요. 먼저 건넌 사람이 무단횡단을 했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 하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는 거죠. 조사 전화가 왔을 때 기억에만 기대 즉답하지 말고 "관련 자료를 정리한 뒤 연락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직원과의 분쟁은 대부분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고 오해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문장은, 사장님이 아닌 직장인한테도 그대로 통하는 얘기 같았어요.


숫자와 표가 몰려 나오는 장에서는 솔직히 제 눈이 좀 바빴어요. 그래도 장이 끝날 때마다 요약 정리 카드가 한 장씩 붙어 있습니다. 본문에서 헤매던 내용이 거기서 깔끔하게 다시 묶여서 따라가기 수월했어요.

소장 가치도 넉넉한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6년 최저임금 옆에 2027년 시급 10,700원과 월 환산액 2,236,300원까지 나란히 실어 두었어요. 근로감독에 대비해 평소 챙겨 둘 자료로는 근로계약서, 출퇴근기록, 급여대장과 임금명세서 등이 정리되어 있고요. 본문 곳곳의 QR코드로 동의서 샘플 같은 서식이나 무료 상담 신청까지 바로 이어지게 해 둔 것도 쓸모가 커 보여요. <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은 한 번 읽고 꽂아 두기보다는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내 펼쳐 보게 되는 책이에요.


첫 직원을 앞둔 사장님한테야 두말할 것 없이 든든하겠죠. 저처럼 월급 받는 쪽에서 읽어도 내 시급과 주휴수당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훤히 보여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사장님과 직원이 같은 도로 위에서 같은 신호를 보고 달리게 해 주는 책, <첫 직원 뽑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덮으면서 든 느낌이 딱 그랬어요.


10월도 하순에 접어들어 출근길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수요일이에요. 한 주의 딱 절반을 개근했으니 오늘 저녁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주휴수당을 셀프 지급해 볼까 합니다. 좋은 책 만나서 머릿속까지 든든해진 하루였어요.


월급 계산에 붙는 209시간의 비밀부터 노동부 전화에 대처하는 요령까지, 첫 직원을 태우고 근로기준법이라는 도로에 나서는 사장님을 위한 친절한 운전 교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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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마음속 걱정을 꺼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심리 글쓰기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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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열심히 살수록 마음이 바쁜 이유, 컵 하나부터 써보는 심리 글쓰기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강 신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공부를 반쯤 끝낸 기분, 혹시 아시나요. 자료 파일을 내려받아 폴더에 넣어두기만 해도 그 지식이 벌써 내 것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요. 이 책은 그게 부지런함이 아니라 불안이 시킨 행동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첫 꼭지부터 뜨끔했습니다.


10월도 셋째 주로 접어들면서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요. 월요일을 먼데이라고 부르는 건 주말이 그만큼 먼 데 있어서라는데, 오늘은 그 말이 영 농담 같지가 않네요. 일주일 치 걱정이 한꺼번에 줄 서는 요일이라서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꺼내기에 딱 맞는 날 같습니다.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제목만 보면 불안을 다룬 심리 교양서 같은데, 펼쳐보면 글쓰기 안내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꼭지마다 끝에 '나를 바꾸는 글쓰기'라는 연습이 붙어 있어요. 이 부분은 연보라색 테두리로 따로 구분돼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가도 금방 눈에 띄고요. 불안이 왜 생기는지 설명을 듣고 나면 바로 이어서 손으로 써보는 순서라, 읽고 고개만 끄덕이다 끝나지는 않더라고요.


노력도 불안일 수 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1장의 '안전 행동' 이야기였어요. 어두운 골목에서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처럼, 불안을 피하려고 하는 행동을 안전 행동이라고 부른대요. 그런데 저자는 노력도 전형적인 안전 행동이라고 하더군요. 뒤처질까 봐, 낙오될까 봐 '노력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안심한다는 거죠. 강의 하나 들으면 잠깐 마음이 놓이는데, 곧바로 '이 수업을 들을 시간은 있나?' 하는 새 걱정이 따라온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좀 씁쓸했습니다.


남에게 일을 못 맡기는 상사 이야기도 나와요. 맡겨 놓고도 믿지 못해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심지어 남의 일을 가로채 직접 하기도 한다고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상사를 한 번쯤은 꼭 만나게 되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요. 그동안 꼼꼼함인 줄로만 알았던 게 불안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니.


이 꼭지 끝에는 두 종류의 목소리가 나란히 놓여 있어요. "삶은 아름답고 오늘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 같은 말 바로 아래에 "이렇게 해야만 해! 반드시 완성해야 해! 멈출 수 없어!" 같은 말이 붙어 있더라고요. 앞의 문장들이 밖으로 내보이는 목소리라면 뒤의 문장들은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같았어요. 마흔 후반쯤 되면 뒤쪽 목소리가 아무래도 더 익숙합니다. 칭화대 자오위쿤 교수의 "수많은 노력 뒤에는 불안감이 있다"는 말도 인용되는데,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인 줄 알고 달려온 세대한테는 조금 아픈 문장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지 궁금해지잖아요. 1장 끝의 첫 글쓰기 수업이 프리 라이팅인데, 생각보다 방법이 구체적이라 좋았어요. 눈 감고 심호흡 한 번, 시간은 5분에서 10분. 20분을 넘기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오타나 맞춤법은 신경 쓰지 말고 쓰다가 멈추지도 말라고 해요. "맙소사! 내가 이렇게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다니" 싶어도 그냥 계속 써 내려가라고요. 막상 펜을 들었는데 아무것도 안 떠오르면 지금 눈에 보이는 것부터 쓰라는 조언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나는 내 손 옆에 있는 컵을 보았다. 그것은 입구가 큰 도자기 컵으로…"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니, 이 정도면 글쓰기가 겁나는 아재도 한 줄은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프리 라이팅 설명 끝에는 이런 세 줄이 나란히 서 있어요.

"만약 당신의 마음이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당신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당신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저는 아무래도 미래 쪽에 주소지를 두고 사는 사람인가 봅니다.

2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인터넷과 정보 쪽으로 옮겨가요. 다들 상식이라고 믿던 것들이 유언비어로 판명 나는 대목은 솔직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박 당도를 높이려고 설탕물을 주사한다는 소문은 껍질에 바늘 자국이 남기 때문에 애초에 말이 안 된대요. 모기도 혈액형을 골라 무는 게 아니라고 하고요. 그러다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의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가장 많이 보였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고, 지식을 좇을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진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더군요. 많이 알면 덜 불안할 줄 알았던 쪽이라 이 대목에서 잠깐 멈칫했어요.


리얼리티 쇼 일화도 하나 나오는데,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재밌을 거예요. 그 끝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라는 한 줄이 따로 놓여 있고, 바로 뒤에 문짝 실험이 이어져요. 길을 묻던 사람이 문짝이 지나가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알아챈 행인은 47%뿐이었대요. 저자는 여기서 이렇게 묻습니다. "돈, 더 좋은 집, 더 비싼 차만 바라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자신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 나이에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더라고요.


같은 장에서 저자가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는 대목은 결이 조금 달라요. 어머니가 뜨개질로 짜주신 스웨터, 할머니 재봉틀이 '다다다' 돌아가던 소리, 새해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할아버지가 큰 솥에 물을 끓여 찌던 장면이 나와요. "노동은 몸에 기억을 저장하는 훌륭한 방식"이라는 문장이 그 뒤에 이어지고요. 각자 집에도 이런 장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손으로 하던 일이 줄면서 함께 줄어든 게 뭔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몸의 감각 쓰기는 "내가 본 것은…",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만진 것은…", "내가 맡은 향기는…", "내가 먹은 것은…"으로 이어져요. 만진 물건에게 해줄 말이 있으면 대화하듯 써보라는 제안이 재밌더라고요. 냄새 쓰기에는 밖에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의 집 냄새, 요리할 때의 음식 냄새에 양말 벗을 때의 냄새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퇴근하고 양말 벗는 순간을 글로 쓰면 그건 감각 쓰기가 아니라 고발문이 될 거 같은데요. 그래도 음식을 바로 씹지 말고 향이 입안에 천천히 퍼지는 걸 먼저 느껴보라는 대목은 진지하게 따라 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의 뒤쪽은 분위기가 한층 깊어져요. 정신의학과 교수 얄롬의 "죽음은 육체적으로 사람을 없애지만, 죽음이라는 관념은 사람을 구한다"는 말이 나오고, 유서 쓰기로 넘어갑니다. 가장 놓을 수 없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일 세상을 떠난다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질문은 짧은데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았어요.

솔직히 걸렸던 건 이 장 끝의 질문 목록이에요. 나와 '우리', 나와 '권위', 나와 '세계'에 관한 질문이 줄줄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답이 바로 안 나오는 것들이라 머리가 꽤 복잡해지더라고요. "부하직원이나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나와 권위자 사이의 관계 패턴을 재현하는가?" 같은 질문은 아직도 답을 못 정했어요. 한 번에 다 풀려고 하기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꺼내 보면 딱 좋을 질문들 같습니다.


그래도 이 장에는 위로가 되는 문장도 있었어요. 배우 용메이가 상을 받으면서 했다는 말이요. "제 얼굴의 주름이 펴지지 않길 바라요. 힘들게 만든 것이거든요." 거울 속 주름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중년이 되니 인간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문장은 제 얘기를 대신 써준 줄 알았고요. 장쉰의 <고독육강>에서 가져온 "고독이 좋지 않게 비치는 것은 우리가 고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읽고 나니,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 덜 미안해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라는 사람 자체도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던 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옮겼더니 자유로워진 대신 일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는 고백이 나오는데, 꽤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에필로그에는 원고 독촉 메시지를 받은 저자가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남자의 코 고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펼치는 장면이 나와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쓰던 일기에 편집장이 '웬수의 기록'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장면들 덕분에 앞에서 들은 조언들이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던 거 같아요.


나와 일상과의 종이 한 장의 거리!

에필로그는 이 한 줄로 끝나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걱정 많은 주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책 같아요. 감각 쓰기, 꿈 쓰기, 유서 쓰기 같은 연습은 그때그때 처지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올 테니까요. 불안을 싹 없애 주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이 가더라고요.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마음만 바쁜지 모르겠다 싶은 분이라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길가 은행잎이 하나둘 노랗게 물드는 10월이에요. 가을을 타는 줄 알았던 마음이 사실은 미래에 가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타이머 5분 맞춰 놓고 컵 하나부터 써보는 걸로 이번 주를 시작해 볼까 해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덕분에 마음속 서랍 하나를 정리한 기분이에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걱정은 덜고 단풍은 넉넉히 챙기는 한 주 되세요.


노력하는 모양새 뒤에 숨은 불안을 알아보게 하고, 컵 하나를 바라보는 글쓰기로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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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를 가두지 않는 연습
와다 히데키 지음, 이청한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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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60점이면 충분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처방,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서평


동료들 다 보는 앞에서 상사한테 호되게 깨졌다고 해 볼게요. 이럴 때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하고 욱하는 분도 있고, '나는 업무 능력이 부족해' 하고 어깨가 축 처지는 분도 있을 거예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뜻일 거야. 다음부터 더 조심하자' 하고 툭 털고 일어나는 쪽도 있고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는 이런 객관식 문제로 첫 꼭지를 엽니다. 정답이 세 번째라는 건 누구나 알 텐데, 제 마음은 자꾸 두 번째 근처를 서성이더라고요.

아, 이거 제 얘기구나 싶었습니다.

10월도 중순을 넘기니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갑네요. 한 주를 여는 월요일이라 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유튜브 틀어 놓고 잠들던 저녁이 책 펼치는 저녁으로 바뀐 요즘이라 그런지 마음만은 좀 들떠 있어요. 새 책 도착하는 날을 기다리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저자 와다 히데키는 30년 임상 경험을 가진 정신과 의사이고, 일본에서 저서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부를 넘었다고 하더군요. <80세의 벽>, <치매의 벽>도 이분 책이에요. 이청한 님이 우리말로 옮겼는데, 문장이 딱딱하지 않아서 진료실에 앉아 선생님 얘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가 다른 마음 관리 책과 조금 달라 보였던 건 출발점 때문이에요.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면 우리는 보통 타고난 성격 탓으로 돌리잖아요. 저자는 심리학에서는 그걸 '사고방식의 차이'로 본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러나 사고방식은 바꿀 수 있다."

성격은 못 바꿔도 생각하는 버릇은 손볼 수 있다는 얘기니까, 마흔 넘어 성격 탓만 하던 사람한테는 꽤 반가운 소리였어요. 고민이 많은 상태를 일종의 '체질'로 보고 그 체질을 조금씩 바꿔 보자고 권하는 쪽이라, 혼나는 기분 없이 편하게 읽히는 거 같아요.


1장에는 대니얼 카너먼의 '빠른 사고'와 '느린 사고'가 나옵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음 표시만 뜨고 답이 없을 때, 빠른 사고는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에서 시작해 '나는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항상 괜한 말을 덧붙여'를 거쳐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까지 내달려요. 답장 하나에 인간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과정이 너무 익숙해서 피식 웃다가 조금 찔렸습니다.


복권 얘기도 나와요. 30년 동안 한 번도 안 됐으니 이제 될 때가 됐다는 생각 말이에요. 천만 장 중 1등이 한 장이면 그 확률은 올해도 내년도 똑같이 천만 분의 일이라는 거죠. 저도 막연히 그렇게 믿던 사람 중 하나였고요.


상식처럼 통하는 '그래야 한다'도 다시 보자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논쟁을 꺼내는 대목도 있어요. 일본 경찰청 통계를 펼쳐 놓는데, 16~19세 사고 건수가 85세 이상의 두 배 가까이 되더라고요. 운전을 그만둔 고령자가 6년 뒤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될 위험이 2.2배 높았다는 쓰쿠바대학교 연구 결과도 함께 나옵니다. 저 역시 고령 운전은 당연히 위험하다고 여기던 쪽이라, 숫자를 하나씩 따라가며 천천히 읽게 되더군요.


저자가 스승이라 부르는 정신과 의사 모리타 쇼마와, 그가 1919년에 만든 모리타 요법도 1장에 처음 등장해요. 불안과 공포를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에요. 이 이름이 책 뒤쪽에서 다시 나올 때 앞뒤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2장으로 넘어가면 스톡형과 플로형이 나와요. 감정을 쌓아 두는 사람이 스톡형, 흘려보내는 사람이 플로형이에요. 뒤에 자가 진단 항목이 붙어 있는데 '화가 나면 그 일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분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같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영락없는 스톡형이더라고요. 주식 계좌에 스톡은 별로 없는데 마음에는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었다니, 이것도 재테크라면 재테크일까요.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이 당연하던 시절엔 신중한 스톡형이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렸지만, 변화가 빠른 요즘엔 유연한 플로형이 강점을 발휘하기 쉽다는 대목도 있어요. 정해진 길만 성실히 따라가면 된다고 배우며 회사 생활을 시작한 세대라 그런지, 이 문단은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네요.


다른 데보다 유독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꼭지는 '혼자 너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였습니다. 같은 대기업에 들어간 A와 B가 나오는데, 둘 다 명문대 출신에 능력도 비슷해요. A는 "괜찮아?" 하고 물으면 "안 괜찮아요. 도와주세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B는 "괜찮아요. 제 일이니까요", "선배도 바쁜데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하면서 밤늦게까지 혼자 야근하는 사람이고요.


읽으면서 당연히 B 편을 들었죠. 책임감 있고, 묵묵하고. 그런데 3년 뒤 신규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탁된 건 A였고, B에게 돌아온 평가는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이었어요.


B의 대사들. 어디서 많이 듣던 말투더라고요.

이 꼭지 뒤쪽에는 연차가 쌓인 사람 얘기가 이어집니다. 후배에게 일을 못 맡기고 혼자 떠안는 사람의 속마음이 그대로 실려 있는데, '아직은 믿고 맡기기 어려워', '내가 하는 편이 더 빠르니까 그냥 하자' 같은 문장은 제 혼잣말을 받아 적은 줄 알았어요.


솔직히 처음엔 좀 걸리는 문장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오만이라니, 그래도 혼자 버텨 온 세월이 있는데 싶어서 살짝 서운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앞에 후배들이 '우리가 나설 차례는 없어', '일을 맡겨주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서, 둘을 붙여 놓고 보니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경력이 쌓여 기댈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를 찾아가거나, 세미나에서 궁금한 걸 묻거나, 관련 서적을 찾아보라고도 해요. 관련 서적이라는 말에 서평단 아재는 괜히 반가웠고요. 회사에서 혼자 다 끌어안고 사는 중간 관리자분들이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를 읽으면 저처럼 몇 번은 움찔하실 것 같아요.


4장에는 숨통이 트이는 얘기가 나옵니다. 직장에서 싫은 일이 있었으면 동료들과 모여 불평도 하고 상사 흉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하거든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허락해 주셨으니, 이제 커피 타임 수다에도 처방전이 생긴 셈이에요. 물론 조건은 있어요. 털어내고 잊기 위해서여야 하고, 흉을 보다가 어느새 장점이 보이고 그 정도는 애교로 넘길 단점이라고 여길 수 있으면 더 좋다고요.


같은 꼭지에 모리타 박사의 말이 다시 등장합니다.

"감정에는 법칙이 있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은 산 모양을 그리듯 점점 높아졌다가 정점에 이른 후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다만 스스로 감정을 더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해요. 통증이나 가려움이 의식할수록 심해지는 것처럼, 싫은 소리 들은 일을 자꾸 떠올리면 감정이 커진다는 비유가 쉽게 와닿았어요. 그다음은 월요일에 꺼내 보기 딱 좋은 대목이에요. 누구나 아침에 '일하러 가기 싫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이불 속에만 있으면 상황은 바뀌지 않으니, 내키지 않아도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보라는 거죠. 화가 날 땐 "산책을 하든, 커피를 내리든, 책을 읽든 무엇이든 괜찮다"고 하는데, 책을 읽든에 슬쩍 동그라미를 치고 싶더라고요.


'인생은 실험이다'라는 짧은 소꼭지도 기억에 남아요.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면서, 해 보고 안 맞으면 손절하듯 깔끔하게 그만두고 새 일에 도전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끝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간에 그만둬도 괜찮다는 문장. 버티는 걸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한테는 낯설면서도 어딘가 시원한 말이었어요.


마치며에서 저자는 고민하고 불안해한다고 해서 약하거나 부족한 사람인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고방식의 습관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고요. 일어난 일과 감정을 나눠서 바라보기, 완벽을 좇는 대신 60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보기, 머릿속 생각을 글로 꺼내 보기 같은 작은 실천도 하나씩 짚어 주고요. 그리고 이런 말이 이어집니다.


"고민과 불안이 있다는 것,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 문장 하나로 책값은 했다 싶었어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는 꼭지가 짧게 나뉘어 있고 객관식 질문이나 체크리스트가 중간중간 끼어 있어서,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한 날 목차를 훑어보고 필요한 꼭지만 펼쳐 봐도 되는 책이라 책장 깊숙이보다는 손 닿는 자리에 두고 싶어지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단행본 정도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부담 없는 편입니다.


단풍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한 10월 셋째 주 월요일이에요. 나무도 가을이면 잎을 미련 없이 떨구는데, 저도 머릿속에 쌓아 둔 걱정 몇 개쯤은 이번 주에 흘려보내 볼까 합니다.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덕분에 스톡형 아재가 플로형 쪽으로 한 발짝 옮겨 간 기분이라,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졌어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이번 주는 60점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지내 보자고요.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생각하는 버릇 때문이고, 그 버릇은 바꿀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가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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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영어책을 덮었다면 - 덮었던 영어책을 다시 펼치게 만드는 공부법
소피아 지음 / 북플레이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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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장에서 영어책 한 권을 꺼내 옆면을 세워 보면 손이 닿은 앞쪽만 색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형광펜이 끊긴 그 경계가 지난번에 멈춘 자리라는 거죠. <오늘도 영어책을 덮었다면>은 바로 이 장면으로 이야기를 엽니다. 재작년에 산 문법책, 작년에 산 단어장, 지난달에 산 기본서가 출판사도 두께도 다른데 필기가 멈춘 자리는 이상하게 비슷하다는 대목에서는 괜히 뜨끔했어요.


제 책장이라고 다를까 싶더군요.


어느새 10월도 셋째 주, 월요일이에요.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져서 옷장 안쪽에 넣어 둔 외투가 슬슬 생각나는 때죠. 월요일은 "이번 주부터는 진짜 한다"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오는 요일인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목이 유난히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요즘 서평단 하면서 새 책 받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데, 이번 책은 두께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 책보다 얇은 편이라 손에 쥐기 편하거든요. 제목은 덮었다면인데 아재는 일단 펼치고 봅니다. 덮는 것도 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저자 소피아 쌤은 강의실에서 학습자가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찾아 주는 방식으로 가르쳐 온 분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글 전체가 상담실에 마주 앉아 듣는 말투에 가깝습니다. 혼내는 기색이 하나도 없어요. 공부를 그만두면 대개 자기 탓부터 하게 되는데, 그 얘기를 받아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게으른 사람은 교재를 사지 않습니다. 계획표를 만들지도 않고, 첫 주에 하루도 안 빠지고 책을 펴지도 않아요. 다시 시작한 기록이 여러 번 있다는 건 그때마다 시간과 돈을 쓰셨다는 뜻입니다."


의지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셔도 된다는 말이 뒤에 붙는데, 이 나이쯤 되면 누가 이렇게 편들어 주는 말이 은근히 반갑잖아요. 일이 틀어지면 사람부터 탓하기 쉬운 게 직장이기도 하고요.


<오늘도 영어책을 덮었다면>만의 특이한 점을 꼽자면 역시 5분 레벨 진단이에요. 문법, 어휘, 읽기 다섯 문항씩에 듣기 세 문항이고, 듣기는 QR로 음원을 들으며 풉니다. 재미있었던 건 푸는 규칙이었어요. 모르는 문항은 찍지 말고 비워 두라고 해요. 보기가 세 개라 찍으면 셋 중 하나는 맞는데, 그렇게 두세 개만 섞여도 결과가 한 구간 올라가서 지금보다 앞선 자리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는 거죠. 그게 바로 지난번에 해 본 방식이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한 문항에 20초, 사전과 검색은 금지.


문항을 들여다보면 은행 금리, 파일 백업, 1분기 매출 발표, 환불 영수증, 피트니스 센터 이전 안내 메일 같은 문장이 줄줄이 나와요. 영어 문제인데 회사 메일함을 열어 본 기분이 살짝 들더군요.


채점은 맞은 개수만 영역별로 셉니다. 총점은 내지 않아요. 숫자 네 개를 보고 어휘가 낮으니 단어장부터 사자는 식의 결정도 잠깐 미뤄 두라고 해요. 다른 영역이 원인이어서 그쪽이 낮게 나온 경우도 있다고요. 결과가 예상보다 낮게 나와도 오히려 진단이 제대로 됐다는 뜻에 가깝다는 말까지, 끝까지 다정한 편이에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Chapter 4였어요. 하루 분량을 정할 때 보통 하는 양과 가장 조금 하는 양을 따로 정하라는 대목입니다. 가장 조금 하는 양은 그날 아무리 안 돼도 이 정도는 한다는 선이에요. 단어 5개나 문법 한 장처럼 10분 안에 끝나는 분량이죠. 10개를 못 할 것 같은 날엔 대부분 아예 안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다 못 할 거면 내일 제대로 하자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는 분량보다 큽니다."


이 문장은 영어 말고도 여기저기 갖다 붙이고 싶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운동이든 일기든, 하다못해 집 정리든.


계획을 요일별이 아니라 한 주 단위로 적으라는 이야기도 이어져요. 화요일에 못 하면 목요일엔 이틀 치가 밀려 있고, 주말에 몰아서 하거나 계획을 새로 세우게 된다고요. 그런데 새로 세운 계획이 처음 것보다 대개 더 빡빡하다는 대목은 직장 다니는 사람 다이어리를 옆에서 들여다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주를 7일이 아닌 5일로 보고 숫자를 잡고, 지켰는지 판정도 주말에 한 번만 하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일곱 번 받던 성적표가 한 번으로 줄어드는 셈이에요.


"안 지킨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지킬 수 없게 세워져 있던 쪽에 가깝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걸 전제로 짠 계획은 하루를 못 한 순간부터 틀린 계획이 된다는 설명 끝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마흔 넘어 세웠다가 흐지부지된 온갖 계획들이 줄줄이 떠오르더군요.


솔직히 처음에 좀 걸렸던 건 목표 점수를 계획에 적지 말라는 대목이었어요. 숫자가 눈앞에 있어야 힘이 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몇 점을 받겠다는 건 계획보다 결과에 가깝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주에 뭘 할지 정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고, 매주 그 숫자를 보면서 아직 멀었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거죠. 그 설명을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날짜도 시험 날짜가 정해지면 그때 거꾸로 세어서 넣으면 된다고 하고요.


<오늘도 영어책을 덮었다면>은 소장해 두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어요. 책 곳곳에 직접 적는 칸이 있거든요. 학습 기록표, 진단 기록표, 보통 하는 양과 가장 조금 하는 양을 적는 표까지 있어요. 에필로그에서는 몇 달 뒤 다시 펴게 되면 앞쪽으로 가 보라고 해요. 처음 적어 둔 기록표와 진단 결과 옆에 지금 상태를 채워 보면, 예전에 멈췄던 자리를 훌쩍 지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요. 연필

이랑 같이 책상 위에 오래 놓여 있을 책 같습니다.


에필로그 끝자락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끝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맞는 순서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영어를 여러 번 시작했다 멈춘 사람들을 만나 왔는데, 대부분 이미 여러 번 애를 썼더라는 이야기 끝에 붙은 말이라 더 진심으로 들리더라고요. <오늘도 영어책을 덮었다면>이 건네는 건 결국 순서와 방법이에요. 저자도 에필로그에서 그렇게 말하고요. 영어 앞에서 몇 번 넘어져 본 어른이라면, 특히 시간을 쪼개 쓰는 직장인이라면 잘 맞을 것 같아요. 혼나는 느낌 없이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길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걸 보니 가을도 한가운데를 지나는 모양이에요. 월요일이니까 거창한 다짐은 접어 두고, 단어 다섯 개로 한 주를 열어 볼까 해요. 제목처럼 오늘도 덮을 뻔한 단어장이 있다면, 이번엔 덮지 말고 덥석 잡아 보시죠. 좋은 책 만나서 한 주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영어책을 자꾸 덮는 건 의지 탓이 아니라 출발점과 계획을 짜는 방식 때문이라고 다정하게 알려주는, 가장 조금 하는 날까지 계획에 넣어 주는 영어 공부 설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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