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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를 가두지 않는 연습
와다 히데키 지음, 이청한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60점이면 충분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처방,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서평
동료들 다 보는 앞에서 상사한테 호되게 깨졌다고 해 볼게요. 이럴 때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하고 욱하는 분도 있고, '나는 업무 능력이 부족해' 하고 어깨가 축 처지는 분도 있을 거예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뜻일 거야. 다음부터 더 조심하자' 하고 툭 털고 일어나는 쪽도 있고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는 이런 객관식 문제로 첫 꼭지를 엽니다. 정답이 세 번째라는 건 누구나 알 텐데, 제 마음은 자꾸 두 번째 근처를 서성이더라고요.
아, 이거 제 얘기구나 싶었습니다.
10월도 중순을 넘기니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갑네요. 한 주를 여는 월요일이라 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유튜브 틀어 놓고 잠들던 저녁이 책 펼치는 저녁으로 바뀐 요즘이라 그런지 마음만은 좀 들떠 있어요. 새 책 도착하는 날을 기다리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저자 와다 히데키는 30년 임상 경험을 가진 정신과 의사이고, 일본에서 저서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부를 넘었다고 하더군요. <80세의 벽>, <치매의 벽>도 이분 책이에요. 이청한 님이 우리말로 옮겼는데, 문장이 딱딱하지 않아서 진료실에 앉아 선생님 얘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가 다른 마음 관리 책과 조금 달라 보였던 건 출발점 때문이에요.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면 우리는 보통 타고난 성격 탓으로 돌리잖아요. 저자는 심리학에서는 그걸 '사고방식의 차이'로 본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러나 사고방식은 바꿀 수 있다."
성격은 못 바꿔도 생각하는 버릇은 손볼 수 있다는 얘기니까, 마흔 넘어 성격 탓만 하던 사람한테는 꽤 반가운 소리였어요. 고민이 많은 상태를 일종의 '체질'로 보고 그 체질을 조금씩 바꿔 보자고 권하는 쪽이라, 혼나는 기분 없이 편하게 읽히는 거 같아요.
1장에는 대니얼 카너먼의 '빠른 사고'와 '느린 사고'가 나옵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음 표시만 뜨고 답이 없을 때, 빠른 사고는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에서 시작해 '나는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항상 괜한 말을 덧붙여'를 거쳐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까지 내달려요. 답장 하나에 인간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과정이 너무 익숙해서 피식 웃다가 조금 찔렸습니다.

복권 얘기도 나와요. 30년 동안 한 번도 안 됐으니 이제 될 때가 됐다는 생각 말이에요. 천만 장 중 1등이 한 장이면 그 확률은 올해도 내년도 똑같이 천만 분의 일이라는 거죠. 저도 막연히 그렇게 믿던 사람 중 하나였고요.
상식처럼 통하는 '그래야 한다'도 다시 보자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논쟁을 꺼내는 대목도 있어요. 일본 경찰청 통계를 펼쳐 놓는데, 16~19세 사고 건수가 85세 이상의 두 배 가까이 되더라고요. 운전을 그만둔 고령자가 6년 뒤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될 위험이 2.2배 높았다는 쓰쿠바대학교 연구 결과도 함께 나옵니다. 저 역시 고령 운전은 당연히 위험하다고 여기던 쪽이라, 숫자를 하나씩 따라가며 천천히 읽게 되더군요.
저자가 스승이라 부르는 정신과 의사 모리타 쇼마와, 그가 1919년에 만든 모리타 요법도 1장에 처음 등장해요. 불안과 공포를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에요. 이 이름이 책 뒤쪽에서 다시 나올 때 앞뒤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2장으로 넘어가면 스톡형과 플로형이 나와요. 감정을 쌓아 두는 사람이 스톡형, 흘려보내는 사람이 플로형이에요. 뒤에 자가 진단 항목이 붙어 있는데 '화가 나면 그 일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분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같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영락없는 스톡형이더라고요. 주식 계좌에 스톡은 별로 없는데 마음에는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었다니, 이것도 재테크라면 재테크일까요.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이 당연하던 시절엔 신중한 스톡형이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렸지만, 변화가 빠른 요즘엔 유연한 플로형이 강점을 발휘하기 쉽다는 대목도 있어요. 정해진 길만 성실히 따라가면 된다고 배우며 회사 생활을 시작한 세대라 그런지, 이 문단은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네요.
다른 데보다 유독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꼭지는 '혼자 너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였습니다. 같은 대기업에 들어간 A와 B가 나오는데, 둘 다 명문대 출신에 능력도 비슷해요. A는 "괜찮아?" 하고 물으면 "안 괜찮아요. 도와주세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B는 "괜찮아요. 제 일이니까요", "선배도 바쁜데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하면서 밤늦게까지 혼자 야근하는 사람이고요.

읽으면서 당연히 B 편을 들었죠. 책임감 있고, 묵묵하고. 그런데 3년 뒤 신규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탁된 건 A였고, B에게 돌아온 평가는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이었어요.
B의 대사들. 어디서 많이 듣던 말투더라고요.
이 꼭지 뒤쪽에는 연차가 쌓인 사람 얘기가 이어집니다. 후배에게 일을 못 맡기고 혼자 떠안는 사람의 속마음이 그대로 실려 있는데, '아직은 믿고 맡기기 어려워', '내가 하는 편이 더 빠르니까 그냥 하자' 같은 문장은 제 혼잣말을 받아 적은 줄 알았어요.
솔직히 처음엔 좀 걸리는 문장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은 오만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오만이라니, 그래도 혼자 버텨 온 세월이 있는데 싶어서 살짝 서운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앞에 후배들이 '우리가 나설 차례는 없어', '일을 맡겨주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서, 둘을 붙여 놓고 보니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경력이 쌓여 기댈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를 찾아가거나, 세미나에서 궁금한 걸 묻거나, 관련 서적을 찾아보라고도 해요. 관련 서적이라는 말에 서평단 아재는 괜히 반가웠고요. 회사에서 혼자 다 끌어안고 사는 중간 관리자분들이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를 읽으면 저처럼 몇 번은 움찔하실 것 같아요.

4장에는 숨통이 트이는 얘기가 나옵니다. 직장에서 싫은 일이 있었으면 동료들과 모여 불평도 하고 상사 흉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하거든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허락해 주셨으니, 이제 커피 타임 수다에도 처방전이 생긴 셈이에요. 물론 조건은 있어요. 털어내고 잊기 위해서여야 하고, 흉을 보다가 어느새 장점이 보이고 그 정도는 애교로 넘길 단점이라고 여길 수 있으면 더 좋다고요.
같은 꼭지에 모리타 박사의 말이 다시 등장합니다.
"감정에는 법칙이 있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은 산 모양을 그리듯 점점 높아졌다가 정점에 이른 후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다만 스스로 감정을 더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해요. 통증이나 가려움이 의식할수록 심해지는 것처럼, 싫은 소리 들은 일을 자꾸 떠올리면 감정이 커진다는 비유가 쉽게 와닿았어요. 그다음은 월요일에 꺼내 보기 딱 좋은 대목이에요. 누구나 아침에 '일하러 가기 싫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이불 속에만 있으면 상황은 바뀌지 않으니, 내키지 않아도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보라는 거죠. 화가 날 땐 "산책을 하든, 커피를 내리든, 책을 읽든 무엇이든 괜찮다"고 하는데, 책을 읽든에 슬쩍 동그라미를 치고 싶더라고요.
'인생은 실험이다'라는 짧은 소꼭지도 기억에 남아요.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면서, 해 보고 안 맞으면 손절하듯 깔끔하게 그만두고 새 일에 도전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끝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간에 그만둬도 괜찮다는 문장. 버티는 걸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한테는 낯설면서도 어딘가 시원한 말이었어요.

마치며에서 저자는 고민하고 불안해한다고 해서 약하거나 부족한 사람인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고방식의 습관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고요. 일어난 일과 감정을 나눠서 바라보기, 완벽을 좇는 대신 60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보기, 머릿속 생각을 글로 꺼내 보기 같은 작은 실천도 하나씩 짚어 주고요. 그리고 이런 말이 이어집니다.
"고민과 불안이 있다는 것,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 문장 하나로 책값은 했다 싶었어요.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는 꼭지가 짧게 나뉘어 있고 객관식 질문이나 체크리스트가 중간중간 끼어 있어서,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한 날 목차를 훑어보고 필요한 꼭지만 펼쳐 봐도 되는 책이라 책장 깊숙이보다는 손 닿는 자리에 두고 싶어지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단행본 정도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부담 없는 편입니다.
단풍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한 10월 셋째 주 월요일이에요. 나무도 가을이면 잎을 미련 없이 떨구는데, 저도 머릿속에 쌓아 둔 걱정 몇 개쯤은 이번 주에 흘려보내 볼까 합니다. <난 왜 생각할수록 마음이 힘들까> 덕분에 스톡형 아재가 플로형 쪽으로 한 발짝 옮겨 간 기분이라,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졌어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이번 주는 60점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지내 보자고요.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생각하는 버릇 때문이고, 그 버릇은 바꿀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가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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