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것은 꼭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누구였는가를 둘러싼 기억들 때문이다. 책 한 권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읽은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음 빈 칸을 채우시오. “( )라는 책을 만났을 때 나는 ( )살이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안에 나는 ( )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모조리 읽어치웠다.” 내 경우에 빈 칸에 들어갈 말은 각각 <분노의 포도>, 열다섯, 존 스타인벡이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노란 불빛의 서점> p53~54 
 

어떤 날은 책을 다 읽고, 책의 맨 뒷페이지 메모를 한다. 

오늘은 며칠이고, 내가 어디에 있었고, 지금 어떤 향기가 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이 책이 어떠했는지 간단한 감상을 곁들인다. 나~아중에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이 책을 다시 뒤적거리다 이 메모를 만나겠지. 어쩌면 그때는 이 책의 줄거리, 주인공의 이름은 잊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 책을 만나고 있던 지금을 한번 상상해 보는거야. 

은근, 재미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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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7-1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책은 한달음에 읽기 쉽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음반은 대개 한 시간 이내에 플레이가 되니까요.

소닉 유스는 비내리는 우중충한 9월의 하늘을,
산타나는 작열하는 8월의 뜨거운 오후를,
오소영은 제주도 성산의 착 가라앉은 밤을,
장필순은 새벽 어스름한 안개 낀 동네를...

:)

해라 2010-07-27 16:20   좋아요 0 | URL
음~:) 정말...! ^-^
소닉유스, 오늘 당기는데요? ㅎ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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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를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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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을 시작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읽어도 될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만약 뵙게 된다면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실례'가 되지 않을지 많이 고민스러웠다. 나보다 3살 많은 저자분께, 살아줘서, 이렇게 예쁘게 살아주셔서 고맙다고 말씀을 드려도 괜찮을지, '힘내세요',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예요'의 말이 괜찮을지… 응원의 메시지가 혹시 또 다른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많이 조심스럽고 조심스럽다.  

2003년 <지선아 사랑해> 이후 그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4년 미국 어학 연수를 떠나 보스턴 대학에서 재활상담 석사학위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 석사학위를 받고, 2010년 UCLA 사회복지 박사과정에도 합격, 학업뿐만 아니라 '한림화상재단', '밀알복지재단','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활동 등 10년 전 사고의 기억을 몸과 마음으로 이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찾은 삶의 희망을 나누고자 종횡무진 활동하는 이지선님을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에서 만났다.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는 2003년과 2005년에 출간된 <지선아 사랑해>와 <오늘도 행복합니다>의 개정 합본판이다. 삶, 고난, 기적, 감사, 사랑, 희망 등 두번째 삶을 가져다 준 여섯 가지 선물이라는 테마로, 기막힌 운명과 화해하고 희망을 되찾기까지 그녀가 발견한 삶의 비밀들을 나누고 있다.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습니다. 제가 당한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고난을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누구에게나 한 번 주어지는 인생, '무슨 일'이 그에게 일어났는가보다는, 그가 그 무언가를 '어떻게' 맞섰으며, '어떻게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고난은, 축복이었습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고맙고, 감동적이었고,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 (진.심.으.로) 살아줘서 이렇게 예쁘게 살아줘서 고마운 이지선님의 긍정적인 자세, 삶의 의지, 너무나 감동적인 가족들의 헌신 그리고 사랑, 꼭 기억해야 할 장애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네, 이러고도 삽니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 몸이라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사랑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이런 몸이라도 '네가 필요하다. 너를 쓰겠다' 하신 주님의 이름을 높여드리며……네! 저는 이러고도 삽니다. 이러고도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중 p52) 

 

엄마는 '하루 한 가지씩 감사할 거리를 찾자'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그 상황에서 우리가 사람 사는 것처럼 살 수 있는 길은 '감사 찾기' 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원망하고 불평할 것밖에 없어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감사할 것을 찾으니 있었습니다. [...] 놀랍게도 감사 찾기는 그저 감사를 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사는 진심어린 고백이 되었고, 내일도 또다른 감사할 거리를 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감사는 그동안 진통제가 결코 줄 수 없었던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기적을 만드는 습관' 중 p174, 175)

 

이제 사고를 만난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오까는 지혜로운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귀여운 두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 서른셋이 되어 10년 전 그날들을 돌아봅니다. 그 안에는 스물여섯의 오까가 있었습니다. 나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세 살이 많아 오까는 언제나 어른이라고 여겼는데, 그곳엔 어리고 또 여린 겨우 스물여섯의 오까가 있었습니다. [...] 지금 그때로 돌아가 스물 여섯의 오까를 다시 만나면 그 오까를 한번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잘, 더이상 더 잘할 수 없이 잘 해내주어 고마웠다고.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고요. 

('오까, 우리 오까' 중 p230-231)

 

제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뒤돌아보지 마세요. 그리고 제발 속으로만 생각하세요. 여러분이 무심코 던지는 짧은 말과 몇 초간 더 머무리는 시선, 그리고 '쯧쯧쯧' 혀 차는 소리가 이 나라 장애인들을 집 안에 가두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주세요.

('연예인 이지선' 중 p181)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

 

지금 공부하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p281), 다음 책에서 꼭 이야기 해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잃어버린 기능이 회복되거나 기뻐할 만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외치신다는 아싸라비아~(p266)
이지선님의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꼭 만나 외쳐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새롭게, 지선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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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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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외칠 또 한번의 '아싸라비아~'를 기대하며,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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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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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겨루지 마라. 세월이 바쁘다.
[...]
-하고자 한다고 명분이 생겨나지 않고, 피하려 한다고 변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하니 마음과 겨루지 마라. 

(어쩜..!!!!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p302)  

5개월간 인터넷교보연재를 통해 매일 아침 10시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을 만나왔다.
드.디.어 책으로 출간, 김진규 작가 특유의 글맛을 끊김없이 한번에 쭉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tip.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1. 상제의 말, 따라하기

나, 상제는 관용이다. 한 번이다. 말하라.
나, 상제는 독단이다. 그 누구와도 협상하지 않는다.
나, 상제는 융통성이다.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나, 상제는 이해다. 그 고충을 내가 안다.
나, 상제는 전능이다. 허한다.
나, 상제는 후회다. 이제 돌아가라.

2. 같은 단어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김진규 작가만의 해석!

한 가지를 말할 수 있다. 간과 폐는 사람 몸속에 함께 있지만 성질이 같지 않고, 눈과 귀는 얼굴에 함께 있지만 기능이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고기와 진나라 땅의 고기 맛이 같고, 새의 깃과 눈송이의 흰빛이 같다. 억지로 다른 것을 같게 하려면 같아지지 않지만, 같은 점을 중심으로 보면 절로 같아져서 원래부터 같은 것 같다. 그러니 벗을 위한 한 몸을 바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79)

나비와 나방, 적과 홍, 며느리발톱(몸의 일부라..!), 시골과 색골(p286)

3. 김진규 작가님만의 위트!
  

-하이고, 이 할망구가 송충이 지 털에 간지럼 타다 마디 꺾이는 소리 하고 앉었네. (p304) ㅋㅋㅋ
 

4. 주옥같은 대사에 밑줄긋기 하며!^^ 
  

 

 -같이 놀아보는 거야.
서로 이해하고 서로 수긍하고 서로 더불어 놀면서 낼 수 있는 색, 그것이 수강의 목표였다.

(p298)

 

-너 스스로에게 아무것도 저지르지 마라. 다 부득이했으니.
-아니, 부득이하지 않았어. 쓸데없게도, 쓸모없는 까탈이었어.
-후회도 가하고 자책도 가하고 반성도 가하나, 그 때문에 너를 들볶을 건 없다.
[...]
수강은 검송이 부러웠다. 검송은 몸과 맘을 움직이지는 데 부지런했다. 게다가 검송은 자신의 밑천에도 환했다. 몸과 맘, 단 두 개뿐인 밑천에.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누구나 다 잘 쓰는 건 아닌 것이 바로 몸과 맘이었다. 검송은 몸을 만들고 부리는 데 지혜로웠고, 맘을 전하고 나누는 데 후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몸을 아껴주는 이에게 맘을 부비게 돼 있지.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300p  

 

-정말 죽고 싶어.
죽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연홍에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살 거야.
다라라따르르드르르뚜르르……

[...]

-괜찮아. 괜찮아졌어. 그래 보이지?
검송은 언제나처럼 묵묵부답이었다.
-그럭저럭 살아질 것 같아. 그러니 그만 와.
그럭저럭. 그렁저렁. 그냥저냥. 미약하기 짝이 없는 글자였다.
-마음을 꽤 많이 잘라냈거든.
[...]
-검송은 내가 어떻게 될까봐, 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되는 걸 막지 못할까봐, 무서운 거야.
검송이 조금 움직였다. 연홍은 느꼈다.
-알아, 진심이라는 거. 검송의 마음이 들려.
정말이었다. 연홍에게 마음을 보이고 마음이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의에 맞지 않는 진심은 죄라고 했어. 그런데 검송의 진심은 내 때에 맞지를 않아.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270~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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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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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김진규 작가님의 글 맛! 김진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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