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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
부토리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부는 시간의 크기였다"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 서평
"스무 살과 마흔 살은 무엇이 가장 다를까?"
책 뒤쪽에서 이 질문이 툭 튀어나오는데 괜히 뜨끔하더라고요. 마흔은 진작 넘겼고 어느새 40대 후반이거든요. 가진 돈을 떠올릴 법한 자리에 저자는 '남은 시간'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그 대목 때문에 이 책을 젊은 사람들 재테크 책으로만 치워둘 수가 없었어요.
9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어요. 한 주 피로가 제일 무겁게 쌓이는 목요일인데도 이 책 얘기는 빨리 풀어놓고 싶어서 좀 들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퇴근하고 유튜브 틀어놓은 채 졸았을 텐데, 요즘은 책부터 손에 잡히니 서평단 하면서 사람이 좀 바뀐 거 같아요.
이번에 만난 책은 부토리 님의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입니다. 출판사는 필름이고요. 제목 첫머리 '월 200'에서 잠깐 제 월급명세서가 스쳐 지나갔는데, 뒤에 붙은 27억을 보고 바로 정신이 들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살짝 경계했어요. 숫자가 큼직하게 박힌 제목이 어쩐지 유튜브 썸네일 같았거든요. 그런데 서문을 펼치면 이 두 줄이 먼저 나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돈밖에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하다."
경계심이 스르르 풀린 건 여기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저자는 2016년 수원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해요. 정규직이 된 뒤 받은 첫 월급이 180만 원, 그 뒤로도 230만 원 남짓. 남들 잘 때 일하고 남들 쉬는 주말에 병원을 지키면서 '이렇게 평생 내 시간을 돈과 바꾸며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꾸 떠올랐다고 합니다. 직장 생활 오래 한 사람한테 이 질문은 꽤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그 뒤 구급대원이 되면서 이야기가 한층 무거워져요. 살리려고 온 힘을 다했지만 끝내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대요. 위급한 환자를 태우고 몇 시간을 달려갔는데 받아줄 수 없다는 말 한마디에 구급차 문을 다시 닫아야 했던 날도 있었고요. 누군가를 도우러 출동한 현장에서 욕설과 성희롱성 발언을 견뎌야 했던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끝에 저자가 꺼낸 말은 "우리에게 '언젠가'가 반드시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였어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프롤로그의 2017년 10월 30일이에요. 퇴근을 한 시간 반쯤 앞두고 심폐소생술을 받던 90대 할머니가 응급실로 들어옵니다. 응급 처치를 거듭한 끝에 심장이 다시 뛰어서 중환자실로 올라가요.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젊은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게 되죠. 누구는 아흔이 넘어 다시 심장이 뛰고, 누구는 훨씬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하루. 재테크 책의 문이 이런 장면으로 열릴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 시절 얘기도 담담하게 나와요. 네 식구가 열 평대 방 두 칸 집에 살았고, 옥상 물탱크가 터지면 양동이로 물을 받았대요. 바닥이 다 젖으면 가족들과 찜질방에서 며칠을 지냈다고 하고요. 그래서 지금도 집을 볼 때 누수에 굉장히 예민하다는 한 줄에서, 이 사람이 집 얘기에 왜 그렇게 진심인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무렵엔 세 식구가 원룸에 살았는데, 아기가 잠들면 불을 다 끄고 스탠드 조명 하나에 의지해 밥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만의 색깔이 제일 진하게 느껴진 건 3부 '우리가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였습니다. 27억을 만든 사람이 자기 손실을 이렇게 숨김없이 꺼내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2019년에 산 애플 주식이 코로나19 때 -25%까지 빠졌대요. 새벽 세 시 구급 출동을 다녀와 센터에서 그 하락을 보면서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해요. 2021년에는 재무제표도 안 보고 한 종목에 돈을 넣었는데, 몇 번 수익이 나자 자신감이 붙어 1,000만 원을 넣었답니다. 그 돈이 주식병합까지 겹쳐 10만 원이 됐대요. 신랑도 같은 종목에 넣었다가 똑같이 잃어서, 둘이 합친 손실이 1,980만 원이라고 하고요. 저자는 그 시절을 "참 바보 같았던 과거"라고 부르더라고요.
유튜브만 켜면 '곧 열 배 오를 주식' 같은 영상이 끝없이 뜬다는 얘기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그런 영상을 멍하니 보던 게 제 저녁이었으니까요. 저자는 실패의 이유를 대부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찾는데, 이건 투자 말고 회사 일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 같습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좀 귀여워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계좌를 만들어 아동수당으로 ETF를 사주다 보니 저절로 적립식 투자를 하게 됐대요. 그러면서 저자가 묻습니다. 2019년에 주식을 처음 접한 엄마와 2022년에 처음 시작한 아이 중 누가 더 좋은 수익을 냈을까. 답은 아이였다고 해요.
투자 방향을 알려준 선생님이 갓난아기였던 셈.
6부로 넘어가면 생활 감각이 확 살아나서 좋았어요. 자녀가 7세 이하일 때는 육아 동선이 중요하다면서 단지 안 놀이터, 상가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경사형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을 꼽는데, 아이를 직접 키워본 사람이라서 나오는 기준 같더라고요. 소방공무원 시절 선배들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 쓰려고 육아휴직을 1년쯤 남겨두더라는 이야기도 참 현실적이었고요.
표도 빼곡하게 들어 있습니다. 지금 부부가 모은 돈이 얼마일 때 5년 안에 1억을 만들려면 한 달에 얼마씩 모아야 하는지 칸칸이 나와 있어요. 두 사람이 3,000만 원을 모았다면 부부가 매달 약 117만 원, 각자 59만 원 정도를 저축해야 한다는 식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와 친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런 표 앞에서 실감 나더군요.
사실 표가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머릿속 계산기가 살짝 버벅거렸어요. 기준이 주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라서 40대 후반 입장에선 조금 먼 동네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다 바로 옆에서 첫 내 집 마련 평균 연령이 46.4세라는 통계를 보고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딱 제 나이대 숫자라서요.

저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어요. 전세 레버리지로 여러 채를 사봤지만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 시작한 투자인데 오히려 자유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평택 아파트로 좋은 수익을 내고도 '커넥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는 이야기까지, 잘된 투자에서도 배운 걸 챙겨서 꺼내놓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중년 직장인으로서 가장 크게 반응한 건 에필로그였습니다. 회사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60세가 되면 나가야 하고 대기업은 40대만 돼도 퇴사 압박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라 소득 공백이 생긴다.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는 문장에서는 쓴웃음이 나더군요.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7억을 만든 이 사람도 처음엔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벌벌 떨면서 중개사와 이야기했대요. 전화공포증이 있어서 집 보러 간다는 예약 전화 한 통도 너무 힘들었다고 하고요. 이 고백을 읽고 저자가 확 가깝게 느껴졌어요. "투자는 원래 겁이 나는 일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게 들렸던 거 같아요.
맛보기로 서문의 한 대목을 옮겨볼게요. 보유한 아파트 네 채의 시세가 30억을 넘었을 때 '그래서 나는 이제 정말 부자가 된 걸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나서 나온 문장이에요.
"내게 부란 결국 돈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의 크기였다."
이걸 깨닫고 아파트 세 채를 팔아 주식, ETF, 금,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나눴다고 해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남편과 아들 태준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서문이 이어지고요. 숫자로 가득한 책인데 정작 가장 오래 남는 건 사람 이야기라서 좋았습니다.

<월 200 받던 93년생 간호사가 4년 만에 27억을 만든 방법>은 한 번 읽고 끝낼 책은 아닌 거 같아요. 목차를 보면 통장 쪼개기부터 ETF 고르는 기준, ISA·연금저축·IRP, 입지 분석, 계약할 때 주의할 점까지 순서대로 이어져 있어서 필요한 장만 다시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보통 책보다 두께도 무게감도 제법 있는 편인데, 27억까지는 몰라도 팔 힘은 확실히 붙을 것 같습니다. 표지 띠에 초판 한정 '부토리 시크릿 노트'가 딸려 있다고 적혀 있으니 그것도 챙겨볼 만하고요.
이제 막 첫 월급을 받은 사람에게는 앞길을 미리 비춰주는 책일 거고, 저 같은 아재에게는 늦었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프롤로그 끝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느려도 괜찮다.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결국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 목요일, 든든한 길잡이 한 권 챙긴 기분이에요. 주말엔 통장 내역부터 한번 들여다보려고요. 지금이 앞으로 살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니, 오늘은 그 말 믿어보겠습니다.
27억보다 오래 남는 건,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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