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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제이크 냅 외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쪼개진 달력 사이에 파란 덩어리 하나 서평
빨간 바탕에 시커먼 두 글자.
표지 앞면은 '클릭'이라는 글자가 거의 다 덮고 있어요. 솔직히 제목만 보고는 마우스 더블클릭부터 알려주는 아재 컴퓨터 교실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끝까지 붙드는 질문은 딱 하나더라고요.
"통했어?"
팀, 관리, 기술, 디자인, 가격, 타이밍, 운까지, 신제품이 뜨고 지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결국 이 한마디로 모인다는 얘기예요. 제품과 고객이 레고 블록 두 개처럼 딱 맞물려야 한다면서, '제품'과 '고객'이라고 적힌 파란 블록 그림에 '통했다!'까지 붙여 놨더군요. 저자도 "상당히 뻔한 말이란 것, 안다"고 먼저 털어놓아요. 그렇게 선수를 치니까 오히려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10월 첫 주 화요일이에요. 월요일 회의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화요일쯤엔 이번 주 달력이 대충 눈에 들어오잖아요.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는 그 달력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책을 쓴 사람은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 <스프린트>와 <메이크 타임>을 같이 쓴 콤비예요. 제이크 냅은 지메일 개발에 참여했고 구글미트를 공동 설립했어요. 존 제라츠키는 구글애즈와 유튜브에서 리더로 일했고, 책에서는 JZ라고 불러요. 두 사람이 구글벤처스와 지금의 캐릭터캐피털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진행한 스프린트만 300번이 넘는대요. 이번 책은 그 스프린트보다 한 발 앞,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쓰는 '토대 구축 스프린트' 이야기입니다. 박우정 번역가가 옮겼고 김영사에서 나왔어요.
이력만 보면 넥타이를 꽉 맨 경영서일 것 같은데, 문장은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편이에요. 인공지능 스타트업 현장에서 일하는 자기들을 디즈니랜드에서 패스트패스를 가진 두 꼬마에 빗대요. 이렇게 일하는 동기가 부분적으로는 이기적이라고, 자기들 돈이 걸려 있어서라고 순순히 인정하기도 하고요. 디자인 스프린트가 성공했을 땐 "우린 좋아서 죽을 뻔했다"고까지 썼더라고요. 스티븐 킹 책이 아니면 끝까지 읽기도 힘든 사람이라 책을 최대한 짧게 썼다는 고백에선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책도 보통 경영서보다 얇고 가벼운 편이에요. 경영서라고 하면 목침으로 써도 될 두께부터 떠오르는데, 이건 가방에 넣어도 어깨가 파업할 일은 없겠더라고요.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에서 가장 이 책다운 건 빈칸 채우기 같아요. 저자들이 '토대 구축 가설'이라고 부르는 한 문장인데, 생김새는 이래요. 우리가 '고객'이 겪는 '문제'를 '접근방식'으로 해결한다면, 고객은 '경쟁 상대'보다 우리 솔루션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솔루션이 '차별화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메일, 블루보틀, 플랫아이언 헬스, 슬랙이 실제로 이 칸을 어떻게 채웠는지 차례로 보여주는데, 이게 은근히 재미있었어요. 블루보틀은 잠깐 쉬고 싶은 커피 손님에게 장인 스타일 커피와 세련된 카페로 다가가면서 스타벅스와 맞서요. 이유는 "맛있고 멋지"기 때문이래요. 슬랙의 칸에는 경쟁 상대로 이메일이, 차별화 요소로 "재미있고 팀워크를 증진"한다는 말이 들어가 있고요. 신규 사업 보고서 맨 앞에 이 다섯 칸만 채워 와도 회의 시간이 절반은 줄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저자들 말로는 이 단순한 약속을 찾는 게 절대 쉽지 않대요. 한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 세 명에게 타깃 고객을 써보라고 했더니 답이 세 가지로 갈렸대요. 경쟁사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 하나에는 60분짜리 토론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이 대목에선 뜨끔했어요. 우리 팀에 같은 질문을 던지면 몇 분짜리 토론이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저자들 표현대로 "뻔한 문제가 항상 그렇게 뻔한 건 아닌 것이다."
예전 방식을 묘사하는 대목도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
회의를 하고, 하고, 또 한다.
아무도 읽지 않는 슬라이드와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쏟아내고, 조직 안 알력다툼에서 상대보다 오래 버티다가, 결국 예감에 기대 몇 년을 매달린다는 거예요. 저자들은 이걸 "예전 방식이다. 게다가 정신 나간 것이다"라고 잘라 말해요. 쳇바퀴만 돌리는 다람쥐 열두 마리를 청소도구함에 넣고 육각 렌치 하나 던져주며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라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얹고요. 웃기긴 한데, 웃고만 있기엔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서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1장의 스톡홀름 이야기예요. 2009년 1월, 제이크 냅은 일주일 출장으로 스톡홀름에 가요. 스톡홀름을 매우 좋아한다고 먼저 못 박아 두고는, 그해 1월은 춥고 어두컴컴했고 보도는 더러워진 눈으로 진창이었다며 '처량'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더군요. 진짜 처량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두 친구 세르주 라샤펠, 미카엘 드루게와 함께하던 화상회의 프로젝트가 1년 반이 넘도록 기능만 덧붙인 채 제자리였거든요. 게다가 금융위기 속에 구글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다른 사무소를 닫는다고 발표한 참이었어요.

셋은 "약간 미친 짓"을 하기로 합니다. 월요일 아침, 금요일까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자고 정했어요. 일정표의 회의를 전부 거절하고, 이메일과 채팅에서 로그아웃한 뒤 창문 없는 회의실로 들어가요. 수백 개 아이디어 가운데 남긴 건 시장에서 가장 쓰기 쉬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그거 하나였대요. 미카엘이 보낸 링크를 클릭하자 "짜잔!" 하고 서로 얼굴이 보이고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읽는 쪽까지 신이 나더라고요. 그게 지금의 구글미트라는 건 저자가 1장에서 바로 밝혀 둡니다.
그래도 제가 오래 들여다본 건 그 뒤에 나오는 달력 그림 두 장이었어요. '스톡홀름에 가기 전' 달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칸이 잘게 쪼개져 있고, 파란 집중 시간이 띄엄띄엄 박혀 있어요. '스톡홀름에서' 달력은 다섯 칸이 통째로 파란 덩어리 하나고요. 저자는 이전 방식이 "시간의 섬들"을 줬다면 이번엔 "대륙"을 줬다고 표현했어요.
한 시간을 잡아도 몰입하는 데 15분, 일하는 데 15분이 걸리고, 이메일 한 번 확인하고 나면 다음 회의를 생각할 시간이 된대요. 이 대목에선 제 업무 수첩을 들킨 기분이었습니다. 셋이 한 시간 통화하면 절반은 맥락 잡는 데, 절반은 마무리하는 데 썼다는 얘기도 마찬가지고요. 첫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집중도가 계단처럼 올라가는 그래프 밑에는 "순전히 내 경험에 따라 만들었지만, 맞는 것 같지 않은가?"라고 적혀 있어요. 40대 후반 직장인으로서 맞다고 손을 번쩍 들고 싶었어요.
1장 뒷부분은 거의 직장인 생존 지침서 같아요. 이메일에 바로 답하고 30분마다 이 회의 저 회의로 옮겨 다니는 하루를 두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이라고 비트는 문장이 있어요. 스프린트에 결정권자를 꼭 앉히라면서, 끝나고 보스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 건 "회의실 안에 보스가 내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장도 있고요. 회의 많은 부서 사람이라면 다 같이 웃을 대목이에요.

맛보기로 하나 옮기면, 저자는 살면서 겪은 비상사태를 줄줄이 늘어놔요. 뼈도 부러져 봤고, 이도 깨졌고, 비장이 파열되고, 신종플루에 정전에 배심원까지 해봤다고요. 그러고는 "아마도 최악의 비상사태는 느린 와이파이일 것이다"라고 덧붙이더군요. 이런 일이 터지면 회의를 취소하고 메일함을 무시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하잖아요. 그러니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좋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라면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라고 합니다.
"우리 팀은 지금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끝날 때까지 회의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답장이 늦어질 겁니다."
이 메시지는 결정권자가 직접 보내라고 해요. 윗사람 이름으로 나가는 부재중 공지라니, 상상만 해도 든든하더라고요.
그룹 브레인스토밍을 하지 말라는 대목도 좋았어요. 17세기 영국 왕립협회 과학자들한테 사업계획을 세우라고 해도 곧장 '아이디어!'를 외치며 접착식 메모지와 피자를 주문할 거라는 문장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이 집단 속에서 불편한 사람, 말로 설득하는 데 서툰 사람, 조용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을 밀어낸다는 지적도 나와요. 목소리 큰 사람 쪽으로 흘러가는 회의에서 끝내 입을 못 떼던 후배들 얼굴이 몇 명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에서 제일 자주 보게 되는 그림, 2×2 도표.
5장에 나오는 오비털 머티리얼즈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구글 딥마인드에서 일했던 조니 고드윈이 AI의 힘을 빌려 새로운 분자를 발명하겠다고 세운 회사예요. 처음엔 자기 기술의 장점을 '이것저것 다 때려 넣는' 식으로 열댓 가지나 고객에게 쏟아냈대요. 돌아온 건 위압감이었고요. 보고서에 장점 하나라도 빠질까 봐 이것저것 밀어 넣던 버릇이 있는 저로서는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첫 도표에서 오비털은 '익숙하지 않음'과 '변화 필요'가 만나는 왼쪽 아래 구석에 처박혀 있어요. 그러다 '더 높은 품질'과 '더 낮은 실패율' 딱 두 가지로 축을 바꾸자 오른쪽 위로 자리가 뒤바뀌는데, 그 장면이 꽤 통쾌하더라고요.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스카이프와 탠드버그 사이에서 가망 없어 보이던 구글미트는 '브라우저만 필요'와 '다자간'으로 축을 새로 그립니다. 컨버스와 아디다스 앞에서 예산도 적고 이미지도 별로였던 나이키는 시그니처 농구화와 전례 없는 계약으로, 이메일과 맞붙은 슬랙은 재미와 팀워크로 판을 다시 짜고요. 사례마다 파란 상자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쓱 올라가요. 그걸 보고 있으면 "일단 차별화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어느새 우리 회사 제품은 어느 축에 올려볼까 따져보게 되더라고요.
차별화를 정의하다가 "차별화는… 음," 하고 뜸을 들이는 것도 재밌어요. "언제나 대단한 일이다. 아니, 이 말은 취소!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다" 하고 스스로 말을 고치는 것도 이 사람 말버릇 같아서 정이 갔어요.
솔직히 걸렸던 건 책이 아니라 제 달력 쪽이었어요. 저자들이 권하는 대로 이틀을 통째로 비우는 건, 일정이 빼곡한 중년 직장인한테는 꽤 먼 얘기처럼 들리더라고요. 다행히 저자들도 그걸 알아요. 조직에 따라서는 "태평양을 헤엄쳐서 건너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먼저 인정합니다. 그러고는 일단 책을 읽고, 팀과 작은 과정부터 해본 다음, 큰 프로젝트 때 체크리스트대로 가보라고 길을 나눠 놨어요.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하는 처지라면 "이 책을 들고 가라"는 말까지 해주는데, 등을 슬쩍 떠미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소장 가치는 책 끝 '10시간 실전 체크리스트'에서 확실히 느껴졌어요. 파란 장을 넘기면 결정권자와 함께 시작하기, 작은 팀 구성하기, 달력에서 이틀 전체 비우기 같은 항목이 네모 체크박스와 함께 줄지어 있어요. 항목마다 본문 어디로 돌아가면 되는지 안내도 붙어 있고요. 앞에서 웃으며 읽은 튕겨내기 메시지가 여기서 그대로 다시 나오니 반갑더라고요. 노란색 포스트잇과 블랙 마커가 가장 좋은 이유가 익명성을 지켜주고 인지 부하를 줄여주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구체적이에요. 준비물에는 점 스티커 옆에 간식이 당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간식까지요. 진행자 항목의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유력한 후보다"라는 문장 앞에선 괜히 지목당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다시 꺼내 펼치게 될 책 같아요.
후기에서 열 가지 교훈을 한자리에 모아 둔 것도 좋았어요. 그중 "첫 아이디어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라!"와 "증명하기 전까진 가설일 뿐이다!"는 처음 떠올린 안에 금방 정드는 제 습관을 정확히 찌르는 말 같았습니다. 시골에 병원을 열면서 웹사이트 프로토타입부터 주민들에게 보여준 의사 카밀 플레밍의 이야기가 나와요. 부정 승차를 막으려고 부정 승차자를 인터뷰한 브뤼셀의 가엘 메르시에 이야기도 있고요. 이런 얘기를 보면 스타트업 사람들만 쓰는 방법은 아니구나 싶어요. 괄호 안에 툭 던진 "고객 우선주의!"에선 또 웃었고요.
그리고 후기 첫머리. 저자가 어릴 때 꿈꾼 건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드로리언을 타임머신으로 바꾼 브라운 박사 같은 발명가였대요. 마분지, 노끈, 꼬챙이, 스카치테이프로 실험했지만 작동하는 시간여행 장치는 끝내 못 만들었다고요. 벤처펀드 운영은 "주머니에 플루토늄이 가득 들어 있는 산발머리의 천재"가 되는 것과는 분명 다르대요. 그래도 팀이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도록 도울 때마다 브라운 박사와 칠판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해요. 같은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그런지 이 대목이 참 반가웠습니다. 어릴 적 꿈과 지금 하는 일이 꼭 같지 않아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재미를 찾아낸 사람의 얘기 같아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10월 들어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이번 가을엔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덕분에 기획 공부까지 같이 한 기분입니다. 잘게 쪼개진 제 달력 사이에도 파란 덩어리 하나쯤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화요일이네요. 좋은 책 만나서 한 주가 든든하게 시작된 거 같아 좋았습니다.
회의만 길어지는 팀에게 "통했어?"라는 질문 하나와 빈칸 다섯 개, 2×2 도표를 건네는 이틀짜리 기획 플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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