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 - 최신 연구가 밝혀낸 인간 행동에 숨겨진 심리 법칙 69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연차보다 배우는 태도가 실력을 만든다더군요,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 서평

투우장의 소는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한대요.
소가 달려드는 건 눈앞에서 천이 펄럭이기 때문이고, 빨간 천은 원래 관중석의 흥분을 끌어올리려고 쓰는 장치라고 합니다. 그럼 도로 위의 빨간 차는 어떨까 싶어서 궁금해지더라고요.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이렇게 "어, 진짜 그러네?" 싶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나서 연구 결과로 차근차근 답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실제로 책에는 운전면허를 갓 딴 초보 운전자라면 빨간 차는 한 번쯤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 나와요. 저는 초보보다는 초로에 가까운 나이라 해당 사항은 없는 걸로 치기로 했습니다.
지은이는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를 쓴 나이토 요시히토예요. 200권 넘게 책을 쓴 일본 대중 심리학 저자라는데, 그렇게 많이 쓴 사람의 문장은 역시 힘이 빠져 있고 편안하더군요. 명다인 님이 옮겼고 더페이지에서 나왔습니다. 크기도 두께도 딱 보통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는 책 같아요. 심리 법칙 69가지가 사회·문화부터 건강·행복까지 여섯 갈래로 나뉘어 있고, 한 꼭지가 길지 않아서 어디부터 펼쳐도 금방 이야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프롤로그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이름이 비슷한 학문은 뒤에 붙은 말이 중심이라고 기억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심리경제학은 경제학이 중심이고, 경제심리학은 심리학이 중심이라는 식이에요. 사회심리학도 사회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중심에는 심리학이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건 누가 한 번만 정리해 주면 평생 안 헷갈리는데, 그동안 아무도 안 알려줬던 거 같아요.
저자는 이 책이 전문 연구자를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고 먼저 밝혀둡니다. 난해한 수식이나 통계 기호도 없으니 부담 내려놓고 편하게 읽으라고요. 읽다 보면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지적 즐거움"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 약속은 첫 장부터 꽤 잘 지키는 편인 것 같았어요.
다시 빨간 차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프랑스 남브르타뉴대학교의 니콜라 게갱 연구팀이 교차로에서 실험을 했답니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도 앞차가 일부러 출발하지 않고 버티면, 뒤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는지 관찰한 거예요. 같은 차종으로 빨강, 파랑, 초록, 검정, 흰색 차를 준비했고 운전자 422명의 반응을 지켜봤다고 하더라고요. 결과표를 보니 빨간 차 뒤에서 경적을 울린 비율이 남성 운전자는 46.8%, 여성 운전자는 32.4%였어요. 흰색 차는 각각 20.8%, 14.7%로 가장 낮았고요.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었어요. 저자는 차 색깔만으로 난폭 운전이나 보복 운전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흰 차를 몬다고 남들이 더 양보해 주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이고요. 흥미로운 결과를 들고 와서도 쉬운 답으로 몰아가지는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는 잊지 않습니다. "빨간색 차량에는 그만의 강렬한 매력이 있습니다." 빨간 차 타는 분들 서운하지 않게 챙겨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그리고 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곳이 있어요. (경력이 많은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이 성장한다)라는 꼭지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니티시 K. 초우드리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발표된 연구 62편을 종합해서 분석했대요. 그중 32편, 그러니까 52%에서 의사의 진료 수준이 젊었을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거나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13편에서는 경력과 진료 수준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을 찾지 못했고요. 앤더스 에릭슨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경력 많은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의 업무 능력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직장 생활 20년 넘게 한 사람한테는 좀 따끔한 숫자예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과 더 잘하기 위해 반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입니다."
이 문장 앞에서 제 연차를 한번 세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 꼭지가 겁만 주고 끝나지는 않아서 좋았어요. 경력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인정해 주면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가 아니라 배우고 개선하려는 태도입니다"라고 방향을 짚어줍니다. 처음 간 병원 의사가 젊어 보여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젊은 사람이 최신 지식을 부지런히 익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후배들을 볼 때도 비슷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던 사람이 요즘은 책부터 집어 드는데, 이것도 나름 배우는 쪽으로 한 발 옮긴 거라고 믿어보고 싶어요.
저자라는 사람 자체도 꽤 정이 가요. 에필로그에서 자기도 대학 시절 처음 사회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학문일까?' 싶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한때는 스스로를 사회심리학자라고 소개했는데, 그게 어떤 학문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가 어려워서 지금은 그냥 심리학자라고 한대요. 요즘은 비즈니스 책을 많이 쓰다 보니 비즈니스심리학자라고 할 때도 있다고요. 이 분야의 대가가 이렇게 멋쩍게 웃는 듯한 얘기를 하니까 괜히 동네 형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맛보기로 하나 더 옮겨볼게요.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의 심리)라는 꼭지에서 저자가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나요?" "나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 "우리 회사가 정말 이상해."
바로 몇 명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 꼭지는 그런 사람을 흉보는 데서 멈추지 않더군요.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기 쪽으로만 향한다고 설명합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요하네스 C. 아이히슈테트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 114명의 페이스북 게시글 6개월 치를 분석했는데, '나는', '내가' 같은 표현을 자주 쓸수록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해요. 물론 자기 얘기를 많이 한다고 다 우울한 건 아니라고 저자가 분명히 덧붙입니다. 상대가 힘든 얘기를 꺼내면 따뜻하게 들어주되, 나한테도 부담이 되면 "미안하지만 이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하고 자연스럽게 마무리해도 괜찮다고요.

"좋은 인간관계는 한 사람이 계속 말하고 다른 사람이 계속 들어주는 관계가 아닙니다."
솔직히 걸렸던 건 책이 아니라 제 쪽이었어요. 요즘 책 한 권 읽고 나면 누구한테든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데, 그러다 대화를 온통 '내가 읽은 책'으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뜨끔하더라고요. 듣는 쪽도 좀 챙겨 가면서 떠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사회심리학>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옆에 두고 아무 데나 펼쳐 보기 좋은 책 같아요. 목차에 (식탁에도 심리학이 있다), (휴식은 집중력을 지키는 기술), (틀렸다는 말보다 '맞다'는 말을 먼저 하라) 같은 제목이 줄줄이 있어서 제목만 봐도 궁금해지거든요. 사람 때문에 지치는 날에 한 꼭지씩 꺼내 읽으면 딱일 것 같습니다.
한 주가 거의 끝나가는 9월 넷째 주 목요일, 창밖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네요. 사람 마음 공부를 한 학기 제대로 들은 기분이라 좋은 책 만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바로 써먹으라니까 내일 출근하면 '맞다'는 말부터 먼저 꺼내 보려고요. 금요일 하루뿐이라 써먹을 기회가 딱 한 번이긴 합니다만.
모두 선선한 가을 저녁 보내세요.
빨간 차에 경적이 더 많이 울리는 이유부터 연차와 실력의 관계까지,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동네 형처럼 편하게 풀어주는 사회심리학 입문서
#일상에서바로써먹는사회심리학 #나이토요시히토 #명다인 #더페이지 #사회심리학 #심리학책 #심리학입문 #인간관계 #자기계발 #자기계발서추천 #교양심리학 #말투하나바꿨을뿐인데 #직장인책추천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 #서평단 #가을독서 #BOOKULOVE #북유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