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 - 대형 로펌 상속·증여 전문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세금 가장 적게 내면서 분쟁 없이 상속하는 방법
양소라.허시원 지음 / 세이코리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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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추석에 꺼내 볼 경제서 양소라/허시원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 서평

"아파트를 증여해 주면 아버지의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써 준 각서에 들어 있던 말이에요. 이 정도면 효자 소리 듣고도 남겠다 싶은데, 아버지 A는 각서를 받은 다음 날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줬고, 아들은 그 뒤로 말을 바꿔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과연 A는 아파트를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요.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에 실린 사례인데, 저는 당연히 돌려받겠거니 싶었거든요.


책을 쓴 두 사람은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예요. 자산분쟁팀장인 양소라 변호사가 1부에서 상속과 분쟁을,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조세자문팀장 허시원 변호사가 2부에서 세금을 맡았습니다. 가족끼리 얼굴 붉히는 문제와 세금을 계산하는 문제가 한 권 안에 나란히 들어 있는 셈이에요. 상속이라는 게 원래 그 둘이 붙어 다니는 일이라 그런지, 이 조합이 꽤 든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실용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입니다.


개정판 서문에서 눈이 간 건 저자들의 고백 같은 한 문장이었어요. 올해 3월 17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 때문에 미리 준비하려는 자문이 늘어서, 변호사가 된 이래 가장 많은 유언장을 작성한 한 해가 됐다는 거예요. 유류분을 돌려주는 방식이 원물 반환에서 현금 반환으로 바뀌면서, 부동산을 증여받은 사람은 그 부동산을 팔아 유류분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양도소득세를 내고 유류분까지 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얼마 안 된다는 설명에서, 법이 바뀌면 사람들 고민의 모양도 같이 바뀌는구나 싶었습니다.

반대로 숨통이 트이는 변화도 있습니다. 부모를 부양하거나 재산을 지키고 불리는 데 기여한 대가로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에서 빠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해요.


1부 2장의 첫 꼭지 제목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예요.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머니도 형제들도 정신이 없고, 장례부터 상속과 세금까지 막막하기만 한 A의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그다음부터는 할 일이 순서대로 나와요. 사망신고는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안에 하고,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는 상세본으로 한꺼번에 수십 통 떼어두라고 해요. 사망신고를 할 때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까지 같이 신청하면 고인의 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연금 가입 여부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고요. 은행에 들를 때 잔고증명서에 더해 10년 치 거래 내역까지 미리 떼어두라는 대목은, 현장에서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본 사람만 해줄 수 있는 말 같았어요.


사망신고 한 번에, 재산 조회까지 한 번에.

제 나이가 되니 이런 목록은 언젠가 꺼내 볼 메모처럼 읽힙니다. 유언이 없고 상속인이 여럿이면 누가 아파트를 갖고 누가 현금을 가질지 정하는 상속재산분할을 거쳐야 한대요. 그 전까지는 모두가 재산을 잠정적으로 함께 가진 상태일 뿐이라는 설명도 이어지고요.


배우자가 없으면 5억 원, 있으면 10억 원 정도면 상속세 신고가 필요 없다는 얘기만 주워듣고 있던 저한테는 괜히 찔리는 문장도 하나 있었어요. "상속재산이 5억 원보다 적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신고기한 안에 신고하면 세액공제 3%를 받고, 놓치면 가산세까지 문다는 설명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맨 앞에서 꺼낸 효도계약서 이야기였어요. A의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와 국민연금이 전부였고,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모자라 그 아파트로 주택연금을 받을 생각이었대요. 그런데 아파트값이 오르니 지금 증여받아야 세금을 아낀다는 아들의 설득에 결국 마음이 움직였고요. 비슷한 사례에서 법원은 A가 아파트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는 말만으로는 아들이 어떤 의무를 지는지 불확실하다고 봤대요. 그래서 부담부증여로 인정되지 않았고, 단순증여로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이상 계약을 해제할 수 없었다는 거예요.


각서에 담긴 말이 크면 클수록 믿음직할 것 같은데, 법 앞에서는 그 크기가 오히려 빈틈이 됐다는 게 씁쓸하더라고요. 저자들은 효도계약서라면 제목부터 '부담부증여계약서'로 쓰라고 해요. 부양료를 매달 얼마 줄지, 병원비는 누가 낼지까지 구체적으로 적고, 약속을 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넣으라고요. 작성 예시에는 매달 부양료 300만 원, 해제 통보 후 1주일 안에 반환, 반환이 늦어지면 하루 10만 원씩 지급한다는 조항까지 들어 있습니다. 효도를 계약서로 받는다는 게 처음엔 좀 서글프게 들렸어요. 그런데 예시를 보고 나니 이게 부모 쪽의 마지막 안전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려주기 전에, 나부터.

바로 뒤에 붙은 새 항목 "고령화 시대, 자산승계도 좋지만 나를 위한 케어도 필요하다"는 이 이야기와 한 줄로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이론상으로는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지만, 80대 노인이 되어 변호사를 찾아가 자녀를 상대로 소송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성년후견도 자녀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원이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고 보수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믿을 만한 금융기관에 유언대용신탁을 해두는 경우가 늘고 있대요. 치매에 걸리면 신탁관리인이 병원비와 요양비, 생활비 용도로만 돈을 꺼낼 수 있게 묶어두는 설계라고 합니다.


임의후견계약서에 최고 등급 요양병원에 가야 하고 간병인 3명이 8시간씩 교대해야 한다고 적어둔 고객 이야기도 나와요.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짧은 문장으로 꼭지가 닫힙니다.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노후 쪽으로도 눈이 가더군요. 물려주는 이야기인 줄 알았던 책이 지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었던 거죠.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의 2부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숫자 쪽으로 확 바뀝니다. 제목부터 궁금했던 꼭지는 "며느리나 사위에게 증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였어요. 며느리나 사위는 법정상속인이 아니라서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는 기간이 5년이고, 자녀는 10년이라는 차이가 있대요. 여기에 누진세율까지 겹치면 계산이 달라져요. 20억 원을 자녀 한 명에게 몰아주면 증여세가 6억 4000만 원인데, 자녀 부부에게 10억 원씩 나누면 합쳐서 4억 8000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사위나 며느리는 1촌 인척이라 증여재산공제가 1000만 원뿐이니, 공제와 과거 증여까지 같이 따져보라는 단서가 붙어요. 명절마다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모시는 데는 세법적인 이유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절세 비법이 등장하는 대목도 있어요. 다주택자인 A가 시가 5억 원쯤 되는 아파트를 팔려는데, 지인이 조언을 합니다. 아내에게 증여한 다음 아내가 곧바로 팔면 증여세도 양도소득세도 안 낸다는 거예요. 배우자 증여공제 6억 원이면 증여세가 없고, 증여 당시 시가가 취득가가 되니 양도차익도 거의 없다는 계산이었죠. 책의 답은 짧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인의 조언은 틀렸다."


소득세법은 10년 안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을 팔면, 취득가를 증여받은 가격이 아니라 증여한 사람이 예전에 산 가격으로 본다고 해요. A가 그 아파트를 2억 원에 샀다면 아내는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해요.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쓴 5억 원만큼의 증여재산공제도 10년 동안 다시 쓸 수 없게 되고요. 책은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는 셈이다." 증여 뒤에 이혼을 해도 이 특례가 적용되고,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만 예외라고 해요. 거기까지 읽고 나니 세법이 사람들 꼼수를 꽤 오래 지켜봐 왔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걸렸던 건 숫자에 약한 제 쪽이었어요. 괄호 안에 괄호가 들어간 누진세율 계산식은 한 줄씩 짚어가며 따라가야 했고, 대습상속이나 특별수익 같은 용어도 처음엔 입에 잘 붙지 않더군요. 그래도 꼭지마다 A의 사연을 먼저 꺼내놓고 시작하니, 낯선 말들도 사람 이야기에 얹혀서 따라오는 편이었습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는 한 번 읽고 치우는 책은 아닌 거 같아요. 서문을 보면 가업상속공제 쪽에도 큰 제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고 해요. 그러니 책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두고,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나 내 노후를 그려볼 때 다시 펼쳐 볼 책에 가깝습니다. 제 또래라면 부모님 쪽과 내 쪽을 번갈아 보게 되는 책이라 더 반가울 것 같고요. 읽는 내내 몰랐던 걸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목요일, 바람 끝이 제법 가을답네요. 이 책을 명절 선물로 돌렸다가는 받는 쪽에서 무슨 뜻이냐고 되물을 것 같아서, 그건 조용히 참아보겠습니다. 미리 알아두면 싸울 일이 줄어든다는 걸 배우고 나니 마음 한쪽이 한결 든든해요. 다들 보름달처럼 둥글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서도 지켜주지 못한 집 한 채, 바뀐 상속법과 세금 앞에서 부모와 나를 함께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든든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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