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 마음속 걱정을 꺼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심리 글쓰기
장신웨 지음, 고보혜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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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열심히 살수록 마음이 바쁜 이유, 컵 하나부터 써보는 심리 글쓰기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강 신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공부를 반쯤 끝낸 기분, 혹시 아시나요. 자료 파일을 내려받아 폴더에 넣어두기만 해도 그 지식이 벌써 내 것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요. 이 책은 그게 부지런함이 아니라 불안이 시킨 행동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첫 꼭지부터 뜨끔했습니다.


10월도 셋째 주로 접어들면서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요. 월요일을 먼데이라고 부르는 건 주말이 그만큼 먼 데 있어서라는데, 오늘은 그 말이 영 농담 같지가 않네요. 일주일 치 걱정이 한꺼번에 줄 서는 요일이라서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꺼내기에 딱 맞는 날 같습니다.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제목만 보면 불안을 다룬 심리 교양서 같은데, 펼쳐보면 글쓰기 안내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꼭지마다 끝에 '나를 바꾸는 글쓰기'라는 연습이 붙어 있어요. 이 부분은 연보라색 테두리로 따로 구분돼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가도 금방 눈에 띄고요. 불안이 왜 생기는지 설명을 듣고 나면 바로 이어서 손으로 써보는 순서라, 읽고 고개만 끄덕이다 끝나지는 않더라고요.


노력도 불안일 수 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1장의 '안전 행동' 이야기였어요. 어두운 골목에서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처럼, 불안을 피하려고 하는 행동을 안전 행동이라고 부른대요. 그런데 저자는 노력도 전형적인 안전 행동이라고 하더군요. 뒤처질까 봐, 낙오될까 봐 '노력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안심한다는 거죠. 강의 하나 들으면 잠깐 마음이 놓이는데, 곧바로 '이 수업을 들을 시간은 있나?' 하는 새 걱정이 따라온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좀 씁쓸했습니다.


남에게 일을 못 맡기는 상사 이야기도 나와요. 맡겨 놓고도 믿지 못해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심지어 남의 일을 가로채 직접 하기도 한다고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상사를 한 번쯤은 꼭 만나게 되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요. 그동안 꼼꼼함인 줄로만 알았던 게 불안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니.


이 꼭지 끝에는 두 종류의 목소리가 나란히 놓여 있어요. "삶은 아름답고 오늘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 같은 말 바로 아래에 "이렇게 해야만 해! 반드시 완성해야 해! 멈출 수 없어!" 같은 말이 붙어 있더라고요. 앞의 문장들이 밖으로 내보이는 목소리라면 뒤의 문장들은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같았어요. 마흔 후반쯤 되면 뒤쪽 목소리가 아무래도 더 익숙합니다. 칭화대 자오위쿤 교수의 "수많은 노력 뒤에는 불안감이 있다"는 말도 인용되는데,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인 줄 알고 달려온 세대한테는 조금 아픈 문장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지 궁금해지잖아요. 1장 끝의 첫 글쓰기 수업이 프리 라이팅인데, 생각보다 방법이 구체적이라 좋았어요. 눈 감고 심호흡 한 번, 시간은 5분에서 10분. 20분을 넘기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오타나 맞춤법은 신경 쓰지 말고 쓰다가 멈추지도 말라고 해요. "맙소사! 내가 이렇게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다니" 싶어도 그냥 계속 써 내려가라고요. 막상 펜을 들었는데 아무것도 안 떠오르면 지금 눈에 보이는 것부터 쓰라는 조언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나는 내 손 옆에 있는 컵을 보았다. 그것은 입구가 큰 도자기 컵으로…"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니, 이 정도면 글쓰기가 겁나는 아재도 한 줄은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프리 라이팅 설명 끝에는 이런 세 줄이 나란히 서 있어요.

"만약 당신의 마음이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당신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당신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저는 아무래도 미래 쪽에 주소지를 두고 사는 사람인가 봅니다.

2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인터넷과 정보 쪽으로 옮겨가요. 다들 상식이라고 믿던 것들이 유언비어로 판명 나는 대목은 솔직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박 당도를 높이려고 설탕물을 주사한다는 소문은 껍질에 바늘 자국이 남기 때문에 애초에 말이 안 된대요. 모기도 혈액형을 골라 무는 게 아니라고 하고요. 그러다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의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가장 많이 보였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고, 지식을 좇을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진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더군요. 많이 알면 덜 불안할 줄 알았던 쪽이라 이 대목에서 잠깐 멈칫했어요.


리얼리티 쇼 일화도 하나 나오는데,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재밌을 거예요. 그 끝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라는 한 줄이 따로 놓여 있고, 바로 뒤에 문짝 실험이 이어져요. 길을 묻던 사람이 문짝이 지나가는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알아챈 행인은 47%뿐이었대요. 저자는 여기서 이렇게 묻습니다. "돈, 더 좋은 집, 더 비싼 차만 바라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자신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 나이에 이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더라고요.


같은 장에서 저자가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는 대목은 결이 조금 달라요. 어머니가 뜨개질로 짜주신 스웨터, 할머니 재봉틀이 '다다다' 돌아가던 소리, 새해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할아버지가 큰 솥에 물을 끓여 찌던 장면이 나와요. "노동은 몸에 기억을 저장하는 훌륭한 방식"이라는 문장이 그 뒤에 이어지고요. 각자 집에도 이런 장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손으로 하던 일이 줄면서 함께 줄어든 게 뭔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몸의 감각 쓰기는 "내가 본 것은…",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만진 것은…", "내가 맡은 향기는…", "내가 먹은 것은…"으로 이어져요. 만진 물건에게 해줄 말이 있으면 대화하듯 써보라는 제안이 재밌더라고요. 냄새 쓰기에는 밖에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의 집 냄새, 요리할 때의 음식 냄새에 양말 벗을 때의 냄새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퇴근하고 양말 벗는 순간을 글로 쓰면 그건 감각 쓰기가 아니라 고발문이 될 거 같은데요. 그래도 음식을 바로 씹지 말고 향이 입안에 천천히 퍼지는 걸 먼저 느껴보라는 대목은 진지하게 따라 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의 뒤쪽은 분위기가 한층 깊어져요. 정신의학과 교수 얄롬의 "죽음은 육체적으로 사람을 없애지만, 죽음이라는 관념은 사람을 구한다"는 말이 나오고, 유서 쓰기로 넘어갑니다. 가장 놓을 수 없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일 세상을 떠난다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질문은 짧은데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았어요.

솔직히 걸렸던 건 이 장 끝의 질문 목록이에요. 나와 '우리', 나와 '권위', 나와 '세계'에 관한 질문이 줄줄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답이 바로 안 나오는 것들이라 머리가 꽤 복잡해지더라고요. "부하직원이나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나와 권위자 사이의 관계 패턴을 재현하는가?" 같은 질문은 아직도 답을 못 정했어요. 한 번에 다 풀려고 하기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꺼내 보면 딱 좋을 질문들 같습니다.


그래도 이 장에는 위로가 되는 문장도 있었어요. 배우 용메이가 상을 받으면서 했다는 말이요. "제 얼굴의 주름이 펴지지 않길 바라요. 힘들게 만든 것이거든요." 거울 속 주름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중년이 되니 인간관계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문장은 제 얘기를 대신 써준 줄 알았고요. 장쉰의 <고독육강>에서 가져온 "고독이 좋지 않게 비치는 것은 우리가 고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읽고 나니,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 덜 미안해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라는 사람 자체도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던 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옮겼더니 자유로워진 대신 일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는 고백이 나오는데, 꽤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에필로그에는 원고 독촉 메시지를 받은 저자가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남자의 코 고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펼치는 장면이 나와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쓰던 일기에 편집장이 '웬수의 기록'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장면들 덕분에 앞에서 들은 조언들이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던 거 같아요.


나와 일상과의 종이 한 장의 거리!

에필로그는 이 한 줄로 끝나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걱정 많은 주간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책 같아요. 감각 쓰기, 꿈 쓰기, 유서 쓰기 같은 연습은 그때그때 처지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올 테니까요. 불안을 싹 없애 주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이 가더라고요.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마음만 바쁜지 모르겠다 싶은 분이라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길가 은행잎이 하나둘 노랗게 물드는 10월이에요. 가을을 타는 줄 알았던 마음이 사실은 미래에 가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타이머 5분 맞춰 놓고 컵 하나부터 써보는 걸로 이번 주를 시작해 볼까 해요. <자꾸 불안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덕분에 마음속 서랍 하나를 정리한 기분이에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걱정은 덜고 단풍은 넉넉히 챙기는 한 주 되세요.


노력하는 모양새 뒤에 숨은 불안을 알아보게 하고, 컵 하나를 바라보는 글쓰기로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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