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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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옆에 있어주세요. 하고픈 이야기 너무 많은데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멀리서 기정이 우네요. 누군가 떠나가고 있어요......

그 노래가 딱 내 마음이었어라우. 품에 안겨 내가 그 노래를 부르면 그 사람은 내 귀에다 대고 또 부르고. 그 노래만 들으믄 그냥 몸이 녹았어. 둘 다 음악을 좋아했는디, 밤에 잘 때는 어먼 것 안 듣고 주로 <아들을 낳기 위한 발라드>, 이런 것만 들었오 우리는.

<아들린을 위한 발라드>라는 피아노곡을 떠올린 나는 헤헤 웃었고 그는 깔깔댔다.

시인들은 왜 시를 쓰나 몰라. 유행가가 있는디...... 뭔 말이 필요 있다요. 무작정 좋은디, 유행가처럼 그냥 좋고, 더욱 좋고, 또 좋은디.

 <나는 여기가 좋다> '밤눈' 51~52p
  

 

<나는 여기가 좋다> 이색리뷰대회를 준비하면서 나는 사실 계속 단편 '밤눈'을 떠올렸다.

이 '밤눈' 하나만 읽어봐도, 한창훈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텐데...^^

밤눈 내리던 날...마주 앉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찬찬히 말하는 그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 같다.

 

 
눈이 따시다는 것을 나는 그 사람이랑 있으면서 알었소. 겨울에, 그 사람 품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탄불 갈러 나오면 이런 눈이 내리고 있었소. 그러면 물 흥건한 정지의 노란 탄불이며 잠시 두고 온 그 사람 품이 왜 그리 따시던지. 멍하니 눈 내리는 것 보다가 후다닥 들어가면 그 사람은 내 손에 묻은 물 한 방울 한 방울 일일이 닦아주고, 혀로 핥아주고. 흐흐.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

그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나는 우리 사랑이 성공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헤어졌지마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이요. 연애를 해봉께. 같이 사는 것이나 헤어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디다. 마음이 폭폭하다가도 그 사람을 생각하믄 너그러워지고 괜히 웃음이 싱끗싱끗 기어나온단 말이요. 곁에 있다면 서로 보듬고 이야기하고 그런 재미도 있겄지만 떠오르기만 해도 괜히 웃음이 나오지는 않지 않겄서라우. 아, 곁에 있는디 뭐 하러 생각하고 보고 싶고 하겄소. 그러니 결혼해서 해로한 것만큼이나 우리 사랑도 성공한 것 아니겄소.

<나는 여기가 좋다> '밤눈' 60~61

  

책 뒷면, 이런 글귀가 있다. 

 
선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언어.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야무진 기운.

 

꼭 들어맞는, 표현! <나는 여기가 좋다>를 이래서, 권하고 또 권한다. 모두가 그 야무진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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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2-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색리뷰대회 대상도서가 이거였나요?
해라님은 리뷰를 되게 예쁘게 써서 정말 읽고 싶게 만들어요.
아, 이 책 어떡해...ㅜ

해라 2010-12-06 12:55   좋아요 0 | URL
10월 이색리뷰대회 도서였어요 :)

이 책은 정말 권하고 권하고 또 권해도 절대 과하지 않은 책!
두 엄지 다 들고 있어요 지금 :)