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프렌즈 나가사키·사가 - 최고의 휴가를 위한 스마트 가이드북, 2027~2028년 최신판 ㅣ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 13
운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볍게 들고 가서 깊게 보고 오는 규슈 소도시, <베스트 프렌즈 나가사키·사가> 서평


나가사키 짬뽕이 하나도 안 맵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저는 여태 하얀 국물에 고춧가루가 살짝 도는 음식쯤으로 막연히 그려왔거든요. 그런데 <베스트 프렌즈 나가사키·사가>를 펼쳐 보니 한국 짬뽕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고 매운맛은 거의 없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오래 알고 지낸 줄 알았던 음식이 알고 보니 초면이었던 셈이라 혼자 웃었습니다.


표지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에요. 크림빛 노란 바탕에 둥근 창처럼 오려낸 사진이 있고, 그 안으로 별무늬가 찍힌 주황색 노면전차가 들어오고 있어요. 위쪽에는 '알차다', '편하다', '가볍다'라고 적힌 말풍선 세 개가 줄줄이 달려 있고요. 판형이 손에 쏙 들어오고 두께도 보통 여행 가이드북보다 한결 날씬해서, 가방에 넣어도 어깨가 항의할 일은 없을 것 같더군요. 중앙북스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입니다. 글은 오래된 성터와 골목을 따라 걸으며 기록한다는 역사여행작가 운민이 썼습니다.


날씬하다고 속까지 가벼운 건 아니에요. 나가사키현에서는 나가사키시, 사세보, 히라도, 운젠, 시마바라를 다루고, 사가현에서는 사가시, 우레시노, 다케오, 가라쓰, 이마리, 아리타를 다뤄요. 도시만 열한 곳입니다.


읽다 보면 이 책은 음식 이야기를 할 때 꼭 역사를 한 숟갈 같이 떠 주는 버릇이 있는 거 같아요.

카스텔라만 해도 그래요. 뿌리는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가 들여온 서양 과자이고, 당시 일본에서는 그들을 '남만인'이라 불렀다고 하네요. 카스텔라라는 이름도 포르투갈어로 카스티야 왕국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대요. 나가사키 장인들이 물엿을 넣어 촉촉하게 만들고 바닥에 굵은 설탕 알갱이를 남겨 사각거리게 했다는 대목에서는 입안에서 그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후쿠사야, 분메이도, 쇼오켄 세 집을 단맛, 촉촉함, 설탕 알갱이 식감으로 나눠 별점을 매긴 표였어요.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런 주석이 붙어 있더군요.


"별점은 제품의 우열이 아니라 대표 제품의 맛과 식감을 이해하기 위한 상대적인 기준이다."

해마다 평가 시즌이면 등급표 앞에서 작아지는 직장인이라 그런지, 이 문장이 카스텔라보다 더 달게 느껴졌어요. 어디가 제일인지 줄 세우지 않고 제 입맛을 찾아보라는 쪽이라 마음이 편했습니다.


짬뽕으로 넘어가면 이야기에서 사람 냄새가 조금 더 납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나가사키에 머물던 중국인 유학생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대요. 이들이 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 나온 게 짬뽕이라고 하더군요. 식당 소개에 나오는 시카이로가 바로 그 발상지인데, 1899년 푸젠성 출신 진평순이 문을 연 곳이라고 해요.


월급날을 앞둔 주에 점심 메뉴판 앞에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는 마음이 그 시절 유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구나 싶었어요.


"한 그릇 안에 바다와 육지의 재료가 함께 들어가는 셈이다."

돼지 뼈와 닭 뼈로 우린 국물에 양배추, 숙주, 어묵, 오징어, 새우, 조개까지. 문장 하나에 그릇이 통째로 그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국물을 먼저 맛보고 나서 후추나 고추기름을 조금 더하라는 팁이 있고, 굵은 면이 국물을 빨리 먹으니 뜨거울 때 먹으라는 당부도 있어요. 그대로 따라 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현지 마트에서 사 올 만한 컵면과 봉지 짬뽕까지 사진으로 소개하니, 다녀와서도 한동안 짬뽕 생활이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군함도 꼭지였어요.

정식 이름은 하시마인데, 멀리서 보면 군함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렸다고 해요. 한때는 좁은 섬 위에 고층 콘크리트 아파트와 학교, 병원, 영화관까지 들어섰던 탄광 도시였대요. 그 뒤편에 조선인과 중국인 강제 동원의 역사가 남아 있다는 것도 책은 에두르지 않고 말하더군요.


"세계유산이라는 화려한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놓인 노동과 수탈, 식민지 역사를 함께 읽어야 한다."

여행 가이드북이니 풍경 사진 한 장에 투어 시간표 정도로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점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역사여행작가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이어지는 투어 안내는 차분하고 실용적이에요. 날씨와 파도가 가장 큰 변수라서 날이 괜찮아 보여도 상륙을 못 할 수 있으니, 일정 마지막 날보다는 여유 있는 날에 넣으라고 권하더라고요. 상륙하더라도 정해진 견학로로만 다닐 수 있다는 것까지 미리 알려주니, 가서 서운해할 일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사가의 먹거리 장은 첫 문장부터 결이 달라요.

"사가현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좋은 재료가 가진 매력을 알려주는 미식 여행지다."

회사에도 이런 사람이 꼭 한 명씩 있잖아요. 회의 때는 말수가 적은데 막상 일을 맡기면 제 몫을 조용히 해내는 사람이요. 사가가 딱 그런 동네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드러운 사가규, 우레시노 온천수로 끓여 국물이 뽀얗게 변한다는 온천두부, 회로 먹고 남은 다리와 몸통을 튀김이나 구이로 한 번 더 즐긴다는 요부코 오징어. 시시리안 라이스는 이름은 시칠리아를 떠올리게 하는데 정작 사가에서 태어난 양식풍 메뉴래요. 나가사키의 도루코라이스도 이름은 '튀르키예 라이스'인데 튀르키예 요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해서 피식하게 되더군요. 이 동네 사람들은 이름 짓는 데 장난기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우레시노 온천 꼭지는 읽는 것만으로 어깨가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일본 3대 미인탕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에 닿는 감촉이 실크처럼 부드럽다고 하네요. 탕에 너무 오래 있기보다 짧게 여러 번 나눠 들어가라는 팁은, 사우나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하던 우리 또래 아재들이 새겨들을 말 같습니다.


온천 거리 주변도 알차게 채워져 있어요. 도요타마히메 신사는 '미인의 신사'라는 별명이 있대요. 이곳에서는 메기를 여신의 사자로 여겨, 흰 도자기 메기상에 온천물을 끼얹으며 피부 건강을 빈다고 합니다. 수령 약 800년으로 알려진 녹나무가 입구에 선 즈이코지도 있고, 돌로 만든 긴 족욕 공간에 온천수가 흐르는 시볼트 족욕탕도 소개돼요. 다케이와 전망대 설명에는 당부가 하나 붙어 있어요. 올라가는 산길이 좁고 굽은 구간이 많으니, 일본에서 렌터카를 처음 모는 여행자는 되도록 낮에 도도로키 폭포 쪽에서 올라가라고요. 이런 한 줄이 길 위에서 여행을 구해 주는 문장 같더라고요.


우레시노 녹차 소개는 이렇게 끝나요.

"우레시노 온천과 함께 즐기면 몸은 온천으로 풀고 마음은 차 향으로 쉬어가는 듯한 힐링의 시간이 된다."


온천두부 한 그릇으로 꽉 찬 하루를 마무리하자는 대목까지 이어 읽으면 우레시노에서의 하루 일정이 저절로 짜이는 기분이에요. 키워드 페이지에는 아리타가 일본 최초의 자기 생산지로 소개돼 있어요. 현 이름이 사가라 그런지 녹차든 도자기든 자꾸 뭘 사 가지고 오고 싶어지더군요.


솔직히 걸렸던 건 제 쪽 사정이에요. '달라진 일본 여행' 꼭지에 따르면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이 2025년에 58.0%까지 올라갔대요. 페이페이나 알리페이플러스 제휴 가맹점이라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쓸 수 있다고 하고요. 동전 지갑부터 챙기던 아재 입장에서는 반가우면서도 살짝 긴장되는 소식이었습니다. 다행히 결제 순서가 앱 화면 그림과 함께 차근차근 나와 있어요. 페이페이 로고가 붙어 있어도 모든 매장에서 한국 간편결제가 되는 건 아니라는 주의사항과, 점원에게 물어볼 일본어 한 문장까지 챙겨 주고요. 요부코, 히라도, 운젠, 우레시노 같은 작은 동네에는 여전히 현금만 받는 곳이 있으니 1,000엔권과 동전을 준비하라는 얘기에는 괜히 안심이 됐어요.


<베스트 프렌즈 나가사키·사가>는 정가 15,000원이고, 지역별 상세 지도와 나가사키 노면전차 노선도까지 책 속에 들어 있어요. 떠나기 전에 한 번, 가서 또 한 번 펼쳐 볼 책이라 여행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 두면 딱 좋을 크기입니다. 이름처럼 옆에 두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친구 같은 책이에요.


벌써 9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어요. 키워드 페이지를 보면 매년 가을 사가평야 하늘에 열기구가 수없이 떠오른다는데, 딱 요즘 계절에 어울리는 그림 같아요.


오늘은 금요일이니 온천두부는 못 끓여도 따끈한 녹차 한 잔은 우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든든한 여행 친구 하나 사귄 기분이라 좋네요. 다들 선선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안 매운 짬뽕 한 그릇에서 시작해 군함도의 아픈 역사와 우레시노 온천두부까지, 가볍게 들고 가서 깊게 보고 올 수 있게 해주는 나가사키·사가 여행 가이드북이에요.


#베스트프렌즈나가사키사가 #베스트프렌즈시리즈 #나가사키여행 #사가여행 #규슈여행 #일본소도시여행 #운민 #중앙북스 #여행가이드북 #나가사키짬뽕 #나가사키카스텔라 #우레시노온천 #온천두부 #군함도 #사가벌룬페스타 #일본여행준비 #가을여행책 #서평 #책추천 #BOOKU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
부토리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부는 시간의 크기였다"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 서평


"스무 살과 마흔 살은 무엇이 가장 다를까?"

책 뒤쪽에서 이 질문이 툭 튀어나오는데 괜히 뜨끔하더라고요. 마흔은 진작 넘겼고 어느새 40대 후반이거든요. 가진 돈을 떠올릴 법한 자리에 저자는 '남은 시간'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그 대목 때문에 이 책을 젊은 사람들 재테크 책으로만 치워둘 수가 없었어요.


9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어요. 한 주 피로가 제일 무겁게 쌓이는 목요일인데도 이 책 얘기는 빨리 풀어놓고 싶어서 좀 들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퇴근하고 유튜브 틀어놓은 채 졸았을 텐데, 요즘은 책부터 손에 잡히니 서평단 하면서 사람이 좀 바뀐 거 같아요.


이번에 만난 책은 부토리 님의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입니다. 출판사는 필름이고요. 제목 첫머리 '월 200'에서 잠깐 제 월급명세서가 스쳐 지나갔는데, 뒤에 붙은 27억을 보고 바로 정신이 들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살짝 경계했어요. 숫자가 큼직하게 박힌 제목이 어쩐지 유튜브 썸네일 같았거든요. 그런데 서문을 펼치면 이 두 줄이 먼저 나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돈밖에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하다."

경계심이 스르르 풀린 건 여기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저자는 2016년 수원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해요. 정규직이 된 뒤 받은 첫 월급이 180만 원, 그 뒤로도 230만 원 남짓. 남들 잘 때 일하고 남들 쉬는 주말에 병원을 지키면서 '이렇게 평생 내 시간을 돈과 바꾸며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꾸 떠올랐다고 합니다. 직장 생활 오래 한 사람한테 이 질문은 꽤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그 뒤 구급대원이 되면서 이야기가 한층 무거워져요. 살리려고 온 힘을 다했지만 끝내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대요. 위급한 환자를 태우고 몇 시간을 달려갔는데 받아줄 수 없다는 말 한마디에 구급차 문을 다시 닫아야 했던 날도 있었고요. 누군가를 도우러 출동한 현장에서 욕설과 성희롱성 발언을 견뎌야 했던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끝에 저자가 꺼낸 말은 "우리에게 '언젠가'가 반드시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였어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프롤로그의 2017년 10월 30일이에요. 퇴근을 한 시간 반쯤 앞두고 심폐소생술을 받던 90대 할머니가 응급실로 들어옵니다. 응급 처치를 거듭한 끝에 심장이 다시 뛰어서 중환자실로 올라가요.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젊은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게 되죠. 누구는 아흔이 넘어 다시 심장이 뛰고, 누구는 훨씬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하루. 재테크 책의 문이 이런 장면으로 열릴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얘기도 담담하게 나와요. 네 식구가 열 평대 방 두 칸 집에 살았고, 옥상 물탱크가 터지면 양동이로 물을 받았대요. 바닥이 다 젖으면 가족들과 찜질방에서 며칠을 지냈다고 하고요. 그래서 지금도 집을 볼 때 누수에 굉장히 예민하다는 한 줄에서, 이 사람이 집 얘기에 왜 그렇게 진심인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무렵엔 세 식구가 원룸에 살았는데, 아기가 잠들면 불을 다 끄고 스탠드 조명 하나에 의지해 밥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만의 색깔이 제일 진하게 느껴진 건 3부 '우리가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였습니다. 27억을 만든 사람이 자기 손실을 이렇게 숨김없이 꺼내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2019년에 산 애플 주식이 코로나19 때 -25%까지 빠졌대요. 새벽 세 시 구급 출동을 다녀와 센터에서 그 하락을 보면서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해요. 2021년에는 재무제표도 안 보고 한 종목에 돈을 넣었는데, 몇 번 수익이 나자 자신감이 붙어 1,000만 원을 넣었답니다. 그 돈이 주식병합까지 겹쳐 10만 원이 됐대요. 신랑도 같은 종목에 넣었다가 똑같이 잃어서, 둘이 합친 손실이 1,980만 원이라고 하고요. 저자는 그 시절을 "참 바보 같았던 과거"라고 부르더라고요.


유튜브만 켜면 '곧 열 배 오를 주식' 같은 영상이 끝없이 뜬다는 얘기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그런 영상을 멍하니 보던 게 제 저녁이었으니까요. 저자는 실패의 이유를 대부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찾는데, 이건 투자 말고 회사 일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 같습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좀 귀여워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계좌를 만들어 아동수당으로 ETF를 사주다 보니 저절로 적립식 투자를 하게 됐대요. 그러면서 저자가 묻습니다. 2019년에 주식을 처음 접한 엄마와 2022년에 처음 시작한 아이 중 누가 더 좋은 수익을 냈을까. 답은 아이였다고 해요.


투자 방향을 알려준 선생님이 갓난아기였던 셈.

6부로 넘어가면 생활 감각이 확 살아나서 좋았어요. 자녀가 7세 이하일 때는 육아 동선이 중요하다면서 단지 안 놀이터, 상가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경사형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을 꼽는데, 아이를 직접 키워본 사람이라서 나오는 기준 같더라고요. 소방공무원 시절 선배들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 쓰려고 육아휴직을 1년쯤 남겨두더라는 이야기도 참 현실적이었고요.


표도 빼곡하게 들어 있습니다. 지금 부부가 모은 돈이 얼마일 때 5년 안에 1억을 만들려면 한 달에 얼마씩 모아야 하는지 칸칸이 나와 있어요. 두 사람이 3,000만 원을 모았다면 부부가 매달 약 117만 원, 각자 59만 원 정도를 저축해야 한다는 식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와 친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런 표 앞에서 실감 나더군요.


사실 표가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머릿속 계산기가 살짝 버벅거렸어요. 기준이 주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라서 40대 후반 입장에선 조금 먼 동네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다 바로 옆에서 첫 내 집 마련 평균 연령이 46.4세라는 통계를 보고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딱 제 나이대 숫자라서요.


저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어요. 전세 레버리지로 여러 채를 사봤지만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 시작한 투자인데 오히려 자유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평택 아파트로 좋은 수익을 내고도 '커넥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는 이야기까지, 잘된 투자에서도 배운 걸 챙겨서 꺼내놓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중년 직장인으로서 가장 크게 반응한 건 에필로그였습니다. 회사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60세가 되면 나가야 하고 대기업은 40대만 돼도 퇴사 압박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라 소득 공백이 생긴다.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는 문장에서는 쓴웃음이 나더군요.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7억을 만든 이 사람도 처음엔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벌벌 떨면서 중개사와 이야기했대요. 전화공포증이 있어서 집 보러 간다는 예약 전화 한 통도 너무 힘들었다고 하고요. 이 고백을 읽고 저자가 확 가깝게 느껴졌어요. "투자는 원래 겁이 나는 일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게 들렸던 거 같아요.


맛보기로 서문의 한 대목을 옮겨볼게요. 보유한 아파트 네 채의 시세가 30억을 넘었을 때 '그래서 나는 이제 정말 부자가 된 걸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나서 나온 문장이에요.

"내게 부란 결국 돈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의 크기였다."


이걸 깨닫고 아파트 세 채를 팔아 주식, ETF, 금,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나눴다고 해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남편과 아들 태준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서문이 이어지고요. 숫자로 가득한 책인데 정작 가장 오래 남는 건 사람 이야기라서 좋았습니다.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은 한 번 읽고 끝낼 책은 아닌 거 같아요. 목차를 보면 통장 쪼개기부터 ETF 고르는 기준, ISA·연금저축·IRP, 입지 분석, 계약할 때 주의할 점까지 순서대로 이어져 있어서 필요한 장만 다시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보통 책보다 두께도 무게감도 제법 있는 편인데, 27억까지는 몰라도 팔 힘은 확실히 붙을 것 같습니다. 표지 띠에 초판 한정 '부토리 시크릿 노트'가 딸려 있다고 적혀 있으니 그것도 챙겨볼 만하고요.


이제 막 첫 월급을 받은 사람에게는 앞길을 미리 비춰주는 책일 거고, 저 같은 아재에게는 늦었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프롤로그 끝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느려도 괜찮다.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결국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 목요일, 든든한 길잡이 한 권 챙긴 기분이에요. 주말엔 통장 내역부터 한번 들여다보려고요. 지금이 앞으로 살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니, 오늘은 그 말 믿어보겠습니다.


27억보다 오래 남는 건,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


#월200받던93년생간호사가4년만에27억을만든방법 #부토리 #필름출판사 #재테크책추천 #내집마련 #종잣돈모으기 #ETF투자 #적립식투자 #통장쪼개기 #ISA #연금저축 #IRP #직장인재테크 #돈공부 #경제적자유 #경제경영신간 #책추천 #서평 #북유러브 #BOOKU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 - 대형 로펌 상속·증여 전문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세금 가장 적게 내면서 분쟁 없이 상속하는 방법
양소라.허시원 지음 / 세이코리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추석에 꺼내 볼 경제서 양소라/허시원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 서평

"아파트를 증여해 주면 아버지의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써 준 각서에 들어 있던 말이에요. 이 정도면 효자 소리 듣고도 남겠다 싶은데, 아버지 A는 각서를 받은 다음 날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줬고, 아들은 그 뒤로 말을 바꿔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A는 아파트를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요.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에 실린 사례인데, 저는 당연히 돌려받겠거니 싶었거든요.


책을 쓴 두 사람은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예요. 자산분쟁팀장인 양소라 변호사가 1부에서 상속과 분쟁을,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조세자문팀장 허시원 변호사가 2부에서 세금을 맡았습니다. 가족끼리 얼굴 붉히는 문제와 세금을 계산하는 문제가 한 권 안에 나란히 들어 있는 셈이에요. 상속이라는 게 원래 그 둘이 붙어 다니는 일이라 그런지, 이 조합이 꽤 든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실용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입니다.


개정판 서문에서 눈이 간 건 저자들의 고백 같은 한 문장이었어요. 올해 3월 17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 때문에 미리 준비하려는 자문이 늘어서, 변호사가 된 이래 가장 많은 유언장을 작성한 한 해가 됐다는 거예요. 유류분을 돌려주는 방식이 원물 반환에서 현금 반환으로 바뀌면서, 부동산을 증여받은 사람은 그 부동산을 팔아 유류분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양도소득세를 내고 유류분까지 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얼마 안 된다는 설명에서, 법이 바뀌면 사람들 고민의 모양도 같이 바뀌는구나 싶었습니다.

반대로 숨통이 트이는 변화도 있습니다. 부모를 부양하거나 재산을 지키고 불리는 데 기여한 대가로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에서 빠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해요.


1부 2장의 첫 꼭지 제목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예요.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머니도 형제들도 정신이 없고, 장례부터 상속과 세금까지 막막하기만 한 A의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그다음부터는 할 일이 순서대로 나와요. 사망신고는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안에 하고,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는 상세본으로 한꺼번에 수십 통 떼어두라고 해요. 사망신고를 할 때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까지 같이 신청하면 고인의 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연금 가입 여부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고요. 은행에 들를 때 잔고증명서에 더해 10년 치 거래 내역까지 미리 떼어두라는 대목은, 현장에서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본 사람만 해줄 수 있는 말 같았어요.


사망신고 한 번에, 재산 조회까지 한 번에.

제 나이가 되니 이런 목록은 언젠가 꺼내 볼 메모처럼 읽힙니다. 유언이 없고 상속인이 여럿이면 누가 아파트를 갖고 누가 현금을 가질지 정하는 상속재산분할을 거쳐야 한대요. 그 전까지는 모두가 재산을 잠정적으로 함께 가진 상태일 뿐이라는 설명도 이어지고요.


배우자가 없으면 5억 원, 있으면 10억 원 정도면 상속세 신고가 필요 없다는 얘기만 주워듣고 있던 저한테는 괜히 찔리는 문장도 하나 있었어요. "상속재산이 5억 원보다 적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신고기한 안에 신고하면 세액공제 3%를 받고, 놓치면 가산세까지 문다는 설명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맨 앞에서 꺼낸 효도계약서 이야기였어요. A의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와 국민연금이 전부였고,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모자라 그 아파트로 주택연금을 받을 생각이었대요. 그런데 아파트값이 오르니 지금 증여받아야 세금을 아낀다는 아들의 설득에 결국 마음이 움직였고요. 비슷한 사례에서 법원은 A가 아파트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는 말만으로는 아들이 어떤 의무를 지는지 불확실하다고 봤대요. 그래서 부담부증여로 인정되지 않았고, 단순증여로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이상 계약을 해제할 수 없었다는 거예요.


각서에 담긴 말이 크면 클수록 믿음직할 것 같은데, 법 앞에서는 그 크기가 오히려 빈틈이 됐다는 게 씁쓸하더라고요. 저자들은 효도계약서라면 제목부터 '부담부증여계약서'로 쓰라고 해요. 부양료를 매달 얼마 줄지, 병원비는 누가 낼지까지 구체적으로 적고, 약속을 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넣으라고요. 작성 예시에는 매달 부양료 300만 원, 해제 통보 후 1주일 안에 반환, 반환이 늦어지면 하루 10만 원씩 지급한다는 조항까지 들어 있습니다. 효도를 계약서로 받는다는 게 처음엔 좀 서글프게 들렸어요. 그런데 예시를 보고 나니 이게 부모 쪽의 마지막 안전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려주기 전에, 나부터.

바로 뒤에 붙은 새 항목 "고령화 시대, 자산승계도 좋지만 나를 위한 케어도 필요하다"는 이 이야기와 한 줄로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이론상으로는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지만, 80대 노인이 되어 변호사를 찾아가 자녀를 상대로 소송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성년후견도 자녀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원이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고 보수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믿을 만한 금융기관에 유언대용신탁을 해두는 경우가 늘고 있대요. 치매에 걸리면 신탁관리인이 병원비와 요양비, 생활비 용도로만 돈을 꺼낼 수 있게 묶어두는 설계라고 합니다.


임의후견계약서에 최고 등급 요양병원에 가야 하고 간병인 3명이 8시간씩 교대해야 한다고 적어둔 고객 이야기도 나와요.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짧은 문장으로 꼭지가 닫힙니다.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노후 쪽으로도 눈이 가더군요. 물려주는 이야기인 줄 알았던 책이 지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었던 거죠.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의 2부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숫자 쪽으로 확 바뀝니다. 제목부터 궁금했던 꼭지는 "며느리나 사위에게 증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였어요. 며느리나 사위는 법정상속인이 아니라서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는 기간이 5년이고, 자녀는 10년이라는 차이가 있대요. 여기에 누진세율까지 겹치면 계산이 달라져요. 20억 원을 자녀 한 명에게 몰아주면 증여세가 6억 4000만 원인데, 자녀 부부에게 10억 원씩 나누면 합쳐서 4억 8000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사위나 며느리는 1촌 인척이라 증여재산공제가 1000만 원뿐이니, 공제와 과거 증여까지 같이 따져보라는 단서가 붙어요. 명절마다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모시는 데는 세법적인 이유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절세 비법이 등장하는 대목도 있어요. 다주택자인 A가 시가 5억 원쯤 되는 아파트를 팔려는데, 지인이 조언을 합니다. 아내에게 증여한 다음 아내가 곧바로 팔면 증여세도 양도소득세도 안 낸다는 거예요. 배우자 증여공제 6억 원이면 증여세가 없고, 증여 당시 시가가 취득가가 되니 양도차익도 거의 없다는 계산이었죠. 책의 답은 짧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인의 조언은 틀렸다."


소득세법은 10년 안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을 팔면, 취득가를 증여받은 가격이 아니라 증여한 사람이 예전에 산 가격으로 본다고 해요. A가 그 아파트를 2억 원에 샀다면 아내는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해요.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쓴 5억 원만큼의 증여재산공제도 10년 동안 다시 쓸 수 없게 되고요. 책은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는 셈이다." 증여 뒤에 이혼을 해도 이 특례가 적용되고,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만 예외라고 해요. 거기까지 읽고 나니 세법이 사람들 꼼수를 꽤 오래 지켜봐 왔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걸렸던 건 숫자에 약한 제 쪽이었어요. 괄호 안에 괄호가 들어간 누진세율 계산식은 한 줄씩 짚어가며 따라가야 했고, 대습상속이나 특별수익 같은 용어도 처음엔 입에 잘 붙지 않더군요. 그래도 꼭지마다 A의 사연을 먼저 꺼내놓고 시작하니, 낯선 말들도 사람 이야기에 얹혀서 따라오는 편이었습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는 한 번 읽고 치우는 책은 아닌 거 같아요. 서문을 보면 가업상속공제 쪽에도 큰 제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고 해요. 그러니 책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두고,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나 내 노후를 그려볼 때 다시 펼쳐 볼 책에 가깝습니다. 제 또래라면 부모님 쪽과 내 쪽을 번갈아 보게 되는 책이라 더 반가울 것 같고요. 읽는 내내 몰랐던 걸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목요일, 바람 끝이 제법 가을답네요. 이 책을 명절 선물로 돌렸다가는 받는 쪽에서 무슨 뜻이냐고 되물을 것 같아서, 그건 조용히 참아보겠습니다. 미리 알아두면 싸울 일이 줄어든다는 걸 배우고 나니 마음 한쪽이 한결 든든해요. 다들 보름달처럼 둥글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서도 지켜주지 못한 집 한 채, 바뀐 상속법과 세금 앞에서 부모와 나를 함께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든든한 안내서.


#한권으로끝내는상속과증여 #상속과증여 #양소라 #허시원 #세이코리아 #SAYKOREA #법무법인화우 #상속 #증여 #효도계약서 #부담부증여 #유류분 #개정민법 #유언대용신탁 #상속세 #증여세 #이월과세 #경제필독서 #책추천 #BOOKU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51년 동안 라디오에 도착한 편지 60통, 한가위에 읽는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서평


"사람이 밥 처먹는다고 사람인 줄 알어? 밥값을 해야 사람이지."


책 속 어느 할머니가 사고뭉치 손주한테 던진 호통인데요, 월급 받고 사는 아재 입장에서는 괜히 뜨끔하더라고요. 나는 회사에서 밥값은 하고 있나 싶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요. 오늘이 추석 연휴 첫날이라 다들 전 부치느라 바쁘실 텐데, 저는 전 대신 편지 이야기를 부쳐 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도착한 편지들을 모은 책이에요. 1979년부터 해마다 봄이면 열린다는 글 잔치 '신춘편지쇼'의 당선작 가운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을 붙들어 준 순간을 담은 편지 60편을 골라 다섯 장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1975년에 시작한 방송이 올해로 51년째라니, 그동안 방송국에 쌓였을 편지 더미를 떠올리기만 해도 아득해져요.


펼쳐 보면 사연마다 붙은 편지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줄이 그어진 종이 위에 제목이 크게 적혀 있고, 맨 아래에는 보낸 사람이 붙인 별칭과 이름, 보낸 해가 있어요. '담배 가게 호랑이 할머니 손주',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 '첫 소풍' 같은 식으로요. 편지지 색도 연초록이었다가 분홍이었다가 살구빛으로 바뀌어서, 사연 하나 넘어갈 때마다 새 봉투를 뜯는 기분이 들더군요. 본문 중간중간 좋은 말은 표지 제목을 감싼 것과 같은 보랏빛 곡선 안에 따로 크게 실려 있는데, 누가 밑줄을 대신 그어 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차례만 훑어봐도 재미가 있습니다. "혹시 난닝구 입고 댕기나?", "네찌 주라", "천금가튼 내 세끼 바라". 맞춤법도 사투리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둔 것 같은 제목들이라, 누군가의 손글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나요.


프롤로그부터가 한 통의 편지예요. 어른이 되고부터 "사는 게 대체 뭔가", "지금 닥친 이 고비는 어떻게 넘어가나" 같은 물음표를 수시로 만나게 됐다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그 물음표가 남의 얘기 같지 않더라고요. 답이 없는 게 아니라 '정해진 답이 없다', '답이 무한히 많다'고 고쳐 말하는 대목에서는 어깨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고요. 마지막에는 여성시대 드림이라는 서명까지 붙어 있어요. 그 앞쪽에 이런 문장도 있었습니다.


"그냥 그저 에세이 읽듯, 소설 보듯 페이지를 넘기셔도 좋습니다.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니까요."

읽어 보니 빈말이 아니었어요.

처음에 나온 호랑이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편지를 쓴 사람은 대리기사인데, 지난겨울 태운 손님이 고향 얘기를 하다가 담배 가게 호랑이 할머니를 아느냐고 묻는 데서 사연이 시작돼요. 근 30여 년 만에 듣는 그 호칭을 화자가 반가워하는 장면부터 벌써 마음이 들썩이더라고요. 할머니는 작은 쪽방에서 담배를 파셨는데, 고등학생이 담배를 사러 오면 "머리에 새똥도 안 떨어진 놈이 어디서 댐배질이여?" 하면서 빗자루부터 드셨다고 해요. 담배 파는 분이 담배 사러 온 학생을 쫓아내는 가게라니, 읽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사춘기에 방황하던 손주한테는 앞의 그 밥값 호통이 떨어지는데, 스무 살에 지금의 아내를 데려갔을 때는 또 결이 달라요. 아내의 손을 잡고 "저놈이 하는 짓은 깡패여도 본심은 착한 놈이다"라며 손주 편을 들어 주시고, 손주한테는 이렇게 당부하시거든요. "니놈이 귀하게 여겨야 남도 귀하게 여겨주는 거여. 이쁜 거 만났으니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어야 혀." 호통과 당부가 한 입에서 나오는 분이라 그런지, 이런 어른 한 분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지를 쓴 분이 오십 반백의 나이에도 할머니 가르침을 되새기며 산다는데, 저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3장의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였어요. 30대 중반에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게 된 딸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는 말에 아무것도 꺼내지 못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 기억 한가운데에는 엄마 '경옥 씨'가 있고요. 딸이 기억하는 엄마의 말은 '안 돼', '하지 마', '입 다물어', '보기 싫어' 같은 것들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아빠가 경옥 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할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한 시간 넘는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고, 동생들 도시락과 온갖 집안일까지 떠안고 자랐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아빠가 한마디를 보태죠. "잘 몰라서 그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부모라는 자리도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

이 나이쯤 되니 처음 맡아 본 자리에서 서툴렀던 기억이 저한테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이 말이 남의 집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연 속에는 경옥 씨의 다른 얼굴도 조금씩 드러나요. 첫 직장에서 상사가 볼펜으로 딸의 머리를 때린 적이 있는데, 전화로 사정을 들은 엄마가 딸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거친 말로 그 상사를 욕해 줬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전화 한 통이 얼마나 든든했을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편지가 어디에 닿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보낸 사람의 별칭이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게 다 읽고 나니 다시 눈에 들어오더군요.


5장의 (인생이 소풍 같다)에는 이런 장면이 나와요. 대장암 수술 뒤로 외출이 어려워진 아버지를 모시고 봄 소풍을 간 날, 여섯 살 딸아이가 할아버지 손이 차갑다며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아요. 할아버지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그 머리 위로 벚꽃잎 한 장이 떨어지자 아이가 소리칩니다. "와, 할아버지 머리 위에 꽃이 폈어!"

아버지는 병에 걸리기 전에는 "'인생이 소풍 같다'는 놈은 대체 어떤 호사를 누리고 갔냐"고 빈정거렸는데, 지금은 건강했던 지난 시절이 모두 소풍 같다고 하신대요. 손녀가 할아버지는 소풍을 엄청 많이 다녔겠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어요. "할아버지 소풍은 이제부터야." 반백의 머리에 벚꽃잎을 얹은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져서, 이 장면은 오래 눈앞에 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연들도 결이 다 달라요. 두 번 실패하고 무너진 딸에게 엄마가 건넨 "실패는 있을 수 있어도, 실패한 인생은 없어"라는 말도 있고, 국숫집에서 처음 본 할머니가 사투리로 건넨 "살면 살아지고, 살아지면 잘 살았다 싶은 날 있제"라는 말도 있어요. 제목만 봐도 사연이 대강 짐작되는데, 막상 읽으면 짐작보다 훨씬 깊더라고요. 저는 수영을 배우는 엄마가 딸한테 던진 말에서 웃음이 터졌어요. "다 늙은 엄마도 이 나이에 배워서 수영하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 있겠어! 내가 너 나이면 날아다녔다!" 뭐든 늦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나이라서 그런지, 청춘이 꼭 젊은 나이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편지 속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어졌습니다.


양희은 님 추천사에 "40대 끝자락부터 지금까지 나를 사람답게 키워준 터전은 (여성시대) 편지들이었다"는 문장이 있어요. 40대 끝자락이면 딱 제 나이라 괜히 더 믿음이 갑니다.


솔직히 걸렸던 건 읽는 속도였어요. 한 편 한 편은 길지 않은데, 편지 한 통에 한 사람의 몇십 년이 들어 있다 보니 연달아 넘기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 통 읽고 숨 고르고, 또 한 통 읽고 숨 고르게 되는 책이라 몰아서 읽는 재미를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대신 아무 데나 펼쳐도 거기서 바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니, 곁에 두고 오래 꺼내 읽기에는 이만한 책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고급스러운 양장 커버에 두께는 보통 에세이만 해서 손에 쥐기 딱 좋아요. 표지에는 꽃이 가득한 정원 벤치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뒷모습이 색연필 느낌으로 그려져 있는데, 제목이랑 참 잘 어울립니다. 들고 있으면 명절 선물세트처럼 든든한데, 햄 대신 사람 냄새가 꽉 차 있더라고요. 추석에 부모님 댁 가실 때 과일 상자 옆에 한 권 끼워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의 말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고, 내일이면 한가위 보름달이 뜨겠네요.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서 "밥은 먹었니?" 한마디 건네 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덕분에 좋은 말을 한 보따리 두둑하게 챙겨 받은 기분이라, 명절을 앞두고 마음이 든든해요. 다들 배도 마음도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평범한 사람들이 51년 동안 보내온 편지 속에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 한마디들을 모은 따뜻한 책이에요.


#우리는서로의말로살아간다 #여성시대 #MBC라디오여성시대 #신춘편지쇼 #김영사 #김영사신간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위로가되는책 #인생의한마디 #양희은추천 #정지아추천 #추석선물책 #가을에읽기좋은책 #중년의독서 #직장인책추천 #서평단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 - 최신 연구가 밝혀낸 인간 행동에 숨겨진 심리 법칙 69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연차보다 배우는 태도가 실력을 만든다더군요,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 서평



투우장의 소는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한대요.


소가 달려드는 건 눈앞에서 천이 펄럭이기 때문이고, 빨간 천은 원래 관중석의 흥분을 끌어올리려고 쓰는 장치라고 합니다. 그럼 도로 위의 빨간 차는 어떨까 싶어서 궁금해지더라고요.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이렇게 "어, 진짜 그러네?" 싶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나서 연구 결과로 차근차근 답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실제로 책에는 운전면허를 갓 딴 초보 운전자라면 빨간 차는 한 번쯤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 나와요. 저는 초보보다는 초로에 가까운 나이라 해당 사항은 없는 걸로 치기로 했습니다.

지은이는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를 쓴 나이토 요시히토예요. 200권 넘게 책을 쓴 일본 대중 심리학 저자라는데, 그렇게 많이 쓴 사람의 문장은 역시 힘이 빠져 있고 편안하더군요. 명다인 님이 옮겼고 더페이지에서 나왔습니다. 크기도 두께도 딱 보통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는 책 같아요. 심리 법칙 69가지가 사회·문화부터 건강·행복까지 여섯 갈래로 나뉘어 있고, 한 꼭지가 길지 않아서 어디부터 펼쳐도 금방 이야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프롤로그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이름이 비슷한 학문은 뒤에 붙은 말이 중심이라고 기억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심리경제학은 경제학이 중심이고, 경제심리학은 심리학이 중심이라는 식이에요. 사회심리학도 사회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중심에는 심리학이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건 누가 한 번만 정리해 주면 평생 안 헷갈리는데, 그동안 아무도 안 알려줬던 거 같아요.


저자는 이 책이 전문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고 먼저 밝혀둡니다. 난해한 수식이나 통계 기호도 없으니 부담 내려놓고 편하게 읽으라고요. 읽다 보면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지적 즐거움"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 약속은 첫 장부터 꽤 잘 지키는 편인 것 같았어요.

다시 빨간 차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프랑스 남브르타뉴대학교의 니콜라 게갱 연구팀이 교차로에서 실험을 했답니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도 앞차가 일부러 출발하지 않고 버티면, 뒤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는지 관찰한 거예요. 같은 차종으로 빨강, 파랑, 초록, 검정, 흰색 차를 준비했고 운전자 422명의 반응을 지켜봤다고 하더라고요. 결과표를 보니 빨간 차 뒤에서 경적을 울린 비율이 남성 운전자는 46.8%, 여성 운전자는 32.4%였어요. 흰색 차는 각각 20.8%, 14.7%로 가장 낮았고요.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었어요. 저자는 차 색깔만으로 난폭 운전이나 보복 운전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흰 차를 몬다고 남들이 더 양보해 주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이고요. 흥미로운 결과를 들고 와서도 쉬운 답으로 몰아가지는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는 잊지 않습니다. "빨간색 차량에는 그만의 강렬한 매력이 있습니다." 빨간 차 타는 분들 서운하지 않게 챙겨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그리고 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곳이 있어요. (경력이 많은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이 성장한다)라는 꼭지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니티시 K. 초우드리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발표된 연구 62편을 종합해서 분석했대요. 그중 32편, 그러니까 52%에서 의사의 진료 수준이 젊었을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거나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13편에서는 경력과 진료 수준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을 찾지 못했고요. 앤더스 에릭슨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경력 많은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의 업무 능력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한 사람한테는 좀 따끔한 숫자예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과 더 잘하기 위해 반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입니다."

이 문장 앞에서 제 연차를 한번 세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 꼭지가 겁만 주고 끝나지는 않아서 좋았어요. 경력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인정해 주면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가 아니라 배우고 개선하려는 태도입니다"라고 방향을 짚어줍니다. 처음 간 병원 의사가 젊어 보여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젊은 사람이 최신 지식을 부지런히 익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후배들을 볼 때도 비슷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던 사람이 요즘은 책부터 집어 드는데, 이것도 나름 배우는 쪽으로 한 발 옮긴 거라고 믿어보고 싶어요.


저자라는 사람 자체도 꽤 정이 가요. 에필로그에서 자기도 대학 시절 처음 사회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학문일까?' 싶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한때는 스스로를 사회심리학자라고 소개했는데, 그게 어떤 학문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가 어려워서 지금은 그냥 심리학자라고 한대요. 요즘은 비즈니스 책을 많이 쓰다 보니 비즈니스심리학자라고 할 때도 있다고요. 이 분야의 대가가 이렇게 멋쩍게 웃는 듯한 얘기를 하니까 괜히 동네 형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맛보기로 하나 더 옮겨볼게요.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의 심리)라는 꼭지에서 저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나요?" "나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 "우리 회사가 정말 이상해."

바로 몇 명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 꼭지는 그런 사람을 흉보는 데서 멈추지 않더군요.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기 쪽으로만 향한다고 설명합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요하네스 C. 아이히슈테트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114명의 페이스북 게시글 6개월 치를 분석했는데, '나는', '내가' 같은 표현을 자주 쓸수록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해요. 물론 자기 얘기를 많이 한다고 다 우울한 건 아니라고 저자가 분명히 덧붙입니다. 상대가 힘든 얘기를 꺼내면 따뜻하게 들어주되, 나한테도 부담이 되면 "미안하지만 이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하고 자연스럽게 마무리해도 괜찮다고요.


"좋은 인간관계는 한 사람이 계속 말하고 다른 사람이 계속 들어주는 관계가 아닙니다."

솔직히 걸렸던 건 책이 아니라 제 쪽이었어요. 요즘 책 한 권 읽고 나면 누구한테든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데, 그러다 대화를 온통 '내가 읽은 책'으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뜨끔하더라고요. 듣는 쪽도 좀 챙겨 가면서 떠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옆에 두고 아무 데나 펼쳐 보기 좋은 책 같아요. 목차에 (식탁에도 심리학이 있다), (휴식은 집중력을 지키는 기술), (틀렸다는 말보다 '맞다'는 말을 먼저 하라) 같은 제목이 줄줄이 있어서 제목만 봐도 궁금해지거든요. 사람 때문에 지치는 날에 한 꼭지씩 꺼내 읽으면 딱일 것 같습니다.


한 주가 거의 끝나가는 9월 넷째 주 목요일, 창밖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네요. 사람 마음 공부를 한 학기 제대로 들은 기분이라 좋은 책 만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바로 써먹으라니까 내일 출근하면 '맞다'는 말부터 먼저 꺼내 보려고요. 금요일 하루뿐이라 써먹을 기회가 딱 한 번이긴 합니다만.

모두 선선한 가을 저녁 보내세요.


빨간 차에 경적이 더 많이 울리는 이유부터 연차와 실력의 관계까지,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동네 형처럼 편하게 풀어주는 사회심리학 입문서


#일상에서바로써먹는사회심리학 #나이토요시히토 #명다인 #더페이지 #사회심리학 #심리학책 #심리학입문 #인간관계 #자기계발 #자기계발서추천 #교양심리학 #말투하나바꿨을뿐인데 #직장인책추천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 #서평단 #가을독서 #BOOKULOVE #북유러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