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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의 언어 공식
윤상명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말’이 일보다 어렵다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보고서 한 장을 다듬는 일보다 회의 자리의 한 문장을 고르는 일이 늘 더 무겁게 느껴졌어요. 팀원에게 어떻게 짚어야 할지, 타 부서의 날 선 질문을 어떻게 받아낼지 망설이는 동안 한참 머뭇거리던 순간들. 사회생활 20년 차가 넘었는데도 이 영역만큼은 여전히 매끄럽지 않습니다.
<1% 리더의 언어 공식>은 그런 매일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다룬 안내서였어요.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아 든 표지에는 흰 바탕 위에 우뚝 선 검은 킹 체스 말과, 그 꼭대기에 선 작은 인물 실루엣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라는 큰 숫자와 금색 장식 프레임이 만나니, 부자들만 들춰볼 법한 비밀 노트를 슬쩍 열어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상위 1%의 사고가 담긴 고급스러운 문서를 받아 든 것 같은 호기심 하나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저자 윤상명은 LG유플러스에서 B2B 입찰 제안 컨설턴트와 사내 커뮤니케이션 강사로 일하는 ‘언어 전략가’입니다. CEO 회의와 타운홀 미팅 같은 탑 레벨 행사의 진행을 도맡으며, 위기와 기회의 순간에 1% 리더들이 어떻게 말로 판을 뒤집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해 온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이 도서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화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깎고 다듬은 ‘실전 무기’의 결을 띱니다.
가장 먼저 멈춰 선 곳은 챕터 2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목소리 톤을 낮추는 이유’였습니다. 위기의 순간, 하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1% 고수는 정반대로 톤을 한 단계 낮추고 말의 속도를 늦춘다는 이야기. 분노로 높아진 하이톤의 목소리를 저자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통제력을 잃었다고 자백하는 적색경보’라고 규정합니다. 이 한 줄을 읽고 한참을 멈췄어요. 살면서 적색경보를 켜고 자리를 가로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가트맨 박사의 ‘5:1 법칙’도 이 챕터의 단단한 뼈대였습니다. 안정적이고 화목한 관계는 긍정과 부정의 상호작용이 5대 1의 비율을 이룬다는 연구. 한 번 화풀이를 쏟아내면, 원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소 다섯 번의 진정성 있는 긍정 신호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가뜩이나 챙길 일이 많은 리더가 자기 감정 수습을 위해 5배의 에너지를 추가로 써야 한다는 대목에서, 저자는 이를 ‘끔찍한 비효율’이라 잘라 말합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비효율의 청구서를 한 번쯤 받아봤을 거예요.
저자의 신입 시절 일화도 오래 남았습니다. 공공영업 담당이던 그가 고객사에 정책을 잘못 안내해 수백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흔들릴 뻔했던 날, 호통을 예상하고 호출에 응했지만 리더는 변명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듣고 약 5초의 침묵 뒤에 평소보다 낮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고 합니다.

“신입사원이면 정책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실수를 혼내는 게 아니라, 이 잘못된 정보가 고객사 예산 집행에 어떤 연쇄적인 타격을 주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겁니다. 차분하게 같이 해결해 봅시다.”
저자는 이 장면을 ‘맹수가 사냥감을 노릴 때 시끄럽게 울부짖지 않고 몸을 한껏 낮춘 채 고요하게 접근하듯’이라고 표현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결국 상대를 압도하고, 기꺼이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는 통찰. 저도 신입 시절 비슷한 자리에서 낮은 목소리에 압도되어 본 적이 있어서, 그 서늘한 든든함이 어떤 감각인지 알 것 같았어요.
같은 챕터의 베트남 나트랑 리조트 일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객실 문고리에 흔히 걸린 ‘Do Not Disturb’ 대신 ‘I am busy relaxing(나는 지금 휴식에 집중하는 중입니다)’이라 적혀 있더라는 이야기. 같은 목적인데 결이 완전히 달라요. 전자가 외부를 향한 명령, 즉 ‘너 중심의 언어’라면 후자는 자신의 상태를 또렷이 선언하는 ‘나 중심의 언어’입니다. 상대를 통제하려 들지 않고도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거절의 순간마다 떠올리고 싶은 화법이었습니다.
챕터 3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YES, IF’ 화법이에요. 발표장에서는 ‘YES, BUT(인정 후 반박)’이 유효하지만, 매일 얼굴을 맞대는 회의 자리에서 리더가 이를 남발하면 ‘조직의 입을 틀어막는 가장 우아하고 치명적인 독약’이 된다는 지적. 사람의 뇌는 ‘하지만’이라는 역접 접속사를 듣는 순간, 앞에 놓인 긍정을 통째로 지워버린다고 합니다. ‘BUT은 앞의 YES를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지우개다’라는 한 줄이 오래 남았어요.
대안으로 제시되는 ‘YES, IF’는 결이 사뭇 다릅니다. ‘BUT이 대화의 셔터를 쾅 닫아버리는 마침표라면, IF는 닫힌 문을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열쇠이자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깔끔합니다. 책에서는 팝업 스토어 인플루언서 섭외 아이디어를 두고, ‘돈이 없어서 안 돼’라고 잘라내는 하수형 대화 대신 ‘예산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인플루언서가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 명분이나 제휴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한번 같이 고민해 볼까요?’라며 공을 다시 상대 코트로 넘기는 장면을 비교해 보여줍니다. YES, BUT의 세계에서는 책상을 마주 보고 대립하지만, YES, IF의 세계에서는 나란히 앉아 ‘현실적인 조건’이라는 공동의 적과 함께 싸우는 한 팀이 된다는 비유. 다음 회의 자료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대목이었어요.
챕터 4의 ‘GPS 화법’은 팀원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갈 만한 도구라고 느꼈습니다. 흔히 정석이라 불리던 ‘샌드위치 화법’을, 저자는 요즘 조직에서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낡은 방식이라고 짚어요. 앞뒤로 덧붙인 영혼 없는 칭찬은 ‘진짜 비판을 위해 깔아놓은 밑밥’으로 읽히고, 정작 전달되어야 할 개선점은 빵 사이에 묻혀 눅눅해진다는 분석. 머쓱했습니다. 저도 칭찬-지적-칭찬의 공식을 꽤 오래 써왔거든요.

GPS는 세 단계로 움직입니다. G(Great·과거)는 결과물의 퀄리티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들인 ‘보이지 않는 노력’을 읽어주는 따뜻한 온도. P(Position·현재)는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 CCTV가 상황을 녹화하듯 주관적 형용사를 빼고 사실과 데이터로 ‘간극’만 짚어주는 차가운 온도. S(Solution·미래)는 ‘다시 제대로 해와’ 같은 뭉툭한 지시 대신, 내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 행동을 함께 그려주는 뜨거운 온도. 책에서는 이를 두고 ‘리더의 피드백은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찌르는 뾰족한 무기가 아니라, 엇나간 방향을 바로잡아 목적지까지 무사히 안내하는 정확한 GPS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정리합니다.
특히 태도 피드백 예시가 가슴에 박혔어요. 타 부서 회의에서 공격적으로 말한 팀원에게 ‘성격이 문제다, 둥글둥글하게 좀 해’라며 인격을 건드리는 하수형 대신, ‘우리 팀 입장을 대변해 논리적으로 대응해 준 부분은 든든했다’고 의도부터 인정한 뒤 ‘말을 끊고 목소리를 높인 행동’이라는 팩트만 짚고, 다음 자리에서 쓸 ‘그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이라는 구체적 문장까지 손에 쥐여 주는 장면. 성격이 아니라 행동을 짚는다는 원칙, 그리고 다음 회의에서 쓸 말을 미리 코칭한다는 발상이 단단했습니다.
읽는 내내 떠오른 건 회의 자리의 제 모습이었어요. 팀원의 보고서가 방향에서 한참 벗어났을 때 저는 어떤 첫마디를 골랐는지, 타 부서의 날 선 질문 앞에서 톤을 올렸는지 낮췄는지, 거절의 자리에서 ‘안 돼요’라고 잘라버린 적은 없는지. 이 도서는 답을 강요하지 않고, 자기 말의 습관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안내서를 만난 건 운이 좋았다고 느낍니다. 마침 팀 안에서 후배 한 명과의 피드백 자리를 앞두고 있었고, GPS의 세 단계를 머릿속에 미리 그려둔 채 그 자리로 들어갔거든요. 결과적으로 그날의 대화는 평소보다 한결 덜 무거웠습니다. 서평단 일정이 아니었다면 이 도서를 이렇게 빨리 펼쳐 들지 못했을 거예요.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사례가 비즈니스 최전선의 임원·리더 시점에 맞춰져 있어, 위계가 평평한 작은 조직이나 1인 사업자에게는 거리가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말’이라는 도구의 원리를 다루기에, 자기 상황에 맞춰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5월 끝자락의 햇살이 길어졌습니다. 퇴근길 창문을 살짝 내리면 바람에 여름의 기척이 섞여 들어오는 계절. 이맘때면 한 해의 반환점을 앞두고 자기 자리를 한 번쯤 점검하게 되는데, 이 도서가 그 작업에 조용한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자꾸 목소리가 높아지는 자신이 걸리는 분, 후배 피드백이 매번 무겁게 느껴지거나 거절 한마디에 며칠을 끙끙대는 분께 조용히 건네고 싶은 안내서입니다. 추천합니다.
한 줄 요약: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톤을 낮추는 법, 잘라내는 대신 문을 여는 법을 가르쳐 주는 단단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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